[취재수첩] ACC 행사 중 하나가 된 ‘亞문학페스티벌’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2026년 09월 09일(수) 14:54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예산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규모를 낮춰 그 범위 안에서 행사를 치를 수밖에 없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해하지 못할 말은 아니다. 문화예술 현장에서 예산 부족은 늘 가장 먼저 들이닥치는 현실의 벽이기에.

코앞으로 다가온 ‘제6회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의 이야기다. 아시아 작가들이 광주에 모이고, 시민들이 문학을 가까이 만나는 자리가 마련된다는 점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반가움과 별개로 이 축제가 어떤 위상으로 지속돼야 하는지는 따로 물어야 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딱 하나를 지켜야 한다면, 그것은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아닐까. 그만큼 이 축제는 국립기관인 ACC의 여러 행사 중 하나로만 다뤄지기에는 상징성이 크다.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광주가 아시아와 만나는 방식이자 아시아 작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서로의 삶과 언어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문학이라는 언어로 국가와 시대의 경계를 넘어서는 장이 바로 이 축제다.

ACC가 아시아 문화교류의 거점이라면,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그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는 축이다. 문학은 한 사회의 기억과 고통, 저항과 상상력을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 올린다. 동시에 공연과 전시, 출판,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될 수 있는 예술 장르이기도 하다.

특히 이 지역에서 아시아의 문학을 말한다는 것은 단순한 국제행사 이상을 의미한다. 역사와 인권, 민주주의의 감각을 현재의 언어로 다시 묻는 일이어서다. 지역의 경험이 아시아의 작가들과 어우러지고, 아시아의 질문이 다시 광주에서 울릴 때 이 축제는 비로소 ACC의 존재 이유와 맞닿는다.

그런 점에서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이 독자적인 위상과 방향을 가진 축제가 아니라, ACC의 여러 행사 중 하나로 보이는 현실은 안타깝다. 이름은 남아 있지만 축제의 무게와 긴장감, 지속적인 담론 생산의 힘이 약해진다면 그것은 단순한 축소가 아니라 정체성의 후퇴에 가깝다.

이렇게 된 데에는 운영 방식의 문제가 크지 않을까 싶다. 축제를 이끌어왔던 아시아문학페스티벌조직위원회는 사라지고, 3년 전부터 ACC 내 문학교류행사 운영위원회 체제로 바뀌면서 축제의 독립성과 지속성이 약해진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하나의 부서 사업처럼 운영되는 구조에서는 장기적인 비전과 축제 고유의 문제의식을 축적하기 어렵다.

아시아문학페스티벌에는 단순히 행사를 치르는 운영 방식이 아닌 축제의 철학과 방향을 책임 있게 세우는 구조가 필요하다. 왜 이곳에서 아시아문학을 말해야 하는지, 어떤 작가와 독자를 만나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세계와 나눠야 하는지를 꾸준히 설계하고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예산이 줄었을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줄이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끝까지 남기느냐다. 부족한 조건 속에서도 반드시 지켜야 할 이름이 있다면, 아시아문학페스티벌은 그중 하나다. ACC가 아시아를 말하는 기관이라면, 이 축제는 작아져도 되는 행사가 아니라 더 분명하게 세워야 할 중심이어야 한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88933282546619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09일 18: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