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내년도 농업예산 22조 ‘생산비’와 ‘가격 보장’은 어디에 임용민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원
임용민 gn@gwangnam.co.kr |
| 2026년 09월 21일(월) 19:0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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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는 늘었으나, 농가 경영의 숨통을 틔워줄 핵심 고리는 빠져 있다. 증액분 2조 853억 원 중 65.5%인 1조 3658억 원이 농어촌기본소득과 농어촌상생협력기금 단 두 곳에 편중됐다. 물론 인구 소멸에 대응한 농촌 복지와 정주 여건 개선, 기업 외면으로 방치되던 상생기금에 정부 재정을 투입한 결단 자체를 탓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이 같은 ‘복지ㆍ기금성 지출’의 팽창 속에서, 농민이 땅을 갈고 씨를 뿌려 결실을 맺는 ‘영농의 본령’을 지탱할 생산비 절감과 가격 보장 예산이 철저히 주변부로 밀려났다는 점이다. 복지 지원금만으로 농촌을 지키겠다는 발상은 오판이다. 땀 흘려 생산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허리 휘는 생산비 부담을 덜어내야만 농업인은 흙을 떠나지 않는다.
가장 뼈아픈 실망은 ‘농산물가격안정제’다. 주요 농산물의 기준가격을 설정해 가격 폭락 시 차액 일부를 보전하는 이 제도는 벼랑 끝 농가들이 수년간 목놓아 외친 생명줄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첫 성적표는 고작 91억 원짜리 시범사업에 불과하다. 대상 품목과 명확한 기준가격, 발동 요건조차 여전히 안갯속이다. 잦은 기상이변과 수급 불안으로 배추 한 포기, 사과 하나의 가격이 널뛰는 현실에서 91억 원으로 어떤 시장 충격을 흡수하겠다는 말인가. 이는 생색내기용 ‘구색 맞추기’일 뿐, 농산물 가격의 국가 책임을 회피한 처사다.
생산비 절감 대책 역시 안이하기 짝이 없다. 비료·사료·면세유·인건비 폭등으로 농가 소득은 곤두박질치고 빚만 쌓여가고 있다. 정부는 내년 말 ‘필수농자재법’ 시행을 앞두고 위기대응시스템 구축에 12억 원, 무기질비료 공공비축 연구·실증에 10억 원, 사료원료구매자금 1,500억 원을 책정했다며 자화자찬한다. 하지만 이는 거시적 행정 절차나 금융 융자 확대일 뿐, 당장 내일 아침 밭에 뿌릴 비료값과 하우스를 돌릴 면세유·전기세로 속이 타들어 가는 농민의 피부에 닿지 않는다. 농기계 임대 확대, 필수자재 직간접 지원금 등 생산 현장의 고비용 구조를 단칼에 도려낼 직접적 처방은 여전히 실종 상태다.
재해 대책도 마찬가지다. 농작물재해보험 품목을 80개로 늘리고 준보험을 신설한다지만, 정작 실질적 구호금인 재해복구비는 최근 집행률을 핑계로 감액됐다. 보험이라는 금융 상품 뒤로 국가의 헌법적 재해 보호 책임을 숨기려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기금 채무 3조 1000억 원 상환과 농업발전기금 통합 재편 역시 정부 재정 장부의 정상화일 뿐, 들녘의 농민들에게 직접 돌아오는 소득이 아니다. 국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이 왜곡된 구조를 반드시 뜯어고쳐야 한다.
첫째, 농산물가격안정제 예산을 대폭 증액하고 법제화에 준하는 명확한 기준가격을 마련해야 한다. 수급 불안이 일상화된 주요 쌀·채소·과수 품목부터 실효성 있는 최저생산비 보장 기제를 즉각 작동시켜야 한다.
둘째, 필수농자재 생산비 직접 보전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시스템 연구와 융자에 머물지 말고,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차액 지원과 영농자재 바우처 등 현장 체감형 재정을 긴급 편성해야 한다.
셋째, 통합특별시와 같은 대도시-농촌 연계 지자체 차원에서도 중앙정부의 빈틈을 메울 로컬푸드 직거래망 확대, 로컬 거점 유통비 지원, 기후재난 피해 직접 보조금 등 자주적 영농 지원망을 촘촘히 가동해야 한다.
농민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시혜성 복지가 아니라 ‘농사지어 먹고살 수 있는 권리’다. 22조 원이라는 역대급 예산의 허울 뒤에 숨겨진 생산 현장의 절규를 외면해선 안 된다. 국회와 정부는 흙을 일구는 농민들의 땀과 눈물이 정당한 대가로 돌아오도록, 생산비와 가격 보장이라는 본질적 질문에 진짜 예산으로 답해야 한다. 현장을 지키는 농민이자 농수산위원회 위원으로서 예산 심의의 마지막 순간까지 농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다.
임용민 gn@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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