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시간이 품은 가치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2026년 10월 13일(화) 18:38
정채경 문화체육부 차장 대우
1935년 문을 연 광주극장이 국가등록문화유산 등록을 앞두고 있다. 최근 국가유산청이 광주극장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등록 예고했다.

오래된 극장 하나가 문화재가 된다는 것은 그곳을 드나든 사람들, 스크린 앞에 앉아 울고 웃던 시간, 도시가 함께 쌓아온 장면들이 문화적 기억으로 인정받는 일이다.

광주극장은 오랜 세월 같은 자리에서 관객을 맞았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거리였던 충장로에 문을 연 광주극장은 판소리와 창극을 올리며 지역민의 한을 달래던 공간이었다. 당시 이곳에서 울려 퍼진 국창 임방울 선생의 대표곡 ‘쑥대머리’는 민중의 한과 설움을 달랬고, 백범 김구 선생의 방문 일화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극장을 둘러보면 의자와 스크린, 계단과 로비 등에 시대마다 밴 다른 표정과 마주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첫 영화의 설렘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혼자 하루를 견디던 조용한 피난처였으리라. 극장은 그렇게 개인의 기억을 품으며 도시의 시간을 함께 쌓아왔다.

오늘날 영화관은 더 빠르고 편리한 방식으로 바뀌었고, 영화를 감상하는 방식 역시 달라졌다. 그러나 광주극장의 가치는 효율과 속도의 논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상영관 하나를 지키고, 오래된 건물을 고쳐가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꾸준히 소개해온 일은 도시 문화의 다양성을 지켜온 일이기도 하다.

문화유산으로서의 광주극장은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여전히 영화가 상영되고, 관객이 드나들며, 새로운 이야기가 쌓이고 있다. 그런 점에서 광주극장의 가치는 ‘오래됨’보다 ‘계속됨’에 있는 게 아닐까. 시간의 흔적을 간직하면서도 지금 이 순간 살아 있는 극장이라는 점이 특별하다.

마침 광주극장은 개관 91주년을 맞아 영화제를 준비하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11월 15일까지 관객을 맞는다. 문화재 등록을 앞둔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는 것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 한 도시가 쌓아온 기억의 한자리에 앉는 일과도 같다. 광주극장을 찾는 일은 오래된 건물을 둘러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도 관객을 맞으며 이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역사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객석에 앉아 스크린에 불이 켜지는 순간, 우리는 광주극장이 왜 지켜져야 하는 공간인지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다. 과거의 유산이자 현재의 문화공간인 광주극장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불을 밝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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