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800조 반도체가 다시 그리는 광주 부동산 지도

군공항 종전부지 내년 선착공…2030년 첫 양산 목표
산업·교통·주거 인프라 확장…송정역 배후지역 개발
첨단3지구 이어 마륵·상무지구 등 생활권 재편 기대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9월 22일(화) 18:13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유치가 확정되자 광주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사진은 군공항 인근인 광산구 송정동 일대.
광주 부동산 시장에 대형 개발 호재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800조원대 투자를 바탕으로 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가 단순한 산업단지 조성을 넘어 교통과 주거, 상업시설, 도시개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로 구체화하면서다.

특히 반도체 생산시설이 들어설 군공항 종전부지를 중심으로 광주송정역과 기존 도심을 잇는 교통축은 물론 상무·치평·마륵동 등 기존 도심의 개발 가능성까지 함께 주목받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광주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 7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9월 17일 기준 광주권 아파트 가격이 전주보다 0.04% 오른 가운데 서구는 11주, 광산구는 10주 연속 상승했다. 분양시장에서도 신규 공급에 수요가 몰리고 미분양 물량이 감소하는 등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와 공급 여건 개선 등 기존 요인과 함께 반도체 클러스터라는 대형 산업 호재가 주택시장에 새로운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00조 반도체, 주거·상업 수요까지 움직인다

이번 호재가 과거 개발사업과 다른 점은 사업 규모와 파급 범위다.

현재 추진되는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은 광주 군공항 종전부지 250만평, 약 826만㎡를 활용한다. 이 가운데 공군 시설과 직접적인 영향이 적은 63만평은 내년 상반기 우선 착공하고, 팹 2기부터 시작해 전체 4기의 생산시설을 단계적으로 조성해 2030년 6월 첫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 들어서면 공장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안정적인 전력과 막대한 용수는 물론 연구개발·생산인력과 협력업체가 함께 유입되면서 주거와 상업시설, 교통 등 생활 인프라에 대한 수요도 뒤따를 수밖에 없다.

광주는 초기 팹 2기에 필요한 3.1GW 전력 공급을 위해 송전선로를 구축하고, 2028년 12월까지 하루 15만t 규모의 용수 공급체계를 갖출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하루 106만t 규모의 용수 공급체계 구축도 추진한다.

산업단지 조성이 도시 기반시설 확대로 이어지는 셈이다. 정주여건 마련도 함께 추진된다. 광주시는 반도체 클러스터에 유입될 인력을 위해 단기적으로 산단 인접지역의 원룸과 오피스텔 공실, 미분양 주택 등을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청년과 전문인력, 가족 단위 정착을 위한 주거환경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반도체 클러스터는 토지와 공장에 국한된 개발사업이 아니라 기업과 근로자가 실제 머무를 수 있는 주거·상업·생활권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 대규모 도시개발 사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송정역이 관문으로…군공항 이전은 도시공간 재편 변수

산업단지와 기존 도심을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광주송정역의 역할도 커질 전망이다. 군공항 종전부지와 가까운 광주송정역은 반도체 산단과 기존 도심을 연결하는 광역교통 거점이다. 산업단지 근로자와 기업 관계자, 방문객 등의 이동이 늘어나면 역세권의 상업·업무 기능 확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 반도체 투자 발표 이후 송정리 일대에서는 상권과 토지에 대한 문의가 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외지 기업들이 본사 이전이나 지점·지사 설치 등을 염두에 두고 자리를 알아보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산업단지 조성 기대감이 주택뿐 아니라 상가와 토지시장으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군공항 이전은 광주의 공간구조를 바꿀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다. 광주 군공항 주변에는 비행안전구역과 군사시설 관련 규제가 자리하고 있다. 군공항 이전이 본격화하고 종전부지가 산업단지로 전환되면 해당 지역을 둘러싼 도시계획과 토지 이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특히 기존 군공항 주변에서 개발을 제약했던 규제가 어떻게 조정되느냐에 따라 산업단지와 기존 도심 사이의 연결성도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비행안전구역이나 군사시설보호구역의 구체적인 해제·조정 범위는 향후 관련 절차와 고시를 통해 결정될 사안이다. 현재 시장에서 형성되고 있는 기대감과 실제 개발 가능 범위는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군공항 종전부지를 활용한 반도체 클러스터와 광주송정역을 중심으로 한 교통·상업권이 함께 움직인다는 점에서 광산구 일대는 기존 산업단지와 다른 형태의 도시 확장 가능성을 갖게 됐다.



△50년 묶인 마륵동부터 상무지구 등 기존 도심 활력

반도체와 군공항 이전에 따른 변화는 광산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서구 마륵동과 치평동 상무지구 등 기존 도심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륵동은 오랫동안 군사시설로 인해 개발에 제약을 받아온 지역이다. 특히 탄약고 문제는 주변 도로와 주거·상업지역 개발에도 영향을 미쳐왔다.

군공항 이전과 군사시설 재편이 본격화할 경우 이 일대의 개발 여건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 군사시설이 차지하고 있던 공간과 주변 규제가 완화되면 이미 업무·상업 기능이 갖춰진 상무지구와 치평동, 마륵동 일대의 도시 기능을 확장할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광주시가 반도체 산업 인력의 중장기 정주지역으로 서구 치평동·마륵동 일대 도심융합특구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광주시는 2031년을 목표로 도심융합특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반도체 산업의 배후 주거·생활권 가운데 하나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치평동은 광주시청을 비롯해 금융·상업·업무시설이 밀집한 기존 도심이다. 마륵동 역시 상무지구와 맞닿아 있어 새로운 산업 배후수요를 기존 생활 인프라와 연결하기에 유리하다.

새로운 신도시를 처음부터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업무·상업·주거 기능에 반도체 산업의 배후수요를 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에 따른 도시 규모 확대와 생활권 재편까지 맞물리면서 산업과 행정, 교통, 주거를 하나의 광역생활권으로 연결하는 과제도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반도체 직접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광산구뿐 아니라 서구 등 기존 주거 선호지역에서도 매수 문의가 늘고 있는 것도 같은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산업단지와의 물리적 거리만이 아니라 교육과 생활편의, 교통 등 기존 주거 인프라까지 함께 평가받고 있다는 것이다.



△첨단3지구, 기존 반도체 거점도 수혜 기대

대규모 신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은 이미 관련 산업 기반이 형성된 첨단3지구 일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첨단3지구와 첨단산업단지에는 연구개발과 산업시설이 집적돼 있으며, 반도체 후공정 기업인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광주사업장도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앰코 역시 광주공장에 1조원을 투자해 유휴부지에 생산시설 6개 동을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증설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첨단3지구 일대 부동산 시장 역시 직접적인 생산시설 입지뿐 아니라 기존 산업단지에 축적된 기업·연구인력과 새롭게 유입될 반도체 인력의 배후 주거지라는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다. 이미 갖춰진 교통·상업·주거 인프라를 기반으로 산업 인력의 정주 수요가 확대될 경우 인근 주택과 상업시설에 대한 수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 호재지만 실제 효과는 후속 사업에 달려”

이번 반도체 투자가 광주 부동산에 던지는 의미는 특정 지역의 단기적인 집값 상승보다 크다.

산업단지에 기업과 인력이 모이면 주거와 상업시설이 필요해지고, 교통망이 확충되면 기존 도심과 산업지역을 잇는 생활권이 확대된다. 여기에 군공항 이전으로 기존 군사시설과 규제에 묶였던 공간의 활용 가능성까지 더해지면 광주의 도시개발 축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군공항 종전부지 반도체 클러스터와 광주송정역을 중심으로 한 교통·상업권, 상무·치평·마륵동의 기존 도심 기능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부동산 시장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다만 기대감이 곧바로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반도체 산업단지 조성부터 기업 입주, 인구 유입, 교통망 확충, 군공항 이전과 군사규제 완화까지 실제 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이번 반도체 투자는 산업단지 하나가 들어서는 것을 넘어 교통과 주거, 상업시설, 도시개발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형 호재”라며 “특히 군공항 이전과 송정역 개발, 기존 도심의 규제 완화 가능성이 맞물리면서 광주 부동산 시장의 공간적 변화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현재는 사업 추진에 대한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는 단계인 만큼 실제 부동산 가치 변화는 기업 입주와 인구 유입, 교통망 확충 등 후속 사업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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