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청년 삶 흔드는 전세사기 실질적 구제를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김은지 기자 eunzy@gwangnam.co.kr
2026년 10월 14일(수) 18:49
김은지 산업경제부 기자
전세사기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뉴스에서 피해 사례를 접해도 내가 사는 집, 내 주변에서 벌어질 일이라고 여기기는 어렵다. 하지만 전남광주에서도 전세사기 누적 피해자가 2000명을 넘어섰다. 멀리 떨어진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역 안에서도 이미 수많은 사람이 보증금을 잃고 주거 불안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피해자 결정을 시작한 2023년 6월 이후 전국 누적 피해자 결정 건수는 4만1559건으로 늘었다. 피해자 가운데 30대가 50.7%, 20대가 25.18%를 차지했고, 20세 미만까지 포함하면 40세 미만이 전체의 75.89%에 달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자산을 형성해야 할 청년층이 피해의 상당 부분을 떠안고 있는 셈이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면 당장 살 곳을 구하는 일부터 막막해진다. 대출 상환과 추가 주거비 부담까지 겹치면 어렵게 모은 자산은 물론 앞으로의 계획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닌데도 피해를 수습하는 과정은 개인이 감당해야 할 몫으로 남는다. 전세사기가 단순한 재산 피해를 넘어 주거와 생계의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다.

정부도 피해 회복을 위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 9월 말까지 매입한 전세사기 피해주택은 1만1148호다. 올해 1~9월에만 6157호를 매입하며 속도를 높였다. 피해자의 주거 안정을 돕는 조치지만, 주택 매입 실적이 곧 피해자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증금 손실에 따른 금융 부담은 얼마나 줄었는지, 지원 이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지까지 살펴야 한다.

피해자 인정은 구제의 출발점이다. 피해자로 인정받았다고 해서 보증금이 곧바로 돌아오거나 주거 불안이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지원 절차가 복잡하고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피해자는 또 다른 어려움을 감당해야 한다. 피해주택 매입뿐 아니라 법률·금융 상담과 주거 지원이 실제 회복으로 이어지도록 제도를 촘촘히 연결해야 한다.

전세사기 예방 역시 개인의 주의만 강조해서는 한계가 있다. 계약 전 위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하고,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청년층의 피해가 집중되는 현실을 고려해 보증금 손실이 장기간의 주거 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의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피해자 수와 주택 매입 실적은 정책의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숫자 뒤에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빨리 주거를 되찾고 일상을 회복하느냐다. 전세사기 대책은 피해자를 인정하는 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피해자가 다시 평범한 일상을 이어갈 수 있을 때 비로소 구제도 제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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