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쌀은 남아도, 식량안보 시간은 남지 않는다

신민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신민호 gn@gwangnam.co.kr
2026년 09월 30일(수) 15:09
신민호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의회운영위원장
인공지능이 산업의 언어를 바꾸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도 사람이 먹는 쌀 한 그릇을 만들어내지는 못한다. 지난해 일본이 겪은 쌀 파동은 자급률과 재고 같은 숫자가 실제 식량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에서 지역 농업 현장을 지켜봐 온 사람으로서 이 교훈을 우리 정부에도 던지고 싶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쌀이 사회문제가 됐다. 슈퍼마켓 진열대에서 쌀이 사라지자 정부는 비축미를 풀었다. 지난 8월 일본 농림수산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국민이 먹는 열량을 기준으로 한 식량자급률은 37%로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최저치였다. 흥미로운 것은 같은 해 생산액을 기준으로 한 자급률은 오히려 66%로 올랐다는 점이다. 쌀과 축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돈으로 계산한 자급률’은 상승했지만 국민이 먹는 식량 가운데 국내에서 생산한 비중은 줄어든 것이다.

더 눈여겨볼 것은 파동의 원인이다. 일본 정부는 인구가 줄면 쌀 수요도 계속 감소하리라는 과거 추세를 근거로 수요를 전망했다. 그러나 실제 수요는 예측을 웃돌았고, 고온의 영향으로 쌀 생산 여건까지 나빠졌다. 장부상 민간 재고는 있었지만 대부분 판매처가 정해진 물량이어서 비상시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결국 부족했던 것은 쌀의 절대량이 아니라 예상이 빗나갔을 때 버틸 수 있는 여유가 부족했던 것이다.

한국의 상황은 더 녹록지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3 식품수급표’ 기준 칼로리 자급률은 32.5%, 사료용을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1.6%로 일본(27.6%)에도 못 미친다. 경제협력개발기구와 유엔식량농업기구가 함께 낸 ‘농업전망 2026~2035’는 우리 곡물자급률이 2035년 16.8%까지 낮아지고, 쌀 재배면적은 69만4000㏊에서 59만8000㏊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서 식량안보를 위협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외부 공급망이 끊기는 것이다. 세계 곡물 생산은 지난해 30억t을 넘겼지만 2026~2027년 세계 곡물 재고율은 32%, 전 세계가 약 3.8개월간 소비할 수 있는 수준이다. 문제는 세계적으로 곡물이 충분하더라도 언제든 우리가 필요한 만큼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몇몇 수출국이 자국 물가를 이유로 수출을 제한하면, 우리가 실제로 구할 수 있는 곡물은 순식간에 줄어들 수 있다.

다른 하나는 국내 생산기반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지난해 전남 쌀 생산량은 68만7000t으로 전년보다 3.2% 줄어 전국 1위 자리를 처음으로 내줬고, 벼 재배면적도 3.6% 감소했다. 전국 쌀의 5분의 1을 담당해 온 지역에서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함께 줄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볼 수 없다. 이는 전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식량 생산기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두 위협 앞에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냉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위성영상과 기상 데이터를 결합한 작황 예측, 병해충 조기 진단, 자율주행 농기계는 고령화된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메울 수 있다. 그러나 예측하는 것과 실제 식량을 확보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그 시점에 실제로 확보할 물량과 생산할 기반이 남아 있지 않다면 아무리 정확한 예측도 경고에 그친다. 논은 필요하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다시 만들 수 없다.

그래서 필자는 정부에 세 가지를 촉구한다.

첫째 국가 식량안보를 관리하는 지표에서 생산액이 아니라 열량 기준 자급률을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 위기 때 국민을 실제로 먹일 수 있는 능력을 판단하려면 농산물이 얼마에 팔리는지보다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식량을 공급할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2027년 열량 자급률 목표를 50%로 정했지만 현실은 32.5%에 머물러 있다.

둘째 비축을 가격 조절용과 안보용으로 분리해야 한다. 안보용 비축은 일정 물량 이하로 방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가격을 잡기 위해 비축미를 풀더라도 흉작이나 수출 제한 같은 위기에 대비할 최소한의 물량은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셋째, 최소한의 농지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 물론 우리 농지 여건상 자급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생산기반을 포기하자는 뜻은 아니다. 국내 생산 유지와 조달망 다변화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국 쌀의 상당 부분을 떠받쳐 온 전남과 같은 지역은 더욱 그렇다. 전남의 농업을 단순히 지역 산업의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식량안보를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바라봐야 한다.

시장의 눈으로 보면 남는 쌀은 비용이다. 그러나 안보의 눈으로 보면 그것은 공급망이 흔들리고 논이 줄어드는 위기 앞에서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다. 그 시간을 지금 사둘 것인가, 위기가 닥친 뒤에야 아쉬워할 것인가. 정부가 지금 이 질문에 답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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