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국가 예산 800조 시대…재원 ‘주도하는’ 도시로

노진성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원

광남일보 gn@gwangnam.co.kr
2026년 09월 28일(월) 18:56
노진성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원
정부는 2027년도 국가 예산을 800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확대하고, 인공지능과 첨단산업, 청년, 지방주도 성장 등 미래 경쟁력과 지역 발전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국가재정의 확대는 지방에 분명 새로운 기회다. 그러나 국가 예산의 파이가 커진다고 우리 지역의 몫까지 저절로 커지는 것은 아니다.

전국의 지방정부가 정부의 정책 방향을 읽고, 한정된 재원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예산의 규모가 아니다. 누가 먼저 준비하고, 누가 더 경쟁력 있는 사업을 만들며, 누가 국가를 더 설득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이제 우리 시의 대응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다리는 행정에서 만들어내는 행정으로, 사업을 찾는 행정에서 사업을 설계하는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가 공모사업을 발표한 뒤 우리 지역에 맞는 사업을 찾아 신청하는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앞으로 어디에 재정을 집중할 것인지 한발 앞서 읽고, 우리 지역의 산업과 인재, 문화와 도시자원을 국가의 정책 방향과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그 연결을 통해 단순히 ‘우리 지역에 필요한 사업’이 아니라 ‘국가가 이 지역에 투자해야 할 이유가 있는 사업’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과 재정 흐름을 상시적으로 분석하고, 부서 간 칸막이를 넘어 지역의 핵심 현안을 중심으로 사업을 융합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사업을 발굴하는 데서 끝나서도 안 된다. 중앙부처와의 협의부터 예산 반영, 집행과 성과관리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져야 한다.

무엇보다 성과를 단순히 ‘얼마를 가져왔느냐’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많은 국비를 확보했더라도 지방비 부담이 크고 향후 운영비가 과도하다면 시민에게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예산의 액수가 아니라 그 예산으로 무엇을 만들어내느냐이다.

이제 성과의 기준을 ‘금액’에서 ‘변화’로 바꿔야 한다.

국가 예산 800조 원 시대는 단순히 정부가 더 많은 돈을 쓰는 시대가 아니다. 국가가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지역의 미래가 달라지는 시대다.

그렇다면 지방정부 역시 달라져야 한다.

재정의 흐름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먼저 읽고, 지역의 필요를 국가 정책과 연결하며, 우리가 필요한 사업을 국가가 함께 투자할 가치가 있는 사업으로 만들어내야 한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출범은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낼 새로운 기회다.

광주와 전남이 가진 산업 기반과 인재, 연구·교육 역량, 에너지와 미래산업 기반, 도시와 농촌의 자원을 하나의 전략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중요한 것은 통합으로 커진 규모 자체가 아니다. 커진 기반과 역량을 어떻게 국가의 투자로 연결하느냐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의 필요를 나열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통합특별시의 강점과 가능성을 바탕으로 국가가 해결해야 할 과제를 찾아내고, 이를 우리 지역에서 실현할 수 있는 사업으로 설계해야 한다.

국가가 투자할 곳을 정한 뒤 그 기회를 잡는 데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국가의 투자 방향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얼마를 가져왔느냐’에서 ‘무엇을 바꾸었느냐’로.

‘공모사업을 얼마나 신청했느냐’에서 ‘지역의 미래를 얼마나 준비했느냐’로.

지방정부의 경쟁력은 단순히 중앙정부로부터 얼마나 많은 재원을 확보했느냐에 있지 않다. 지역의 미래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설계하고, 그 필요성과 가능성을 국가에 증명해 더 큰 투자를 이끌어 내느냐에 있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분명하다.

기회를 기다리는 데 머물지 않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 정부의 예산을 따라가는 데 그치지 않고 국가의 투자를 이끌어 내야 한다.

준비한 지역이 기회를 잡고, 설계한 미래가 투자를 불러온다.

지금은 기다릴 때가 아니다. 국가의 재정 흐름을 한발 앞서 읽고, 우리 지역의 가능성을 구체적인 사업과 비전으로 설계해 그 가치를 국가에 증명해야 할 때다.

2027년 국가 예산 800조 원 시대. 우리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단순히 더 많은 예산을 확보하는 데 머무르지 않기를 바란다.

국가가 먼저 주목하고 투자하고 싶은 지역, 국가의 투자를 지역의 성장동력으로 만들어내는 지역, 나아가 필요한 국가투자를 스스로 설계하고 이끌어 내는 도시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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