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그늘, 공동체가 답하다]<6>광주특별시 광산구 복지정책

고립 해결 ‘관계 복지’…광산형 돌봄공동체 주목
‘1313이웃살핌’으로 주민·기업·행정 돌봄망 구축
‘1인 가구’ 고독사 예방·일상 회복·자조모임 연계
"살핌 넘는 관계회복"…지속적 돌봄·일자리 확대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2026년 10월 19일(월) 18:10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송정1동 한 고립가정에서 1313이웃지기 살핌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1313이웃지기 자조모임에서 손마사지와 함께 정서 돌봄을 통해 고립 위험이 완화되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 신창동 1313이웃지기 자조모임에서 생활형 체험활동인 원예프로그램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가 1인 가구 증가와 사회적 고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주민이 직접 이웃의 안부를 살피고 관계를 회복하는 ‘상호돌봄 공동체’ 조성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행정과 주민, 기업, 복지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민·관·산·학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고립 예방과 일상 회복은 물론 돌봄 일자리 창출까지 연결하는 선순환 모델로 발전하고 있다.

10일 광산구에 따르면 대표 사업인 ‘1313이웃살핌’은 지난 2023년 5월부터 추진 중인 주민 주도형 관계 기반 돌봄 사업이다. 가족 해체와 개인주의 확산, 고령화, 경기 침체 등이 맞물리며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화되자 기존 행정 중심 복지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지역 돌봄 모델을 구축했다.

실제로 광산구의 1인 가구는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17만3040세대 중 6만6975세대로, 전체의 38.7%를 차지한다. 혼자 생활하는 중·장년층과 청년층이 빠르게 늘면서 사회적 단절과 우울, 고독사 위험도 지역사회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광산구는 ‘고립 문제 해결의 핵심은 결국 사람과 사람의 연결’이라는 판단 아래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관계 중심 복지’로 정책 방향을 전환했다.

광산돌봄학교에서 이뤄진 1313이웃지기 신규교육을 수료한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1313이웃살핌’이라는 이름에는 사업의 철학이 담겨 있다. 주민인 이웃지기 1명이 고립 위험 가구 3세대를 살피고, 이 가운데 1명에게 다시 이웃단짝 3명을 연결해 관계망을 확장한다는 의미다. 단순한 안부 확인을 넘어 고립된 주민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 관계망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됐다.

사업에는 광산구와 21개 동 행정복지센터, 7개 복지관,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광산구자원봉사센터, 사회복지학 교수진, 투게더광산 나눔문화재단 등 37개 기관과 주민 20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평동·하남산단 중소기업 대표들이 참여하는 ‘선한기업100+ 원탁회의’도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사업 운영 재원 대부분을 지역 기업들의 자발적 사회공헌 모임인 ‘선한기업100+’의 후원금으로 마련하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기준 누적 후원금은 7억원에 달한다.

광산구는 후원금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매월 카드뉴스 형태로 사업 운영 현황과 주요 사례를 공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기업과 지역사회 간 신뢰 기반의 협력 구조도 강화하고 있다.

1313이웃살핌은 무엇보다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춘다. 이웃지기들은 매주 한 차례 이상 고립 가구를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산책, 식사, 문화 프로그램 참여 등을 함께하며 관계 형성을 돕는다. 이웃단짝은 가까운 곳에 거주하면서 수시로 살핌이웃의 상태를 확인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광산구는 이웃지기들의 지속적인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1313공감소’도 운영하고 있다. 공감소에서는 활동 사례 공유와 전문가 슈퍼비전, 심리 회복 프로그램 등을 제공해 활동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감정 소진을 예방한다. 힐링 워크숍과 카카오톡 운영방을 통한 사례 공유도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성과 사례는 송정1동의 ‘30대 장애인 남매 고립 탈출’ 사례다.

당시 이들 남매는 지적장애가 있는 어머니와 함께 장기간 외부와 단절된 채 생활하고 있었다. 부친이 남긴 연금으로 생계를 유지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지만, 이웃지기 활동을 계기로 지역사회와 다시 연결됐다.

이후 이웃지기와 이웃단짝은 남매를 자조모임과 산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도왔고, 현재는 두 사람 모두 마을 봉사활동에 참여할 정도로 긍정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마을 곳곳에서는 다양한 자조모임도 운영되고 있다.

우산동에서는 ‘함께한끼’ 사업을 통해 나눔식당 4곳이 고립 가구와 식사를 함께하며 관계 형성을 돕고 있다. 지난해에만 464명에게 식사를 제공했으며, 단순한 급식 지원을 넘어 정서적 돌봄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다.

‘우산동은 싱글벙글’ 자조모임에서는 원예치료와 수박화채 만들기 등 계절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수완동에서는 야간 산책 프로그램 ‘달빛따라 건강한 걸음’을 통해 고립 가구의 외부 활동을 유도했다.

신흥동에서는 전통시장 체험 프로그램인 ‘장보GO 안부살피GO’와 소규모 요리 프로그램 ‘알콩달콩 요리교실’이 진행됐으며, 저장강박과 상실감을 겪는 1인 가구를 위한 ‘금쪽이의 봄 프로젝트’도 운영됐다. 정리정돈과 건강식단, 산책 활동 등을 결합해 장기적인 일상 회복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1313 이웃살핌사업 이웃지기 역량강화를 프로그램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이 같은 노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살핌 대상자 301명을 조사한 결과 사회적 우울감은 26.8점에서 23.4점으로, 고립감은 23.4점에서 19점으로 감소했다.

고독사 위험도 조사에서는 고·중위험군 비율이 감소한 반면 저위험군 비율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참여자의 경우 단기간 내 고립 위험 완화 효과도 확인됐다.

광산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돌봄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26년부터 ‘1313 마을돌봄코디’ 시범사업을 운영해 이웃살핌 활동 경험이 있는 주민 12명을 선발·양성할 계획이다.

마을돌봄코디는 자조모임 운영과 관계 형성을 지원하는 현장 중심 돌봄 인력으로 활동하게 된다. 광산구는 도산동·우산동·월곡동·수완동·신창동·첨단동 등 6개 공유공간을 거점으로 자조모임과 문화·식사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방침이다.

광산구 관계자는 “고립 문제는 행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과제”라며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는 관계망을 통해 고립 없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주민 참여와 기업 사회공헌 연계를 확대해 지속 가능한 광산형 돌봄 모델을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1313 이웃살핌사업 이웃지기 활동가들의 화합과 힐링을 목적으로 전북 무주·임실군 일원에서 ‘1313 영웅들의 가을여행’이 진행됐다. 사진제공=전남광주통합특별시 광산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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