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광주 혁신기업을 찾아서]달구(Dallgoo)

생명을 살리는 제3의 눈…AI로 골든타임 바꾼다
환자 상태·처치 실시간 분석…‘ABC 코파일럿’ 개발
앰뷸런스 응급 데이터 통합…구급차·병원 연계 확대
임상·교육 경험 바탕 창업…의료 이동 취약성 해소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9월 21일(월) 16:06
광주를 기반으로 응급의료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달구(Dallgoo·대표 박시은)는 응급처치 과정 분석 시스템인 ‘ABC 코파일럿’을 개발하고 있다.
앰뷸런스가 달리는 동안에도 환자의 골든타임은 계속 흐른다. 호흡과 맥박을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을 시행하는 짧은 순간, 환자의 상태는 시시각각 달라진다.

구급대원에게는 그 짧은 시간을 놓치지 않고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필요한 처치를 이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지만 제한된 인력과 장비, 복잡한 현장 상황 속에서 환자의 상태와 처치 과정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다. 특히 구급차 안에서 생성되는 각종 의료정보가 제대로 연결되지 못하면 현장의 판단이 병원까지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빈틈이 생길 수 있다.

이처럼 환자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응급의료 현장에서 ‘데이터의 단절’을 없애기 위한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 광주를 기반으로 응급의료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달구(Dallgoo·대표 박시은)’. ‘달려가요 구급차’라는 뜻을 가진 달구는 카메라를 통해 환자의 상태와 응급처치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필요한 순간 의료진이나 구조자에게 알려주는 ‘ABC 코파일럿’을 개발하고 있다. 사람이 놓칠 수 있는 순간을 AI가 한 번 더 바라보는 기술, 박시은 대표가 말하는 ‘생명을 살리는 제3의 눈’이다.

박시은 달구 대표와 직원들.
박시은 달구 대표가 직원들과 함께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달구는 최근 응급의료 현장을 중심으로 AI와 데이터 기술을 접목한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핵심은 서로 다른 의료기기의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AI가 분석할 수 있도록 만드는 ‘연결’이다.

현재 응급환자가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과정에서는 산소포화도, 혈압, 심전도 등 환자의 주요 상태를 보여주는 데이터가 존재하지만 이를 지속적으로 통합·활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박 대표는 “구급 일지에는 환자 상태가 한두 번 정도 수기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의 상태가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했는지를 연속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그렇게 되면 환자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파악하는 디지털 트윈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달구가 주목한 것은 구급차에 설치된 의료기기 자체가 아니라 ‘서로 다른 장비에서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어떻게 하나로 연결할 것인가’였다. 달구는 서로 다른 제조사의 의료기기 데이터를 표준화해 하나의 장치로 통합하고, 현장에서 생성되는 환자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전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AI 비전 기술을 결합한 것이 달구의 ‘ABC 코파일럿’이다. ABC는 기도(Airway), 호흡(Breathing), 순환(Circulation)을 뜻한다. 카메라를 통해 환자의 움직임과 의료진의 처치 과정을 분석하고, 기도가 제대로 확보됐는지, 인공호흡이 적절하게 이뤄지는지, 흉부압박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국립광주과학관에 설치된 응급처치 교육 체험 시스템 ‘소생의 달인’
달구의 연구실에서는 의료진의 처치 영상 속 인체와 의료기기를 AI가 인식하도록 만드는 데이터 작업이 한창이다. 사람의 얼굴과 목, 흉부, 팔을 구분하고 주사기나 BVM 등 의료장비를 각각 인식하도록 데이터를 학습시키는 방식이다. 영상 속 BVM의 움직임을 분석하면 인공호흡 횟수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달구가 특히 공을 들이는 것은 ‘데이터’다. 같은 의료행위라도 사람마다 다르고, 보는 각도와 환경에 따라서 영상 속 모습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사진뿐 아니라 의료장비를 3D 모델링해 다양한 각도에서 보이는 이미지를 만들어 AI 학습에 활용하고 있다.

박 대표는 “사람은 같은 물체를 여러 각도에서 봐도 알아볼 수 있지만 컴퓨터는 그렇지 않다”며 “다양한 사람과 환경, 각도에서 확보한 학습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에 계속 데이터를 쌓고 모델을 고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달구는 이를 실제 응급의료 현장뿐 아니라 의료교육 분야에도 적용하고 있다.

의과대학이나 간호학과, 응급구조학과 등에서 이뤄지는 실습을 카메라로 촬영하면 AI가 학생의 행동을 분석해 어떤 의료기기를 언제 사용했는지, 처치 과정에서 무엇이 부족했는지를 자동으로 기록하고 평가하는 방식이다. 국가시험이나 실기교육에서 반복적으로 이뤄지는 평가를 AI가 보조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현재는 여러 대학과 협력해 학습용 영상을 확보하고 있으며, 공동 연구형과 독립 설치형 형태로 교육 솔루션을 공급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달구는 베트남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응급처치 교육에도 AI를 접목했다. 달구가 개발한 ‘소생의 달인’은 국립광주과학관에 설치돼 심폐소생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든 시스템이다. 카메라를 활용해 사용자의 자세와 흉부압박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점수화한다. 두 명이 경쟁하는 방식까지 적용해 교육의 재미를 높였다. 박 대표에 따르면 설치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약 6000명이 체험했으며, 내년에는 상설 전시관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달구가 그리는 응급의료의 모습은 단순한 ‘AI 응급처치’에 머물지 않는다.

환자의 생체정보를 구급차에서 병원으로 실시간 전달해 의료진이 환자가 도착하기 전부터 상태를 파악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또 다른 축이다.

실제 달구는 광주에서 서울로 이송되는 중증 환자의 바이탈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사례도 확보했다. 기존처럼 일정 시간마다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송 과정에서 변화하는 데이터를 의료진이 함께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구급차 관제 시스템도 개발했다.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색깔을 달리 표시해 어떤 구급차에 위중한 환자가 타고 있는지, 어느 병원으로 이동 중인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재난 상황에서 여러 환자가 동시에 병원으로 이송될 경우 병원이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현재 광주지역 병원 6곳에 관련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으며 적용 기관을 늘려가고 있다. 향후 소방·119 체계까지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밖에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구급차 약 8대를 기반으로 이송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달구의 사업 방향에는 박 대표의 지난 경력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박 대표는 임상 현장에서 약 10년,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약 10년을 보냈다. 현장과 교육 현장을 모두 경험하면서 기존 시스템의 한계를 직접 체감했고, 결국 2023년 말 퇴직계를 내고 2024년 창업에 뛰어들었다.

박 대표가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문제는 ‘의료적 이동 취약성’이다. 장애인과 고령자, 거동이 불편한 환자 등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사람들을 의료체계 안으로 연결하는 것이 사업의 본질이라는 설명이다.

박시은 달구 대표
글로벌 시장 진출도 본격화하고 있다. 베트남 현지 기업과 대학병원 등을 대상으로 사업 협력을 추진하고 있으며, 현지 언론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회사는 국내에서 실증한 응급의료 AI 기술을 해외로 확장해 응급의료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가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계획이다.

달구가 바라보는 다음 단계는 스마트글라스다. 구급대원이 환자 처치 중 모니터를 번갈아 확인하는 대신 스마트글라스나 HUD를 통해 환자 상태와 AI 분석 결과를 시야 안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장기적으로 달구의 AI 엔진이 스마트글라스에 탑재돼 일반인도 응급상황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술로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CPR을 할 때 가슴압박 속도나 자세 등을 AI가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생명을 살리는 제3의 눈’이 목표다.

기술의 최종 목적은 거창한 AI 자체가 아니다.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정보를 연결하고, 반복적인 교육과 평가를 자동화하며, 의료진과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박 대표는 “본질적으로는 앰뷸런스와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지만 우리가 해결하려는 것은 의료적 이동 취약성”이라며 “장애인부터 고령 환자까지 의료적으로 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너무 많고, 결국 이 문제는 인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환자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을 만들고 싶다”며 “누군가의 골든타임을 단 몇 초라도 더 확보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우리가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달구 직원들은 환자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적시에 필요한 처치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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