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시대, 에너지가 경쟁력]<5>에너지 전환 선두 선 싱가포르

글로벌 청정 에너지, 전남광주 미래 밝힌다
싱가포르, 좁은 국토·자연 제약
태양광·해외 저탄소 전력 조달
아시아 7개국 진출한 거린에너지
국내 사업 확대 총 379MW 확보
네이버와 전력구매 협력 추진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싱가포르=정현아 기자 aura@gwangnam.co.kr·싱가포르=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09월 29일(화) 18:28
거린에너지가 진출해 있는 아시아 7개 국가.
싱가포르는 국토 면적과 자연환경의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반면, AI와 데이터센터 등으로 안정적인 전력 확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태양광 발전 확대와 해외 저탄소 전력 조달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기업 거린에너지도 아시아 각국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확대하며 전력 공급 기반을 넓히고 있다. 싱가포르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기업의 청정전력 조달 수요를 살펴보고, 거린에너지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추진하는 사업의 의미와 지역 에너지 산업이 풀어야 할 과제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아시아 재생에너지 개발사 거린에너지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3개의 태양광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첨단 제조업이 성장하면서 안정적인 전력 확보가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지뿐 아니라 어떤 에너지원으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지도 기업의 주요 경영 과제가 됐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국제적 흐름과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조달 수요가 맞물리면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산업의 역할도 확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2030년 세계 전력 수요가 연평균 3.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 부문의 전기화와 전기차 보급, 냉방 수요 증가에 더해 AI와 데이터센터 확산이 전력 수요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같은 기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연평균 8%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시장의 성장은 발전 설비를 늘리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력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기업과 발전사업자를 장기적인 공급·구매 계약으로 연결하는 방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는 에너지 전환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태양광 발전 확대와 저탄소 전력 확보에 나섰으며, 2030년까지 태양광 설비 2GWp를 배치하고 2035년까지 저탄소 전력 4GW를 수입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2023년 상반기 기준 싱가포르의 발전 에너지원에서 천연가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달했다. 국토 면적과 자연환경의 제약으로 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이 제한적인 만큼, 자체 발전 확대와 함께 해외에서 저탄소 전력을 조달하는 방안도 에너지 전환의 주요 축으로 꼽힌다. 기업의 청정전력 수요와 국가 간 전력 공급망이 재생에너지 산업의 사업 기회로 연결되는 배경이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거린에너지(Gurin Energy)는 아시아의 에너지 전환을 목표로 태양광과 풍력 발전사업을 개발하고 발전소를 보유·운영하는 재생에너지 기업이다.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일본 등 아시아 7개국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발전 설비와 에너지저장장치를 결합한 에너지 공급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에너지저장 솔루션을 개발·운영해 아시아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앞당기고, 장기적으로 100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거린에너지와 네이버는 최근 데이터센터용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 역시 거린에너지가 아시아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전략적 시장으로 삼은 국가다. 회사는 국내에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사업을 발굴해 왔으며, 지난해 10월에는 글로벌 재생에너지 기업 EDP 리뉴어블스 아시아태평양(EDP Renewables APAC)의 국내 풍력·태양광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를 인수했다. 인수 대상 사업의 발전용량은 303MW 규모로, 이를 통해 국내 개발 프로젝트 포트폴리오는 600MW 이상으로 확대됐다. 같은 해 광주에 둔 한국 본사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 사무소도 개소하며 국내 사업 기반을 넓혔다.

거린에너지가 한국 시장을 확장하는 배경에는 재생에너지 발전용량 확대와 기업의 청정전력 조달 수요가 맞물리는 흐름이 있다. 회사는 한국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기여하는 동시에 정부와 기업, 지역사회와 협력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사업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발전소 개발 규모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전력 공급과 지역사회에 돌아가는 효과까지 고려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나 고 거린에너지 PB 디렉터는 한국 진출 배경에 대해 “여러 국가의 시장 가능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한국을 사업 대상지로 살펴봤다”며 “한국 시장에 진출한 이후 사업 여건을 검토해 적합한 프로젝트를 발굴해 왔다”고 설명했다. 특정 지역을 먼저 정해놓고 한국에 진출했다기보다 한국 시장의 가능성을 검토한 뒤 구체적인 사업지를 찾아 나섰다는 취지다.

거린에너지가 국내에서 주요 사업지로 주목한 곳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진도군과 고흥군이다. 전남 지역을 사업 거점으로 삼은 배경에는 서남권의 재생에너지 개발 여건이 자리한다. 태양광 발전사업은 일사량뿐 아니라 부지 특성, 토지 이용 가능성, 전력 계통과의 연결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진도와 고흥은 거린에너지가 국내 사업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지역으로 부상했다.

고 디렉터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국가와 지역마다 다른 여건을 면밀하게 살펴 추진해야 한다”며 “사업에 적합한 부지를 찾고 실제 발전사업으로 이어가기까지 다양한 조건을 검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린에너지는 올해 8월 진도와 고흥에서 추진하는 태양광 발전사업 3건에 대해 총 379MW 규모의 전기사업허가를 확보했다. 진도그린태양광이 216MW, 진도지도염장태양광이 65MW, 고흥누리태양광이 98MW 규모다. 고흥누리태양광은 금양그린파워와 공동으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세 사업은 전남 지역에서 거린에너지의 사업 기반을 구체화하는 주요 프로젝트로, 향후 후속 인허가와 건설, 계통 연계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전남 지역의 재생에너지 자원은 향후 산업 수요와 연결될 가능성도 있다. 광주특별시는 AI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산업의 성장도 예상된다. 산업 기반이 확대될수록 전력 공급의 안정성과 탄소 배출 저감 방안을 함께 마련해야 하는 만큼, 지역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산업 현장의 수요와 연결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거린에너지는 진도 지역 주민과 토지주들과 함께 태양광 발전산업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거린에너지는 이 같은 흐름에 맞춰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9월 16일 네이버와 AI·클라우드 인프라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네이버는 진도그린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일부 지분 투자와 장기 전력구매계약(PPA) 체결을 추진할 예정이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과 ‘각 춘천’ 등 AI·클라우드 인프라 운영에 필요한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협력의 주요 목적이다.

PPA는 발전사업자와 전력 구매자가 일정 기간 전력을 거래하기로 약정하는 계약 방식이다. 발전사업자는 장기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전력 구매자는 재생에너지 조달 계획을 수립할 수 있다. 발전소 개발과 실제 전력 수요처를 연결한다는 점에서 재생에너지 시장의 새로운 성장 경로로 주목받는다. 다만 네이버와의 협력은 현재 MOU를 바탕으로 지분 투자와 장기 전력구매계약을 추진하는 단계로,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공급 규모는 추후 확정될 예정이다.

거린에너지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 구상도.
아시아 재생에너지 개발사 거린에너지는 본사가 위치한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일본 등 아시아 7개국에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발전사업의 확대와 함께 지역사회와의 관계도 거린에너지가 풀어야 할 과제다.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은 장기간 지역에 자리하는 만큼 사업 추진 과정에서 주민 의견을 듣고 신뢰를 쌓는 일이 중요하다. 현지 인력 활용 역시 지역과의 접점을 넓히는 방안 중 하나다.

고 디렉터는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현지 인력과 지역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사업의 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발전 설비 개발뿐 아니라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재생에너지 시장이 성장할수록 사업자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복합적으로 늘어난다. 발전량 변동을 보완할 전력망과 저장장치 확보, 환경 영향 검토, 주민 의견 수렴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특히 사업 초기의 인허가 확보가 곧 발전소 준공이나 상업운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거린에너지가 확보한 379MW 역시 전기사업허가 규모로, 실제 건설과 운영에 앞서 사업별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거린에너지의 진도·고흥 사업은 아시아 재생에너지 기업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사업 기반을 넓히는 사례다.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기업의 재생에너지 조달 필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지역의 발전 잠재력을 실제 전력 공급과 산업 수요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발전소 건설과 전력 공급이 실현되고 지역사회와의 협력까지 뒷받침된다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 재생에너지 자원이 산업 경쟁력을 지원하는 기반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커질 전망이다.

한나 고 디렉터는 “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 설비를 개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전력 수요와 연결하고, 사업을 추진하는 지역사회와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 전남을 중심으로 한국에서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재생에너지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에너지 전환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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