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장석웅 전남도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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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초대석]장석웅 전남도교육감

"위기는 곧 기회…코로나19, 전남교육에 새 기회 제공"
원격수업·대면수업 장점 혼합한 ‘블렌디드 수업’ 준비
포스트코로나 TF…수업 혁신 전남에듀테크 정책 마련

코로나19 여파가 우리 사회를 가보지 않은 길로 안내하고 있다. 집힐 듯 잡히지 않는 상황이 10여개월 이어지면서 우리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많은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다. 쌍방향 소통이 가능한 디지털 학습 환경이 구축되고, 풍부한 학습 자료를 축적하며, 학생들의 다양한 특성을 고려한 미래형 학습 프로그램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교사들도 사상 초유의 학습대란을 겪으면서 학습량 부족과 학습 격차로 불안을 호소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특별한 사명감을 갖게 됐다.

지금까지 변방으로 취급받던 전남교육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미래교육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광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남교육에 새로운 희망을 발견했다”며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장 교육감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는 전남교육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면서 “청정자연과 건강한 생태적 환경에서 아이들을 미래인재로 키워내겠다”고 다짐했다.



- 올 한해 코로나19로 인해 학교수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현재 학교수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코로나19가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교육 분야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초 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해 전쟁 중에도 닫지 않았던 학교가 100여 일 정도 문을 닫았고 원격수업을 진행했다. 최근까지도 많은 아이들이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병행하며 수업을 받고 있다. 다행히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에서 1단계로 완화됨에 따라 전남교육청은 학생수 900명 이상 과대학교 18교를 제외한 모든 학교, 모든 학년에서 등교수업(전체 830개 학교중 98% 등교)이 이뤄지고 있다. 900명 이상 학교일지라도 지역 상황과 학교 여건을 고려해서 교직원, 학부모, 지자체와 협의 하에 등교수업을 늘리도록 하겠다.



- 1학기 온라인 원격수업 도입 과정에서 나타난 어려움은?

△갑자기 시작된 원격수업으로 우선 가정 내 학생들의 원격수업을 위한 PC, 스마트 기기 및 인터넷 통신 등 기반 시설이 필요했다. 선생님과 아이들 역시 원격수업에 활용할 플랫폼 및 콘텐츠의 부족을 절감했으며 익숙하지 않은 수업 방식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남교육청은 가정 내 원격수업이 어려운 취약계층 학생들에게 PC 1500여 대를 무상 제공했고 6500여 세대에는 인터넷통신비를 지원했다. 쌍방향 수업이 가능하도록 무선인터넷망(5200여 교실)을 확충했고, 교원들의 원격수업 지원을 위한 노트북(9300여대)을 보급했다.

전남의 열정적인 선생님들은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원격수업 플랫폼인 ‘전남교실ON 닷컴’을 구축해 큰 호응을 얻었다. ‘전남교실ON 닷컴’은 전남 뿐 아니라 전국, 나아가 구글사이트를 통해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아 ‘코로나19’ 극복 우수사례로 선정됐다.

그렇지만, 원격수업은 학생과의 소통, 학습격차 문제 등 한계가 있다. 앞으로는 원격수업의 장점과 대면수업의 장점을 혼합하는 ‘블렌디드’ 수업을 전남의 미래교육 수업모델로 만들기 위해 준비해 나가고 있다.

지난 5월 18일 코로나19 방역을 준비 중인 전남 담양고를 방문한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장석웅 전남도교육감.
- 원격수업을 인한 학습격차 심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남교육청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장기간 이어진 원격수업으로 상위권과 하위권의 차이가 더 벌어졌고 심하게는 중간층의 몰락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은 등교를 하지 않아 기초학력을 기르는 데 어려움이 크다.

따라서, 전남교육청은 기초학력 강화를 위해 올 1학기부터 전국 최초로 기초학력 전담교사제를 운영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기초학력이 부진한 초등 1~2학년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1대1 맞춤형 지원을 하는 프로그램으로 현재 22개 시·군에 초등정규교사 40명을 배치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 1학기 동안 운영 성과를 분석한 결과 아이들의 문해력, 수해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름 방학 기간에도 기초학력 향상을 위해 도내 132개 초등학교에서 기초국어, 기초수학, 영어 캠프를 운영했고, 읽기곤란 학생에 대한 집중 지원 프로그램을 광주교대 통합교육지원센터와 연계해 열었다. 또, 목포수학교육체험센터 등 14곳에서 초등 3·6학년 284명을 대상으로 체험, 놀이 중심 수학캠프를 운영해 초등학교 단계에서부터 이른바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교육과정도 개편이 필요한데 전남교육청의 계획은?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의 큰 수확 중의 하나는 개인별 맞춤 수업의 가능성을 본 것이다. 그동안 학생 개개인의 진로·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 선택 및 학생 수준별 수업이 가능한 개별 맞춤 수업을 모두가 간절히 원했지만 실제로 면대면 교실에서는 인적·물적 한계가 있었다. 이에 비해 그 제약이 없는 원격수업에서는 학생들의 진로·적성에 맞는 다양한 과목을 편성해 운영할 수 있다.

이에 맞게 교육과정도 개편해야 하며, 현재의 국가중심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으로 바뀌어야 한다. 향후 에듀테크(AI, 빅데이터, 모바일기술 등)를 활용한 원격수업은 학생의 학습 속도에 맞는 개별 맞춤학습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전남교육청은 ‘포스트코로나’ T/F를 꾸려 전남에듀테크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TF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전남수업 혁신과 원격교육 정책 추진 방향을 잡고, 5대 정책과제를 설정했다. 학교현장 원격교육 인프라(플랫폼) 구축, 학교현장 지원 콘텐츠 개발, 에듀테크 활용 수업 개선, 교사역량 강화 연수, 원격교육 격차 해소 방안이 그것이다. TF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전남의 미래 에듀테크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 코로나19로 인해 ‘작은 학교’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전남교육청이 ‘농산어촌 유학 프로그램’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

△코로나19 사태는 학교가 단순히 지식만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라 학교생활을 통해 아이들이 사회성과 인성교육을 위해서도 얼마나 중요한 지 깨닫게 해줬다.

학교 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농어촌 작은학교는 산과 들이 있는 청정 자연환경 속에서 매일 등교수업이 가능했다. 최근 농어촌 작은학교의 이런 장점이 알려지면서 도시 지역 학부모님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남교육청은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농산어촌유학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됐다. 서울의 초등 4학년~중학교 2학년 중에서 농산어촌으로 유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전남의 소규모학교로 전학 화 배우고 생활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구상이다. 우선은 순천, 곡성, 구례, 담양, 화순, 강진 등 6개 지역에서 홈스테이형, 센터형, 가족체류형 3가지 형태로 운영할 계획으로 세부사항을 논의중이다.

11월에는 서울시교육청과 MOU를 맺고 내년 3월부터 구체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5월 4일 목포 산정초에서 장석웅 전남도교육감과 학생들이 코로나19 덕분에 챌린지를 하고 있다.
- 인구·학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촌교육 활로 모색을 위해 ‘초·중 통합운영학교’도 추진하는 것으로 아는데, 그 내용은?

△전남 학생수는 1978년 93만여 명을 정점으로 현재 19만여 명까지 급격히 줄었다. 학교 역시 1982년 이후 통·폐합으로 인해 828여 개가 사라졌다. 학교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중심으로, 교육적 측면 뿐 만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의 중심인 학교가 폐교되면 지역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진다. 따라서 지역공동체를 살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학교가 살아야 한다.

지금까지 전남의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큰 성과가 없었다. 학교의 학생 수는 계속 줄고 있다. 현재 전남의 832개 학교 중에서 30명 이하의 학교가 무려 137개교, 60명 이하의 학교는 380개교로 전체학교의 43%를 차지한다.

학생 수가 적은 학교는 개별학습지도가 가능하거나 교육 시설을 많이 이용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지만 교사 배치에 어려움이 있고, 사회능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하는 데 한계가 있다. 또 기존 통·폐합은 원거리에 떨어져 있던 두 개의 학교를 한 학교로 통합해서 폐교된 지역에서는 학교가 없어져 심각한 후유증을 남겼다.

따라서 이번에 추진하는 초·중통합운영학교는 학생수가 적다고 해서 폐교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마을에 있는 초·중을 통합해 운영하는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작은학교가 전남교육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전남형 통합운영학교를 통해 미래교육에 적합한 최적의 교육환경을 만들고자 한다.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그린 스마트 스쿨’과 연계해 공간을 혁신하고 학교를 생태적으로 재구성하며 마을과 함께하는 복합공간을 조성할 것이다.

통합운영학교 성공을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초등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이 중등도 가르칠 수 있고, 중등 자격증을 가진 선생님이 초등 아이들도 지도할 수 있도록 법령이 개정되도록 교육부와 국회에 건의했다.

앞으로도 지역민과 교직원 등 다양한 현장 의견을 듣고 올해 말까지 미래형 통합운영학교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려고 한다. 통합운영학교가 성공적으로 정착이 되면 도시 아이들도 찾게 돼 농어촌 마을에 활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한다.



- 올 여름 긴 장마, 연이은 태풍 등으로 많은 피해가 있었다. 미래세대인 우리 아이들에 대한 환경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남교육청의 대책은?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더불어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감염병 발생의 근본 원인 또한 생태계의 파괴에서 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래세대인 아이들에게 환경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과제로 부상했다.

지난 7월 전국시도교육감이 모여 학교환경교육 비상선언을 했다. 미래세대의 건강과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 가능한 미래교육과 온실가스 감축 노력 등을 통해 지구공동체 생태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자는 취지였다. 정부에서도 그린 스마트 뉴딜 정책을 발표하며서 기후 위기 대응 노력과 생태문명 중심의 학교 환경 조성을 강조했다.

전남교육청도 올해부터 미래사회의 민주시민을 키우기 위한 학교생태환경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말보다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에 일회용 컵이나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기 등 학생회를 중심으로 꾸준히 실천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이 환경 친화적인 감수성을 갖추도록 자료집과 수업안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또한,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의 기능을 강화해 체험학습과 교사 연수를 활성화하고 있다.



- 끝으로, 전남도민과 교육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는 전남교육에 새로운 기회로 다가서고 있다. 지금까지 변방으로 취급받던 전남교육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미래교육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선제적이고 창의적인 대응과 정책으로 반드시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전남교육이 되도록 하겠다. 청정자연과 건강한 생태적 환경에서 우리 아이들이 미래인재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전남교육 모든 가족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할 것이다. 변함없이 응원해주시고, 격려해주시기 바란다.



<프로필>

- 율어중, 한재중, 화산중, 문평중, 미암중 옥천중 교사 역임

- 전남장애인교육권연대 공동대표(전)

- 학교급식전남운동본부 공동대표(전)

- 새로운 학교넷 자문위원(현)

-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전)

- 박근혜정권퇴진전남운동본부 공동대표(전)

- 전남교육포럼 혁신과 미래 대표(현)

-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장(전)

- 홍남순변호사 기념사업회 이사(현)
- 노무현재단 전남운영위원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 노무현재단 전남운영위원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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