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800조 반도체 투자, 이제 전남광주 시민이 화답할 차례

신현구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신현구 gn@gwangnam.co.kr
2026년 10월 13일(화) 17:52
신현구 광주경제진흥상생일자리재단 대표이사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지금 천년의 기회 앞에 서 있다.

지난 6월 2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서남권에 각각 400조 원씩, 총 800조 원을 투자해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 역시 서남권을 새로운 반도체 생산거점으로 육성하고 필요한 기반을 지원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인구 감소와 청년 유출, 취약한 산업기반으로 지역의 미래를 걱정해 온 전남광주에 이보다 더 큰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 반도체 산업은 공장만 들어오는 것이 아니다. 소재·부품·장비를 비롯한 수많은 전후방 기업과 전문인력, 연구개발과 교육, 서비스산업까지 함께 움직인다. 제대로 뿌리내린다면 전남광주의 산업지도를 바꾸고 청년이 떠나는 지역을 기업과 인재가 찾아오는 지역으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정말 계획대로 될까”, “기업이 나중에 생각을 바꾸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나온다. 대규모 장기투자인 만큼 전력과 용수, 인력과 정주환경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만 하며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 기업이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도록 우리가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이번 기회는 한 가지 요인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첨단산업의 새로운 축을 지역으로 확장하려는 정부의 정책적 결단과 국가균형발전 의지가 있었고, 글로벌 기업들도 사업성과 인프라, 성장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투자계획을 내놓았다.

여기에 마지막 한 축이 더해져야 한다. 바로 전남광주 시민의 힘이다.

기업하기 좋은 지역은 정부나 행정의 노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제도와 지원책 못지않게 기업을 바라보는 지역사회의 분위기와 문화가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기업하기 좋은 전남광주 만들기 시민운동’을 제안하고 싶다.

거창한 조직이나 예산부터 만들자는 것이 아니다. 먼저 지역사회 전체가 “전남광주는 기업을 환영합니다”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자. 시민·경제단체·노동계·대학·언론·공공기관이 함께 기업의 어려움을 듣고 불합리한 관행은 없는지 살펴보자. 새로 오는 기업과 근로자, 가족들을 외지인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갈 새로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 문화도 만들어 가자.

작은 실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삼성과 SK의 지역 투자계획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환영과 감사의 뜻을 표현하고, 지역에 투자하고 지역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의 제품을 선택하는 ‘기업사랑 운동’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업을 환영한다고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환경·노동·안전과 사회적 책임은 당연히 지켜져야 한다. 잘못된 것은 지적하되 잘하는 것은 박수치고, 필요한 것은 함께 해결하는 성숙한 지역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우리가 바라봐야 할 곳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이 아니다. 반도체는 수많은 소재·부품·장비 기업과 1·2차 협력업체가 함께 움직이는 생태계 산업이다. 800조 원의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그 뒤를 따라올 기업들이 전남광주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이다.

“저 지역은 기업을 환영한다. 기업이 어려움을 겪으면 함께 해결하려 한다. 직원과 가족이 내려가 살아도 좋은 곳이다.”

이런 평가가 기업인들 사이에 퍼진다면 그보다 강력한 투자유치 정책이 어디 있겠는가. 따라서 시민운동은 삼성과 SK만을 위한 운동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전남광주의 기업문화를 바꾸고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업하기 좋은 지역을 만들어 가는 운동으로 발전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지역 발전을 이야기할 때 정부가 무엇을 해줄 것인지, 기업이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를 먼저 물었다. 이제 질문을 바꿔보자.

“우리 시민은 무엇을 할 것인가.”

800조원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10년, 20년 뒤 전남광주의 모습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AI·데이터·에너지·미래 모빌리티 산업이 연결되고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면 청년이 떠나는 지역을 기업과 인재가 찾아오는 지역으로 바꿀 수 있다.

기업이 투자 의지를 바꿀까 걱정하기보다 기업이 다른 생각을 할 이유가 없도록 우리가 먼저 움직이자. 행정만의 일도, 정치권과 경제계만의 일도 아니다. 우리 시민 모두의 일이다.

기회가 왔을 때 붙잡는 것도 지역의 실력이다.

정부의 정책적 결단이 길을 열고 글로벌 기업의 선택이 기회를 만들었다면, 이제 전남광주 시민의 힘으로 천년의 기회를 현실로 만들 차례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신현구 gn@gwangnam.co.kr         신현구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이 기사는 광남일보 홈페이지(www.gwangnam.co.kr)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www.gwangnam.co.kr/article.php?aid=1791881542548845192
프린트 시간 : 2026년 10월 13일 19:3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