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예술계에 부는 무장애 바람] 복지에서 예술로, 일로 확장 ‘장애예술 선순환’ 누구나 즐길 권리 아직 멀었다 <4> 해외사례2 일본 나라현=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송하종 기자 hajong2@gwangnam.co.kr |
| 2026년 09월 28일(월) 18: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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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 Job! Center KASHIBA(GJ센터)에서 판매할 장식품들을 제작 중인 장애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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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J센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수공예 소품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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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의집 아트센터HANA(하나아트센터)에서 그림 그리기나 만들기 등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장애인들의 모습. |
··창작공간·상품화·저작권 유통 등 이어진 구조 주목
··무장애 일상화 위한 지속가능 상설거점 필요성 제시
일본 나라시 외곽에 자리한 아트센터HANA(하나아트센터)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넓고 쾌적했다. 건물 밖에서 전경을 사진에 담으려 했지만, 한 컷에 다 들어오지 않을 만큼 공간은 컸다. 안으로 들어서자 창작실과 수공예 직조실, 작품 보관 공간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작업하고, 작품이 쌓이고, 다시 전시와 상품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한 공간 안에 있었다.
이 공간의 뿌리는 1973년 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부모와 당시 학교 교사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재단법인 ‘민들레의집’이다.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사회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처음부터 예술기관으로 출발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곳에서 장애인들의 창작 활동이 본격화됐고, 점차 복지와 예술, 교육, 일자리, 지역 교류로 확장됐다.
민들레의집은 장애인의 일상과 복지 현장을 담당하는 사회복지법인 와타보우시노카이, 예술 프로젝트와 연구·교육 활동을 펼치는 재단법인 민들레의집, 이를 뒷받침해온 시민 네트워크가 맞물려 움직이는 구조다. 복지 현장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이 문화예술 프로젝트로 확장되고, 다시 일과 유통, 지역사회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이 활동은 하나아트센터와 Good Job! Center KASHIBA(GJ센터), 에이블아트컴퍼니로 이어지며 하나의 장애예술 생태계를 형성했다. 민들레의집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지역 안에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기반과 철학을 만들었다면, 하나아트센터는 이들이 일상적으로 창작하고 표현할 수 있는 상설 공간으로 기능했다. GJ센터는 창작물을 디자인과 상품, 일자리, 비즈니스로 연결했고, 에이블아트컴퍼니는 작품의 권리와 유통을 맡아 장애예술이 사회 안에서 지속될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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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아트센터 공예실에서 생산활동을 하는 장애인들. 일본 직조방식을 바탕으로 보다 간편하게 개발한 직조베틀을 이용해 작품활동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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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J센터에서는 장애인들이 만든 이미지를 바탕으로 가방과 파우치, 엽서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선보인다. 사진은 센터 내 마련된 아트숍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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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J센터에서는 장애인들이 생산한 이미지를 활용해 다양한 문화상품을 제작해 판매한다. |
1995년 장애가 무능력이 아닌 또 다른 가능성(Able)이라는 취지 아래 에이블아트 운동이 제창되면서 장애예술을 바라보는 새로운 흐름이 확산됐다. 에이블아트 운동은 나라현 민들레의집을 중심으로 싹튼 장애인 문화예술운동으로, 장애인의 예술 활동을 치료나 보호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한 사람의 고유한 표현과 사회적 가능성으로 바라보자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나라현에서 축적된 활동은 이후 도쿄로 확장됐고, NPO 법인 에이블아트재팬(Able Art Japan) 활동으로 이어지며 일본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하나아트센터는 이 같은 철학이 공간으로 구현된 곳이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출퇴근하거나 활동하며 회화, 공예, 수직조 등 다양한 창작 활동을 이어간다. 단순한 작업실이 아니라 작품을 만들고, 보관하며, 상품으로 확장하는 과정이 한 공간 안에서 이어진다. 상설 공간이 있다는 것은 작업할 방이 있다는 의미를 넘어, 작품과 경험이 축적될 수 있는 기반이 있다는 뜻이었다.
다케타니 유카리 민들레의집·아트센터HANA 코디네이터는 이곳의 지속성을 설명하며 ‘눈앞에 있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존재를 먼저 짚었다. 다케타니 코디네이터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함께 활동하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사람들의 행복을 생각했을 때 무엇이 중요한가는 시대가 변해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가 있는 멤버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 가족, 지역 사람들까지 모두가 행복하고 좋은 상태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전날 찾은 GJ센터는 그 기반을 일과 시장으로 확장하는 거점이었다. GJ센터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예술활동을 디자인, 상품 제작, 비즈니스, 일자리로 연결한다. 작품은 GJ센터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문화상품이자 생활용품으로 확장되며, 지역 기업이나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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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J센터 스튜디오 전경. |
후지이 요시히데 GJ센터 부센터장 겸 디렉터는 이 같은 구조가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작품을 상품과 디자인으로 연결하는 일은 단순히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표현과 가능성이 사회 안에서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작품이 일과 수입, 사회와의 관계로 이어질 때 장애예술은 복지시설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과 시장 속에서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곳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장애인의 작품을 판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가운데 이들이 생산한 작품을 하나의 예술이자 디자인 자원으로 보고, 사회 안에서 실제로 쓰이고 유통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구조였다. 장애가 있는 사람의 그림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그림’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브랜드, 지역산업과 만나는 창작 자원이 되는 방식이다.
에이블아트컴퍼니는 이 흐름의 또 다른 축이다. 장애예술인의 작품이 지속 가능한 활동으로 이어지려면 전시 기회만으로는 부족하다. 작품의 권리를 관리하고, 기업과 기관의 활용을 연결하며, 라이선스와 상품화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에이블아트컴퍼니는 장애가 있는 사람이 예술을 일로 삼을 수 있도록 작품과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나라현 사례가 보여준 것은 상설공간의 필요성을 넘어 그 공간이 작동하기 위한 조건이었다. 복지와 창작공간, 작품 관리, 상품화, 저작권 유통, 지역 네트워크가 함께 움직일 때 장애예술은 일회성 행사에 머물지 않는다. 민들레의집과 하나아트센터, GJ센터, 에이블아트컴퍼니는 장애예술이 복지의 부속사업이 아니라 지역을 바꾸는 문화 인프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복지에서 출발한 장애예술이 창작, 전시, 상품화, 일자리, 저작권 유통, 지역사회 참여로 확장될 때 상설공간의 존재 이유도 분명해진다. 장애인이 머무르고 활동할 공간을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공간 안에서 만들어진 작품과 경험이 사회와 만나야 공간은 지속될 수 있다. 결국 상설공간은 비어 있는 건물이 아니라, 장애예술이 지역 안에서 살아 움직이도록 하는 기반이어야 한다는 점을 나라현 사례는 보여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일본 나라현=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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