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쉴 때 노화’ 막는다…켄텍, 원인 규명

마그네슘 동적 계면 확인…장기 저장 안정성 높여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9월 15일(화) 10:00
김민호 켄텍 교수
차세대 금속전지가 충·방전하지 않고 쉬는 동안에도 성능이 저하되는 ‘캘린더 에이징’의 원인이 규명됐다.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켄텍)는 김민호 교수가 참여한 켄텍-UCLA-토요타 국제공동연구팀이 금속전지의 장기 저장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계면 설계 원리를 제시했다고 15일 밝혔다.

리튬과 나트륨,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의 금속을 직접 음극으로 사용하는 차세대 금속전지는 높은 에너지밀도를 구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반응성이 높은 금속이 전해질과 직접 맞닿아 있어 사용하지 않는 동안에도 부식과 계면 열화가 이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리튬과 나트륨, 마그네슘, 알루미늄 등 대표적인 금속 음극 4종을 동일한 조건에서 비교했다. 각 금속에는 충·방전 때 98.5% 이상의 높은 쿨롱 효율을 나타내는 고성능 전해질을 적용해 우수한 충·방전 효율이 장기 보관 안정성으로 이어지는지를 분석했다.

쿨롱 효율은 한 차례 충·방전 과정에서 주입된 충전 전하량 가운데 다시 회수할 수 있는 방전 전하량의 비율이다.

분석 결과 충·방전 과정에서는 비슷하게 높은 효율을 보인 금속들도 휴지 상태에서는 서로 다른 열화 양상을 나타냈다.

리튬은 시간이 흐를수록 금속과 전해질 사이의 계면층이 계속 두꺼워졌다. 나트륨과 알루미늄에서는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금속이 손실되는 부분적인 부식 반응이 확인됐다.

반면 마그네슘은 14일간 휴지한 이후에도 용량 손실이 약 0.4%에 그쳤다. 특히 나트륨은 충·방전 과정에서 99.89%의 높은 쿨롱 효율을 기록했지만, 14일간 휴지한 뒤 회수 가능한 용량이 92.5%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는 충·방전 때 측정한 쿨롱 효율만으로 실제 배터리의 장기 저장 안정성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전기화학 임피던스 분광법(EIS)과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을 활용해 금속과 전해질 사이에서 나타나는 계면 변화를 추적했다.

일반적으로 배터리의 계면저항 증가는 전해질 분해와 계면층 성장 등 비가역적인 열화를 나타내는 신호로 해석된다. 하지만 마그네슘 전극에서는 휴지 시간이 길어질수록 계면 전하전달 저항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전기화학 반응을 재개하자 저항이 다시 감소했다. 마그네슘의 전착·용출 반응도 정상적으로 회복됐다.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 분석에서도 마그네슘 표면에는 다른 금속에서 나타난 두꺼운 부식 계면층이 관찰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마그네슘의 저항 증가가 지속적인 전해질 분해나 비가역적인 부식 때문이 아니라, 금속 표면에 전해질 분자가 흡착돼 만들어지는 가역적인 고저항 계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전해질 분자가 형성한 계면이 추가적인 부식을 억제하고, 다시 사용할 때는 계면이 재구성되면서 낮은 저항 상태로 돌아가는 ‘동적 계면’이 작동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는 계면저항을 무조건 낮게 유지하는 기존 접근에서 벗어나 배터리가 쉬는 동안에는 금속을 보호하고, 사용할 때는 다시 활성화되는 계면을 설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민호 켄텍 교수는 “기존에는 단순히 열화의 지표로 인식됐던 저항 증가가 특정 조건에서는 오히려 금속을 보호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배터리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스스로 보호하고 필요할 때 다시 활성화되는 동적 계면이 새로운 전해질·계면 설계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김 교수가 미국 UCLA 재직 당시 수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됐다. UCLA 유장 리 교수 연구팀과 토요타 북미연구소 존 멀둔 박사 연구팀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으며, 연구 결과는 화학·에너지 분야 국제학술지 ‘줄(Joule)’에 지난 5월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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