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창업, 미래를 열다] <8>'넥스트로컬' 강진에 뿌리 내리는 청년들

청년이 떠나는 지역서 청년이 창업하는 지역으로
서울 청년들, 강진의 자원 만나 ‘지역기업’으로 성장
청자·쌀귀리·전통주 등 지역자원이 창업 아이템으로
‘넥스트로컬’, 청년 지역 정착·경제 선순환 모델 제시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강진=이진묵 기자 sa4332252@gwangnam.co.kr
2026년 10월 13일(화) 15:22
강진 여주를 활용해 피클 등을 만들고 창업을 통해 강진에서 이탈리아 음식점인 ‘라라잇’을 운영하고 있는 임고은 대표.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청
강진의 농산물을 활용해 전통주와 하멜촌맥주를 만드는 양조기업인 ABBF를 설립한 김휘은 대표. 지역의 쌀 등을 활용해 술을 빚고 이를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발전시키면서 강진의 농업과 관광, 외식산업을 연결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청
ABBF 매장에 진열된 강진의 농산물을 활용해 개발한 맥주와 음료 등 다양한 제품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청
강진군은 전문가와 선배 창업가의 맞춤형 멘토링, 업종별 창업 교육 등을 통해 창업가들이 사업 준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업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청
강진군은 전문가와 선배 창업가의 맞춤형 멘토링, 업종별 창업 교육 등을 통해 창업가들이 사업 준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시행착오를 줄이고 사업 역량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청
강진군과 서울특별시의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에 참여하는 청년 참가팀의 창업 계획 발표와 지역 탐방이 진행된 ‘강진군 넥스트로컬 지역캠프’.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청
강진군과 서울특별시의 지역연계형 청년 창업 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에 참여하는 청년 참가팀들이 ‘강진군 넥스트로컬 지역캠프’에서 창업 계획 발표 등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청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로 지방소멸 위기가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강진군에서 서울 청년들이 지역 자원을 활용해 창업하고 지역에 정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이들이 단순히 귀촌이나 이주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디자인과 식품, 예술, 외식, 양조 등의 전문성을 강진의 문화·농특산물과 결합해 새로운 사업을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디자인 달비, 오트릿, 아트랩소디, ABBF, 라라잇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 기업은 서울시가 추진하는 지역연계형 청년창업 지원사업인 ‘넥스트로컬’을 통해 강진과 인연을 맺은 뒤 지역 자원을 조사하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해 창업으로 연결, 강진에 사업장을 마련하고 지역사회와 관계를 맺으며 ‘외부에서 들어온 청년’에서 ‘강진의 기업인’으로 성장하고 있다.



△라라잇…강진 여주를 ‘지역의 맛’으로

강진 병영면에 정착한 라라잇(대표 임고은)은 지역 농산물인 여주를 활용한 피클 등을 만들고 이탈리아 음식점까지 운영하면서 농업과 식품, 외식을 결합한 사업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라라잇의 특징은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농산물을 새로운 관점에서 상품화했다는 것이다. 여주의 특유의 맛과 식감을 살리면서 피클로 개발해 소비자가 쉽게 접할 수 있는 가공식품으로 만들었다.

여기에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음식과 식당을 결합하면서 생산된 농산물이 가공식품과 외식상품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특히 지역에 정착한 청년이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농산물 생산 현장을 직접 경험하면서 사업 아이템을 찾아냈다는 점은 지역소멸 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디자인 달비…‘청자’의 매력을 현대적 문화상품으로

디자인 달비(대표 이정민)는 강진의 대표 문화자원인 고려청자와 지역의 역사·문화자원을 현대적인 디자인 상품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넥스트로컬을 통해 강진을 처음 접한 달비는 당시 강진의 관광자원이 풍부한 데 비해 관광객들이 구입할 수 있는 지역 특화 상품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영랑생가와 시문학파기념관, 다산박물관, 고려청자 등 강진의 문화자원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를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후 청자와 전통문양 등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상품 개발로 사업영역을 넓혔다. 전통 청자를 그대로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적인 생활용품과 디자인 상품으로 재해석해 젊은 소비층에게 다가가는 방식이다.

강진 청자의 비색과 전통문양을 활용한 상품은 지역의 전통산업과 디자인을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다. 관광객이 강진에서 보고 지나가는 청자가 아니라 일상에서 사용하거나 소장할 수 있는 상품으로 바꾸면서 지역문화의 소비방식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오트릿…쌀귀리 활용 가공식품 다양화

강진의 대표 농산물인 쌀귀리를 활용해 식품을 개발하는 오트릿(대표 이지희)도 넥스트로컬을 통해 강진과 인연을 맺은 청년기업이다.

오트릿은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귀리를 단순한 농산물로 바라보지 않고 새로운 식품산업의 소재로 접근했다. 강진의 쌀귀리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을 개발하면서 생산농가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쌀귀리 부각 등 기존의 귀리 제품과 차별화된 상품을 개발하면서 지역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농민이 생산한 원물을 그대로 판매하는 것과 달리 청년기업의 아이디어와 가공기술을 더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들어내면서 지역 농업과 청년창업이 결합하는 구조를 만들어냈다.

오트릿은 무엇을 생산하느냐뿐 아니라 이를 어떻게 가공하고 어떤 소비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판매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 농산물의 생산 기반과 청년의 기획·마케팅 역량이 결합할 경우 농촌지역에서도 새로운 일자리와 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아트랩소디…예술로 지역에 머무는 이유 만들어

예술치유 프로그램과 러닝케이션 등을 운영하는 아트랩소디(대표 전지윤)는 문화·예술과 지역관광을 결합한 사례다.

아트랩소디는 강진의 자연과 문화자원을 활용해 예술치유 프로그램과 다양한 체험형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지역을 단순히 관광하고 지나가는 공간이 아니라 일정 기간 머물면서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러닝케이션은 관광과 교육, 체험을 결합해 강진에서 머물며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배경으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관광의 형태를 ‘보는 관광’에서 ‘머무르고 참여하는 관광’으로 확장하고 있다.

이는 지역소멸 시대 관광정책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관광객 수를 늘리는 것만으로는 지역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지만 관광객이 지역에서 오래 머물고 체험과 소비를 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면 지역경제와 연결되는 폭도 커진다.

아트랩소디는 청년이 가진 예술적 전문성을 강진의 문화·관광자원과 결합해 새로운 지역서비스 산업으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ABBF…지역특산물 쌀을 막걸리와 맥주로

ABBF(대표 김휘은)는 강진의 농산물을 활용해 전통주와 하멜촌맥주를 만드는 양조기업이다.

지역의 쌀 등을 활용해 술을 빚고 이를 하나의 지역 브랜드로 발전시키면서 강진의 농업과 관광, 외식산업을 연결하고 있다.

농산물이 생산되는 지역에 가공·제조기업이 함께 자리 잡으면 지역경제의 부가가치가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줄이고 지역 안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양조장은 관광객에게 단순히 술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지역의 역사와 농업,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ABBF는 청년창업이 서비스업이나 소규모 판매업에 국한되지 않고 지역 농업과 연계된 제조업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원받는 청년’에서 ‘지역경제의 주체’로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창업의 출발점이 강진이라는 지역이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강진에 연고가 있거나 기존 사업장을 이전해온 것이 아니라 넥스트로컬을 통해 강진의 자원을 조사하고 지역을 경험하면서 사업 가능성을 발견했다. 지역을 알아가는 과정에서 단순한 관광객이나 방문객이 아닌 사업자로서 강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청자는 디자인 상품이 됐고, 쌀귀리는 식품이 됐으며, 여주는 피클과 음식점으로 재탄생했다. 지역의 농산물은 전통주와 맥주가 됐고, 강진의 문화와 자연은 예술치유와 러닝케이션이라는 새로운 관광 콘텐츠로 발전했다.

이는 지역자원의 가치가 자원 그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사람의 관점과 활용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이들 기업의 성장은 청년정책의 방향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지방의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단순히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정착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년들이 자신의 능력을 활용해 돈을 벌고 성장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과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넥스트로컬은 바로 이 지점에서 가능성을 보여준다. 청년을 지역에 일방적으로 내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을 직접 경험하고 지역 안에서 자신의 사업모델을 찾도록 한다. 서울이라는 대도시에서 축적한 청년들의 전문성과 아이디어를 지역의 자원과 결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지역소멸 위기 대응…‘사람을 데려오는 것’에서 ‘일을 만들게 하는 것’으로

지역소멸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이 떠난다는 데 있지만,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단순히 지역에 사람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원하는 일과 미래를 설계할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강진의 청년창업 사례는 새로운 해법을 보여준다.

외부 청년에게 지역을 정착의 대상으로만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창업과 성장의 무대로 제시하고, 지역자원을 활용해 자신의 사업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청년이 지역에 들어와 사업을 시작하면 그 자체로 지역경제의 새로운 주체가 된다. 지역 농산물을 구매하고, 지역 주민과 협력하며,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빈 공간을 활용하고,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낸다.

청년 한 명의 정착이 단순히 인구 한 명의 증가에 그치지 않고 지역 안에서 새로운 경제활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강진의 사례는 아직 거대한 기업이나 대규모 일자리를 만들어낸 성공모델은 아니지만 지역소멸 시대에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작은 변화다.

한 명의 청년이 지역에 들어오고, 하나의 사업장이 문을 열고, 지역의 농산물이 하나의 상품으로 만들어지고, 관광객이 그 상품을 사기 위해 지역을 찾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지역경제의 새로운 연결망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강진군은 청년들의 창업이 지역상권의 변화로 이어지고, 다시 청년들의 지역 정착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현장 중심의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청년들이 강진에서 꿈을 펼치고 안정적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창업과 사업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며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지원에 교육과 멘토링을 더해 청년들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청년들의 목소리를 적극 수렴해 창업 과정과 운영 여건에 맞는 실효성 있는 맞춤형 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정렬 기자 holbul@gwangnam.co.kr 강진=이진묵 기자 sa4332252@gwangnam.co.kr        박정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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