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핫하고 새로운 음악 만나는 축제로 만들 것"

■원일 ACC엑스뮤직페스티벌 감독 만나보니
프로 줄이고 집중도 높여…대중성·예술성 균형 강화
"대표 음악축제 넘어 세계적 연결망 만드는 게 과제"

글·사진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2026년 09월 28일(월) 17:30
원일 제15회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
원일 제15회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은 2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빛 라운지에서 축제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ACC엑스페스티벌은 광주를 대표하는 음악축제 중 하나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세계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일이 중요한 과제죠.”

원일 제15회 ACC 월드뮤직페스티벌 예술감독은 28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 빛 라운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축제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이같이 밝혔다.

ACC 엑스뮤직페스티벌은 월드뮤직페스티벌로 출발해 올해로 17년째를 맞았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엑스뮤직페스티벌’로 리브랜딩한 뒤, 올해까지 빠르게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원 감독의 설명이다.

그는 “공공예술단체에서 매출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 있지만, 사전 얼리버드 티켓이 빠르게 소진됐다”며 “축제가 성장일로에 있고, ‘엑스’로 리브랜딩한 이후 급속도로 안정화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엑스’라는 이름에는 시대적 흐름에 맞춘 변화의 의지가 담겼다. 원 감독은 기존 ‘월드뮤직’이라는 용어에 대해 “본인을 중심에 두고 다른 음악을 주변으로 보는 듯한 낡은 인식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엑스는 믹스를 의미한다. 미래와 과거를 엮고, 서로 다른 것을 컨버전스하고 융합하는 시대에 가장 적절한 이름이라고 생각한다”며 “모든 것이 융합되는 시대에 새로운 음악과 젊은 시각을 담아내는 축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축제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함께 겨냥한다. 원 감독은 “빅도어 스테이지의 이름처럼 빅네임이 많아졌다는 것이 올해의 큰 특징”이라며 “강산에, 키라라, 선우정아, 10CM 등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이름들이 역대급으로 많이 배치됐다”고 말했다.

예산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프로그램을 줄이고 집중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라인업을 조정했다. 기존 17~23개 안팎이던 프로그램을 15개 정도로 줄이는 대신, 더 강한 이름과 차별화된 무대를 배치했다.

그는 “여러 빅네임에게 일찍부터 타진했고, 물밑 접촉도 많이 했다”면서 “모든 시도가 성사된 것은 아니지만, 대중성과 예술성이라는 적절한 선을 유지한 채 질적 수준을 높이며 축제의 집중도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개막공연인 전자음악가 키라라와 정은영 작가가 협업 무대는 올해 축제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원 감독은 키라라를 “엑스를 상징하는 시대와 다양성, 소수자 정신을 보여주는 이름”이라고 했다.

그는 “키라라는 후지록 페스티벌에서 엄청난 반응을 얻은 뒤 이번 축제에 참여하게 됐다”며 “정은영 작가와의 협업 역시 엑스페스티벌의 정신과 맞닿아 있다”고, “정은영 작가는 소수자들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작업으로, 광주에서 열리는 축제의 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광주에서는 이런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각 소개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음악의 최전선에 있는 세계적 타악그룹 소 퍼커션, 아제르바이잔 전통음악 무감 앙상블, 디스럽션과 써니 킴 무대 등이 준비된다. 일본의 디제이 코토노와 페기 굿은 여성 DJ들의 감각으로 서로 다른 문화적 색채를 결합한 무대를 선보인다.

특히 올해 축제에서 원 감독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축은 ‘엑스에서만 볼 수 있는 무대’다. 국내 전통음악의 현재를 보여주는 라인업도 축제의 중요한 줄기다. 추다혜차지스와 현대무용단체 뭄플레이 댄스컴퍼니의 협업, 바로크 바이올린과 정가, 춤이 만나는 무지카글로리피카(김진)와 박은하, 정마리의 무대 등이 그 예로, 꼭 봐야할 무대로 꼽았다. 또 국악과 전자음악·랩을 삼산 서의철 가단, 하림과 구이임 등 여우락페스티벌 기획작 협업 무대도 펼친다.

원 감독은 “K컬처 안에서 한국음악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지점”이라며 “빅네임을 먼저 추천하기보다, 우리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프로그램을 먼저 알아봐주길 바란다”고 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워크숍도 마련된다. 키라라는 한 시간 안에 컴퓨터 음악을 만들어보는 시간을 진행하고, 하림은 디아스포라와 실크로드 여정을 바탕으로 한 노래와 이야기를 들려준다. 써니 킴은 다국적·다장르 창작자들이 함께 작업하는 공동창작법을 나눈다.

원 감독은 “워크숍은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서로 다른 음악 언어를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창작할 수 있는지 경험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CC 엑스뮤직페스티벌의 다음 과제로는 국제 네트워크 구축을 꼽았다. 그는 축제가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해외 페스티벌과의 접점, 뮤지션·작곡가 네트워크, 교류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광주에서 하는 축제가 세계 축제로 올라서려면 세계적 연결이 돼야 한다”며 “페스티벌 관계자들과의 네트워크, 아시아 뮤지션과 작곡자들의 교류가 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통영국제음악제는 클래식과 현대음악 분야에서 세계 어디를 가도 알고 있는 축제”라며 “ACC 엑스뮤직페스티벌도 계속 연구하면서 어떻게 성장하고 도약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가을로 시기를 옮긴 점도 축제의 경쟁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봤다. 이 시기에는 여러 페스티벌이 동시에 열리지만, 원 감독은 엑스페스티벌만의 차별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유명한 음악가들이 온다는 점도 있지만, 특이하고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곳에 가면 가장 핫하고 새로운 음악을 만날 수 있다’는 이미지가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태어나서 한 번 제대로 들어보지 못할 수 있는 음악들이 모인 곳이 ACC 엑스뮤직페스티벌”이라며 “유명한 음악가를 만나는 것을 넘어, 특이하고 새로운 음악을 발견하는 축제로 기억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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