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체 소는 누가 키울 건데?

강동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 사무국장

광남일보 gn@gwangnam.co.kr
2026년 09월 28일(월) 18:56
강동희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 사무국장
“그건 그렇고, 그렇게 다들 잘나서 밖으로 나 돌아다니면, 대체 소는 누가 키울 거야? 소는 누가 키워!”

오래전 KBS 2TV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였던 ‘두분토론’에서 꼰대의 극치를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던 개그맨 박영진씨가 유행시킨 명대사다. 당시에는 단순히 웃음을 자아내는 희극적 대사로 치부됐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이 질문은 조직 관리와 공동주택 경영의 현장을 직면할 때마다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오곤 한다.

기왕 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으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나간 일에 대해 뒤늦은 후회를 꼬집는 이 오래된 속담은 MZ세대에게는 조금 예스러운 비유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일상 속에서 타성에 젖어 범하는 방심과 무감각을 지적할 때, 이보다 더 날카롭고 적절한 비유를 찾기도 어렵다.

우리는 왜 늘 소를 잃어버리고 난 뒤에야 비로소 외양간의 문고리를 채우고 허물어진 담장을 서성이게 되는 걸까. 문고리가 헐거워졌다는 사실을 진짜 몰라서가 아니다. “지금까지 별일 없었는데 앞으로도 괜찮겠지”, “여태껏 늘 이렇게 해왔는데 굳이 지금 고칠 필요가 있나”라는 식의 매너리즘과 타성이 우리의 눈을 가리기 때문이다. 조직의 변화나 철저한 점검을 요구하는 현장의 목소리는 늘 ‘당장 시급하지 않다’는 이유로, 혹은 ‘귀찮고 번거롭다’는 현실적인 반박에 부딪혀 힘을 잃기 일쑤다.

하지만 속담 속 농부가 소를 정성껏 키우는 본래의 목적을 가만히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농부가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소에게 풀을 먹이고 외양간을 청소하며 돌보는 까닭은 단순하다. 소가 건강하게 자라 논밭을 힘차게 갈아엎고, 마침내 가을날 풍성한 결실을 거두기 위함이다. 농사의 성과는 소의 힘에서 나오고, 소의 힘은 매일 먹이는 풀 한 줌과 외양간의 쾌적한 환경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정작 소를 돌보고 살피는 일에는 게으르면서 가을의 풍요로운 성과만을 바란다면,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경영이 아니라 무책임하고 막연한 탐욕일 뿐이다.

어떤 조직이든 ‘경영’과 ‘관리’를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가슴 속 깊이 품어야 할 기본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조직의 참된 성과는 화려한 구호나 거창한 장기 계획서에서 나오지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평범한 하루 동안, 남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사소하고 작은 일에 마음을 기울이고 정성을 다하는 ‘기본의 축적’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최근 언론을 통해 끊임없이 접하게 되는 공동주택의 대형 안전사고나 거액의 공금 횡령 사건들을 볼 때마다 주택관리사로서 마음이 무거워짐을 금할 수 없다. 입주민의 일상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나서야 원인을 파악하고 서로 책임을 공방하는 모습은, 헐거워진 외양간 문을 방치했다가 결국 소를 잃고 울부짖는 농부의 허망한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동주택을 관리하고 경영하는 입장에서 진정한 ‘책임’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불행한 사고나 사건이 터진 뒤 수습책을 신속히 발표하는 순발력이 아니다. 막을 수 있는 위험을 미리 막고, 예방할 수 있는 사고를 평소에 철저히 차단하는 고요하지만 단단한 실천이다. 오늘 외양간의 헐거워진 징두리를 다시 고쳐 매고, 소의 건강 상태를 세심히 살펴야 하듯이 시설을 매일 점검하고 위험요소들을 찾아내어 개선하는 일을 끊임없이 계속해야 한다. 관리 시스템 전반의 허점을 사전에 점검하는 그 진득한 정성이야말로 관리의 본질이다.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에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외부회계감사는 관리비만 축내며 비리를 적발하지 못하고 소용없다는 무용론도 있으나 대형 횡령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효과는 있다.

소는 결코 어느 날 갑자기 외양간을 뚫고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가 아주 작은 균열과 징후를 무심코 지나쳐왔을 뿐이다. 커다란 불행과 위기를 막아내는 힘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늘 이래왔으니까”라는 익숙한 타성을 깨트리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 내 앞에 놓인 작고 사소한 업무 하나에도 정성과 마음을 기울이는 것, 그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소를 잃지 않기 위해 매일 아침 가장 먼저 외양간을 둘러보는 농부의 진실한 마음. 그것이야말로 이 시대의 수많은 공동주택과 다양한 조직을 이끄는 모든 경영자와 관리자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가장 깊고 숭고한 책임의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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