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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우상 광주·전남건축가회장은 “건축가가 존경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건축의 공익성 및 수월성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최기남기자 bluesky@gwangnam.co.kr |
유 회장은 광주시 디자인자문위원회 위원과 광주시의회 정책네트워크 위원, 목포시 원도심개발 자문위원, 사단법인 도코모모 코리아 이사 등을 역임했다. 광주의 중요한 자산인 광주폴리의 3차 사업 당시 위진복 UIA건축 소장·영국왕립건축사와 함께 공동 큐레이터로 참여한 바 있으며, 현재는 국제어바니즘(IFOU)포럼 이사와 광주시 공공디자인 위원, 전남도 공공디자인 진흥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양한 요직을 거치면서 터득한 노하우가 광주·전남건축가회 회장을 맡기까지 활동 범위를 넓히게 된 발판이 된 듯하다.
유 회장을 만나기 위해 지난 7월19일 오후 그의 연구실을 찾았다. 전남대학교 공대 2호관 3층에 자리한 그의 연구실은 마주보고 있는 양 벽이 건축 이론서와 건축 작품을 수록한 외국 서적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그는 광주·전남건축가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기 위해서는 이에 앞서 관련 단체를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건축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는 여러 단체가 있지만 대표적으로 ‘대한건축사협회’와 ‘한국건축가협회’의 성격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대한건축사협회’는 쾌적한 도시와 건축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설립된 건축사(建築士)들의 모임인 반면, ‘한국건축가협회’는 건축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회원들 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성격이 강하다.
“‘대한건축사협회’가 경제적인 데 좀 더 가치를 둬 이익을 도모하는 곳이라면, ‘한국건축가협회’는 그보다 공익적 성격이 더 강해요. 그것을 알면 조금 더 이해가 쉬울 겁니다. 서로 추구하는 바와 기질이 다른 것이죠. 한쪽으로 치우치기 보다 두 단체가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건축이 발전한다고 보면 됩니다.”
‘대한건축사협회’가 건축사 자격증이 있는 이들, 즉 직접적으로 허가를 내는 이들이 소속돼 있는 곳인데 비해 ‘한국건축가협회’는 자격증이 있는 이들 뿐만 아니라 다방면으로 건축 문화에 공헌하거나 연구하는 이들이 함께 소속될 수 있어 건축을 이해하는 폭이 넓다는 차이를 잊지 않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건축가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건축의 기능과 재정, 사회성, 예술성 등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기능을 비롯해 사회·문화적 측면을 부각시켜 건축을 둘러싼 문제를 두루 연구하고 다방면으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도맡는다고 강조했다.
1957년에 창립한 한국건축가협회는 전국에 3800여 명의 회원들이 있으며, 광주·전남지회는 1962년 전남지부로 결성돼 오랜 기간 광주건축가회로 활동하다 2년 전 광주·전남지회로 개명했다. 최근 5년 사이에 회원이 2배 가량 늘어 현재 90여명의 회원들이 활동 중이다.
그는 회장으로 임명된 6개월 동안 조직을 정비하는데 공을 들였다. 부회장과 수석 부회장, 회장으로 운영되던 체제를 업무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세분화했다. 이에 기존 1명이던 부회장을 3명으로 늘렸다. 이와 함께 젊은 세대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청년위원회를 결성하고, 친목이 중요한 단체인 만큼 청년층과 중장년층, 노년층 등 세대를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위원회 역시 존재하도록 조직을 구성했다. 이런 변화 덕분인지 최근 3년 사이 젊은 세대 연구자와 건축사들이 대거 유입, 청년들이 중심이 돼 협회가 움직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에게 회장으로서의 포부를 묻자 이같은 질문을 처음받아 봤다고 했다. 한참을 고민한 뒤에도 “생각해본 적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부회장을 거치면 수석 부회장이 되고, 결국 회장까지 맡게 되는 운영 방식으로 인해 투표로 선출된 회장이 아니어서다. 협회 일을 많이 하면 자연스럽게 회장에까지 도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는 특별하게 무언가를 구상하기보다는 지금까지의 흐름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질문을 받고 나서 포부를 생각해본 적 없다는 걸 깨달았네요. 회장이 되고 나서 새롭게 뭔가를 이뤄야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습니다. 그저 지금까지 해온 일을 꾸준히 지켜내고, 그 안에서 조금씩 스펙트럼을 확장해 나가는 게 의무이자 회장으로서 할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지역의 건축 상황에 대해 묻자 그는 건축·도시공간 혁신정책을 추진하기 위한 총괄건축가 제도가 도입된데 이어 6월 공공건축가제도까지 도입돼 공공성 측면에서 점차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건축가의 전문성과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현재의 분위기에 대해 아쉬워했다.
“제가 건축이라는 학문에 발을 디딜 때와 현재 상황이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건축사는 한 건물을 짓기 위해 건축주의 의견을 반영하고, 관련 법규를 확인, 주변과의 조화를 고려합니다.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을 하는 셈이죠. 여기에 조형성과 예술성을 고려해 무에서 유를 창출하지만, 여전히 건축사의 지적·정신적 전문성과 가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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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극장에서 열린 건축영화 심포지엄에서 설명하고 있는 유 회장. |
또 유 회장은 “건축설계사는 기사와 같이 기능인으로 본 잘못된 용어”라면서 “‘건축사’ 또는 ‘건축가’가 정확한 표현”이라고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용어를 바로잡기도 했다.
그는 건축물이 개인 소유라고 하더라도 단순하게 개인의 것으로만 봐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건축물은 건축주 소유지만, 시각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대부분의 건물은 일반 대중이 사용하기 때문이죠. 그 지점에서 공공적 성격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건축물을 개인의 것으로만 볼 게 아니라, 관련 법과 제도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하는 것이죠. 건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도시의 품격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결국 그 도시의 구성원이 어떤 건축과 도시를 원하는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죠.”
이에 따라 광주·전남건축가회는 건축이 문화의 한 영역이라는 것을 연구와 교육 활동 등을 통해 알리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같은 맥락에서 ‘광주건축대전’이라는 공모전과 건축의 가치와 공공성에 대해 알릴 교육프로그램인 ‘토요건축학교’ 및 ‘건축 투어’ 등을 진행 중이다.
광주건축대전은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광주미술대전의 건축 부문에서 지난해 독립해 올해 2회째를 맞았다. 오는 9월 수상작 발표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에는 180여 점 중 65점이 입상을 했는데, 올해는 180여 점 중 47점이 선정될 예정이다. 공모전 수상작 전시는 오는 9월25일부터 일주일 동안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선보일 계획이다.
토요건축학교는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진행 중이다. 지역별 협회가 각각 진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이지만, 서울과 함께 광주가 지역에서는 유일하게 지난 6년 동안 한 회도 거르지 않고 운영 중인데다 높은 참여율까지 보여 프로그램의 우수성을 인정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양림동을 돌면서 마을 속 근현대 건축물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축투어도 인기다.
그는 이같은 주요 사업을 향후 확장하고 싶어하는 눈치다. 광주교육청에서 진행하는 학교혁신공간사업과 연계해 학교를 찾아가는 건축 교육을 진행하고, 현재 양림동을 거점으로 진행 중인 건축투어를 광주·전남지역으로 확대해 삶 가까이에 있지만 잘 몰랐던 건축물의 가치를 발굴하고 싶다는 취지다. 또 건축이란 무엇인지, 각각의 특징들을 안내하는 건축투어해설사를 양성해 건축투어에 참여시키고 싶다는 의지를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광주·전남건축가회 회원들에 감사하다고 언급한 뒤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협회의 활동을 헌신적으로 수행하고 후원해주는 광주·전남건축가회 회원들에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건축가가 존경받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의 임기 내내 건축의 공익성 및 수월성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아울러 건축학과 교수로서 은퇴할 때까지 학생들이 건축을 문화로 인식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이끌어야죠. 회장 직분이 끝날 때까지 시민들과 ‘건축문화’를 공유하고, 함께 만들어가는데 매진하겠습니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프로필
△연세대 건축공학과 졸업 및 동 대학원 석사
△미시건대학 건축학 석사
△연세대 대학원 건축계획전공 공학 박사
△광주시 디자인자문 위원 역임
△목포시 원도심개발 자문위원 역임
△사단법인 도코모모 코리아 이사 역임
△광주시의회 정책네트워크 위원 역임
△국제온돌학회 논문집 편집위원회 위원장
△국제어바니즘(IFOU)포럼 이사
△광주시 공공디자인 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