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다리 작업 사고 예방, 현장서 답 찾아야

황종문 안전보건공단 건설안전부장

황종문 gn@gwangnam.co.kr
2026년 10월 21일(수) 18:30
황종문 안전보건공단 건설안전부장
사다리는 승·하강을 위한 통로이자 높은 곳에서 작업할 때 사용하는 도구지만 안전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사용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 요양 승인 기준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사다리 작업 중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346명, 부상자는 4만554명에 달한다.

정부도 사다리 사고를 줄이기 위해 수년간 다양한 예방 대책을 마련해 왔다. 하지만 사다리 자체의 구조적 한계와 사용자의 안전조치 미흡이 겹치면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사다리 사고의 원인은 크게 제품의 안전성과 사용 과정의 문제로 나눠 볼 수 있다.

먼저 제품 측면에서는 산업용 사다리에 대한 안전관리 체계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짚어야 한다. 국내 사다리 안전관리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소관 제도와 연계돼 있지만, 산업용 사다리에 특화된 형식 분류와 별도의 안전인증 체계는 미흡한 실정이다.

사용 단계에서도 제도와 현장의 괴리가 나타난다. 2024년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이동식 사다리를 작업발판으로 사용하는 경우 안전 기준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사다리 작업의 높은 위험성을 고려해 자립할 수 있는 구조의 사다리를 사용하도록 하는 등 제한도 뒀다.

사다리의 버팀대는 사다리가 지면을 딛고 서 있도록 하는 수직 부재를 말한다. 벽에 기대어 사용하는 일자형 사다리는 버팀대가 2개이고, 발붙임 사다리인 A형 사다리는 4개다. 일자형 사다리는 벽면에 기대어 사용하는 특성상 특정 작업에서 안정적인 자세를 확보하는 데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기준에 따라 작업발판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다리의 구조가 제한되면서 일부 작업자는 기존 작업 방식과 규정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물론 작업자가 익숙하게 사용해 왔다는 이유만으로 위험성이 높은 작업 방식을 허용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규정의 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다양한 작업환경에서 안전 기준이 실질적으로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편리함 때문에 사다리를 손쉽게 선택하는 관행을 바꾸는 일이다. 작업발판 설치가 어렵다는 이유로 사다리를 관행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닌지 사업장 스스로 점검해야 한다.

법과 규정은 안전의 최소 기준을 제시하지만, 모든 작업환경의 위험을 일일이 없애 줄 수는 없다. 결국 사업주와 근로자가 현장에서 위험 요인을 찾아 제거하거나 더 안전한 방식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을 함께 기울여야 한다. 안전장치가 갖춰진 제품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실천이 뒷받침될 때 제도의 효과도 커질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산업용 사다리의 보급과 활용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산업용 사다리는 상부에 작업발판과 안전난간을 갖추고, 전도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구조 설계와 아웃트리거 등 안전장치를 적용한 제품이다. 천장이나 벽면 작업을 할 때 작업자가 보다 안정적인 자세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 추락과 전도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국내에서도 산업용 사다리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S마크 인증은 해외 안전인증 기준 등을 바탕으로 제품의 안전성을 심사하는 임의안전인증제도다. 다만 산업용 사다리는 기존 가정용 사다리에 비해 휴대성과 비용 측면에서 부담이 있어 현장 보급이 더딘 상황이다.

이에 공단은 휴대성과 안전성을 높인 ‘K-사다리(한국형 안전사다리)’를 개발하고 중·소규모 사업장에 재정 지원을 통해 보급하고 있다. 관련 특허 기술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더 많은 업체가 제품을 생산·판매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사업장에서는 이러한 지원제도를 적극 활용해 작업 여건에 맞는 안전한 장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법적 규제나 제도적 개선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장 스스로 위험 요인을 제거하거나 대체하기 위한 현장 실천 방안 마련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안전한 ‘산업용 사다리’의 도입은 단지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조치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가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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