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농업인을 찾아서]임동현 파우더리 네이처㈜ 대표

군복 벗고 농산물 가공 도전…그린바이오 미래 연다
분무건조·미세캡슐화 적용…천연 기능성 소재 맞춤 구현
아이디어 설계-시제품·소량생산까지 원스톱 체계 구축
공정 데이터 AI 학습·교육사업 추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2026년 09월 29일(화) 18:55
임동현 파우더리네이처㈜ 대표
농산물을 분말화 해 만든 제품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해 10여년간 군인의 길을 걸었지만, 지금은 농산물과 버려지는 부산물에서 기능성 성분을 찾아 새로운 식품으로 만드는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한 이가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곡성군에서 분무건조 기술로 농산물을 고부가가치 소재로 바꾸고 있는 임동현 파우더리 네이처㈜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안정적인 군인의 길 대신 농업을 선택한 출발점에는 영암으로 귀촌, 농사를 짓던 부모님이 있었다. 농민들이 1년 동안 공들여 생산한 농산물의 가격과 가치가 정작 생산자가 아닌 유통 과정에서 결정되는 모습을 지켜보며 농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인 한계를 절감했다.

생산과 유통구조를 단번에 바꾸기는 어렵지만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면 농민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임 대표는 전역 후 식품공학을 공부하며 농산물의 기능성 성분을 추출해 보관과 활용이 쉬운 분말로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서는 아내와 함께 사업을 시작할 지역을 찾아 나섰다. 당시 사업 기반과 자금이 부족했던 그는 전남지역 여러 지방자치단체에 사업계획과 정착 의사를 담은 이메일을 직접 보냈다.

해남과 강진 등에서도 도움의 손길이 왔지만 최종 선택은 연고가 전혀 없던 곡성이었다. 청년 창업과 지역 활성화를 대하는 곡성군 관계자들의 적극적인 태도에 마음이 움직였다. 광주와 1시간 이내에 오갈 수 있는 접근성과 섬진강·지리산을 품은 자연환경도 결정에 힘을 보탰다.

그렇게 초기 브랜드 ‘팜야’로 출발한 사업은 현재 파우더리 네이처로 확장됐다. 파우더리 네이처는 농산물과 천연물의 가치를 기능성 분말로 구현하는 식품 제조기업이다. 단순히 주문받은 제품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료의 특성과 기능성 성분을 분석해 제품을 설계하고, 시제품 제작부터 생산·포장까지 연결하는 제조업체 개발생산(ODM)이 주력이다.

회사의 핵심 기술은 액상 원료를 미세하게 분사한 뒤 뜨거운 공기로 짧은 시간에 말리는 ‘분무건조’다. 액체 상태의 원료를 장비 내부에 안개처럼 뿌리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하면서 고운 분말만 남는다.

분유와 인스턴트커피, 의약품 등의 생산에 널리 활용되는 기술이지만 대부분 대규모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사용돼 농가나 초기 창업기업이 소량의 시제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파우더리 네이처는 최소주문수량에 얽매이지 않고 소량 생산과 제품 개발을 지원하며 이러한 틈새를 공략하고 있다.

특히 농업인이 직접 생산한 원료로 시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기존에는 소량의 분무건조를 맡길 업체를 찾기 어려워 자체 농산물 대신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 분말을 섞어 시제품을 만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파우더리 네이처는 원료 추출부터 배합, 분말화까지 맡아 농산물이 실제 상품으로 이어지도록 돕는다. 고객이 농산물이나 제품 아이디어를 가지고 찾아오면 먼저 원료의 특성을 분석하고 목표 소비자와 제품 용도를 정한다.

농업인은 원료 생산에는 능숙하지만 식품 제조와 상품 설계 경험은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성분을 살리고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지 기본 방향을 설계한 뒤 첫 번째 샘플을 제작한다. 이후 고객의 의견을 반영해 맛과 향, 색, 영양성분, 물에 녹는 정도, 입자 크기와 분말의 흐름성 등을 조정한다. 샘플 제작과 보완을 반복해 원하는 품질을 구현하면 시제품 생산과 포장, 납품으로 이어간다.

고객이 제시한 규격대로 제품을 생산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보다 제품 개발 과정에 깊숙이 참여하는 구조다. 명확한 제조법이 없는 아이디어 단계부터 원료의 소재화와 상품 설계를 함께 진행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분무건조는 원료를 말린 뒤 분쇄하는 일반적인 방식과도 구별된다. 액체 상태에서 맛과 향, 영양성분과 물성을 조정한 뒤 건조하기 때문에 제품의 용도에 맞춰 분말의 조성을 설계할 수 있다.

여러 활성 성분을 하나의 액상 원료에 혼합해 건조하면 각각의 분말을 따로 만든 뒤 섞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성분 편차도 줄일 수 있다. 파우더리 네이처는 이를 ‘멀티 액티브 코-캡슐레이션’으로 부른다. 각각의 입자가 비교적 균일한 성분과 농도를 갖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일반적인 공정으로 분말화하기 어려운 오일을 고체 형태로 바꾸거나 특정 성분이 입안이나 위가 아닌 장에서 녹도록 설계하는 것도 가능하다. 향이 쉽게 날아가지 않도록 보호하거나 원료 특유의 불쾌한 냄새와 쓴맛을 줄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과정에는 핵심 성분을 보호물질로 감싸는 미세캡슐화 기술이 적용된다. 어떤 보호물질을 사용하고 캡슐 구조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열과 산소, 습기로부터 성분을 보호하고 체내에서 방출되는 시점도 조절할 수 있다.

분무건조 과정에서는 200도 안팎의 열풍을 사용하지만 액상 원료가 장비를 통과하는 시간은 10초가 채 되지 않는다. 미세하게 분사된 원료 자체의 온도는 열풍 온도만큼 올라가지 않아 영양성분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다만 모든 원료에 분무건조가 적합한 것은 아니다. 열에 민감한 비타민C 등을 주요 성분으로 삼는 제품은 동결건조가 유리할 수 있다. 반면 열에 비교적 안정적인 성분이나 입자의 구조와 용해도를 조절해야 하는 제품은 분무건조의 활용도가 높다.



고로쇠 아이스티 사과맛·블루베리맛


파우더리 네이처는 이 같은 기술을 활용해 국내에서 개발된 흑누리 보리 품종으로 커피를 대신할 수 있는 인스턴트 차를 만들었다. 카페인을 섭취하기 어려운 임산부와 카페인 알레르기가 있는 소비자 등을 겨냥한 제품이다. 감초에서 단맛을 추출해 설탕 사용을 줄인 감초커피와 고로쇠 수액에 라즈베리를 결합한 분말도 개발했다. 냉동 상태로 유통해야 했던 고로쇠 수액은 분말화를 통해 상온에서 2년 동안 보관할 수 있도록 개선했다.

여주의 쓴맛을 줄인 추출분말과 곡성 특산물인 토란의 아린 맛을 낮추면서 바삭함과 찰기를 살린 부침가루, 녹차에 토종 민트인 방앗잎 추출물을 혼합한 민트그린티 등도 개발 제품에 포함됐다.

최근에는 뿌리보다 사포닌 함량이 높은 인삼 잎을 활용한 기능성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인삼 잎의 풋내와 쓴맛을 줄인 뒤 분말로 만드는 방식이다. 전자코와 전자혀 등 분석 장비를 활용해 맛과 향의 변화를 수치화하고 적정 배합비를 찾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파우더리 네이처가 주목하는 또 다른 영역은 상품성이 떨어지는 농산물과 버려지는 부산물이다. 포도잎과 감잎, 귤껍질, 비상품 토마토 등에도 폴리페놀과 라이코펜을 비롯한 기능성 성분이 들어 있어 추출과 분말화 과정을 거치면 새로운 식품 소재가 될 수 있다.

농산물을 단순한 먹거리로만 바라보지 않고 천연 기능성 소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 임 대표의 구상이다. 넓은 농지를 확보해 생산량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청년농이 자신만의 원료와 제품을 갖춘 그린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는 것이다.



각종 농산물을 활용, 분말로 만든 제품들고 있는 파우더리 네이처㈜


파우더리 네이처㈜ 전경


이와 함께 올해는 외형 확대보다 교육·컨설팅 체계와 인공지능(AI) 기반 공정기술을 구축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농업인이 기능성 소재와 식품 개발의 기초를 배우고 자신이 생산한 원료로 시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다. 제품 개발 방향 설정과 사업계획 수립, 실습, 시제품 제작을 하나의 과정으로 묶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AI를 활용한 분무건조 공정 최적화도 추진한다. 원료의 종류와 배합비, 건조 온도 등 축적된 공정 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새로운 원료가 들어왔을 때 적합한 생산조건을 빠르게 찾아내는 기술이다.

현재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의 지원을 받아 기술 개념을 검증하는 POC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다품종 소량 생산은 원료가 바뀔 때마다 여러 차례 실험해야 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AI가 최적 조건을 예측하면 시제품 개발 기간과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 분말 제조 이후의 사업 영역도 넓혀갈 계획이다. 기능성 분말에 코팅 기술을 적용해 체내에서 성분이 방출되는 시점을 조절하고, 이를 알약 형태로 만드는 타정과 포장까지 하나의 생산체계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임동현 파우더리 네이처㈜ 대표는 “농업의 미래는 농산물을 단순히 생산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그 안의 기능성 성분을 찾아 천연물 산업으로 확장하는 데 있다”며 “농업인이 가진 아이디어가 그린바이오 제품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분말화라는 가장 큰 기술적 문턱을 낮추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90675709547994000
프린트 시간 : 2026년 09월 29일 20: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