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일보 희망프로젝트] 위기에 빠진 취약계층…‘생명의 골든타임’ 놓친다

[광남일보 희망프로젝트-자살, 예방할 수 있습니다] <3>외로움이 부른 노인자살
65세 이상 자살률 전남 44.5명·광주 40.4명 '상승'
경제난·질병·사회적 고립·정서 불안 등 복합 원인
"복지·의료·정신건강 연계 통합관리 조기 개입을"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09월 28일(월) 15:40
전남광주지역에서 고령층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자살 위험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생계 불안에 만성질환이나 장애가 겹치고 가족·이웃과의 관계까지 단절될 경우 심리적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층은 은퇴 이후 소득 감소와 건강 악화, 사회적 관계 축소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아동·청소년 역시 가정의 경제적 어려움이나 정서적 불안이 겹칠 경우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하면서 위기에 노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령별 특성과 위기 요인을 고려한 촘촘한 사회안전망과 조기 개입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령층 자살률 상승…전남 44.5명 달해

전남광주지역 65세 이상 자살 통계를 보면 고령층의 위기 상황은 뚜렷하게 나타난다.

광주 65세 이상 자살 사망자는 2020년 75명에서 2021년 86명, 2022년 78명, 2023년 89명, 2024년 97명으로 집계됐다.

자살률은 2020년 인구 10만명당 37.7명에서 2021년 41.3명으로 높아졌다가 2022년 35.9명으로 낮아졌지만, 2023년 39.1명, 2024년 40.4명으로 다시 상승했다.

전남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65세 이상 자살 사망자는 2020년 183명에서 2021년 172명, 2022년 171명으로 감소했지만 2023년 178명, 2024년 213명으로 크게 늘었다.

자살률 역시 2022년 38.0명에서 2023년 38.4명, 2024년 44.5명으로 상승했다.

전남의 65세 이상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이 2년 만에 38.0명에서 44.5명으로 높아지면서 노인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자살예방사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광산구 지역 사례관리 담당자들이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전남광주특별시 광산구청
전남광주특별시 북구는 지난 8월 자연 힐링 숲 체험-가족과 함께 숲 자연친화 활동을 진행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특별시 북구청
△늘어나는 기초생활수급 노인…생계 부담도 커져

경제적 취약계층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광주 5개 자치구의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2023년 2만9218명에서 2026년 8월 말 3만8695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도 1만9621명에서 2만7055명으로 늘었다.

자치구별로는 북구의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가 2023년 1만516명에서 2026년 8월 말 1만4029명으로 가장 많았다. 광산구도 5915명에서 7766명으로, 서구는 5946명에서 7273명으로 증가했다. 남구와 동구 역시 각각 6380명, 3247명까지 늘었다.

전남 22개 시·군에서도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2023년 4만8926명에서 2026년 8월 말 6601명으로 증가했다. 생계급여를 받는 노인도 같은 기간 3만5400명에서 4만5785명으로 늘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경제적 어려움에 질병과 사회적 고립까지 겹치면서 자해 등 위기 행동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확인되고 있다.



△취약 아동·청소년도 위기…15~19세 자살률 상승

취약계층의 위기는 고령층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광주 5개 자치구의 19세 이하 기초생활수급 아동·청소년은 2023년 1만7237명에서 2026년 8월 말 1만8088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계급여를 받는 아동·청소년도 8145명에서 9624명으로 늘었다.

전남 22개 시·군의 19세 이하 기초생활수급 아동·청소년은 2023년 1만5058명, 2024년 1만5366명, 2025년 1만5348명으로 집계됐다. 생계급여를 받는 아동·청소년도 2023년 5959명에서 2025년 6187명으로 증가했다.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가정의 아동·청소년은 생활 불안과 정서적 어려움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 조기 발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청소년 자살 지표에서도 지역별 차이가 나타난다.

2024년 15~19세 자살 사망자는 광주 8명, 전남 10명으로 집계됐다.

광주의 15~19세 자살률은 2020년 9.3명에서 2022년 13.0명까지 높아졌다가 2023년 7.9명으로 낮아졌으며, 2024년에는 10.8명으로 다시 상승했다.

전남은 2020년 8.7명에서 2021년 10.7명, 2022년 11.1명, 2023년 12.5명, 2024년 12.7명으로 5년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15세 미만에서도 광주에서는 2024년 5명이 자살해 자살률 3.0명을 기록했다.

이들은 취업이나 생계 문제뿐 아니라 학업과 진로, 가족관계, 또래관계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의 촘촘한 지원이 필요하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동구는 지난 11일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자살예방 우수사례 공모전 시상식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특별시 동구청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는 영화를 활용한 아동 4대 권리 존중 실천 교육을 실시했다. 사진제공=광주특별시 북구청
△생계급여 중단·건강 악화…지역사회 개입으로 위기 극복

현장에서는 경제적 어려움과 건강 문제 등이 겹친 취약계층에 대한 사례관리를 통해 위기를 극복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광주특별시의 한 1인 장년 남성 A씨는 일용직 근로로 생계를 이어가던 중 건축 일용근로 소득 신고 이후 생계급여가 중단되면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

뇌경색 후유증으로 건강 문제도 안고 있던 A씨는 불안감이 커질 때마다 손목을 자해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지역 복지 담당자들은 소득 신고를 정정하고 생계급여 지급을 지원하는 한편, 주치의 면담을 통해 필요한 약제를 처방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지역 내 지지체계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며 자해 행동을 줄이는 방향으로 사례관리를 진행했다.

또 다른 1인 가구 남성 B씨는 이혼 이후 가족과 단절된 상태에서 건설업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서 우울 증세가 심해졌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지원을 받던 중 과거 일용근로소득이 확인되면서 급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생계에 대한 불안도 커졌다.

지역 사례관리 담당자들은 자활 참여와 일자리 탐색을 지원하고 의료비와 신경외과 검진을 연계했다. 현재 B씨는 자해 행동을 중단하고 일용근로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 사례 모두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위기를 해소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에게 복지·의료·정신건강 지원을 함께 연결하는 통합 사례관리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복지 사각지대 줄이고 ‘위기 신호’ 조기 발견해야

취약계층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위기가 발생한 이후 개입하기보다 평소 복지서비스를 이용하는 과정에서 위험 신호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생활보장 상담과 긴급복지, 방문건강관리, 노인돌봄서비스, 의료급여 사례관리 등은 위기 대상자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주요 통로다.

광주 5개 자치구에서는 고독사 예방을 위해 사랑의 우유, 복지등기우편발송, 이웃이음돌봄사업, 우리동네이웃돌봄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전남에서는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우울·스트레스 관리와 수면·건강 돌봄,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 등을 교육하는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또 22개 시·군과 함께 생명지킴이 양성과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등을 통해 지역사회 안전망을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혼자 생활하는 고령층이나 중장년 1인 가구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이나 건강 악화가 장기간 방치되지 않도록 정기적인 안부 확인과 방문형 복지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계가 어려운 주민에게는 경제적 지원을, 질병을 앓는 주민에게는 의료서비스를, 심리적 위기를 겪는 주민에게는 정신건강 상담을 연결하는 등 각 기관의 서비스를 촘촘하게 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지명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북구정신복지센터 팀장은 “지역사회가 평소 이웃의 작은 변화를 살피고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적기에 발견한다면 위기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소외된 이웃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필요한 서비스를 신속하게 연결하는 지역사회의 관심이 생명의 골든타임을 지키는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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