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쿰브멜라 축제, 그리고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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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칼럼

인도 쿰브멜라 축제, 그리고 그 이후

김상훈 편집국장

[편집국에서]

#1

쿰브멜라는 세게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도의 힌두교 순례축제다. 힌디어로 쿰브는 ‘주전자·항아리’, 멜라는 ‘모임·집회’를 뜻한다.

이 축제의 기원은 힌두교 경전이자 서사시인 ‘라마야마’ 등에 등장하는 ‘우유 바다 휘젓기(Churning of the Ocean)’ 신화와 관련이 있다.

아주 오래전 신들과 악마들은 마시면 죽지 않는 영생의 약인 ‘암리타’(감로수)를 얻기 위해 전쟁을 벌였다.이에 절대신인 비슈누가 중재에 나서 신들과 악마가 함께 바다를 휘저으면 암리타를 나눠주겠다고 약속했다.

이들은 전쟁을 그치고 합심해 천년이나 우유 바다를 저은 결과 암리타가 생성됐고 항아리에 담기게 됐다.

그러자 신과 아수라 사이의 싸움은 다시 시작돼 12일 밤낮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비슈누가 항아리를 가지고 날아가다 암리타 네 방울을 나시크, 우자인, 프라야그라지, 하리드와르 등 4곳의 땅에 떨어뜨렸다.

인도인들은 신비한 영약이 떨어진 이곳의 신성한 강물에 몸을 담그고 씻으면 과거의 죄와 사악함을 씻을 수 있다고 믿어 힌두력(曆)에 따라 3년마다 이들 4지역을 돌아가며 쿰브멜라 행사를 열고 있다.

특히 갠지스강과 야무나강, 그리고 신화속 상상의 강인 사라스와티강이 합류하는 인도 북부 도시인 프라야그라지는 가장 신성한 곳으로 꼽혀 가장 규모가 큰 쿰브멜라 행사가 열렸다.

보통 쿰브멜라라고 하면 바로 12년마다 이곳에서 개최되는 푸르나 쿰브멜라(Purna Kumbh Mela)를 가리킨다.

1~2월에 걸쳐 6주동안 진행되는 이 축제에는 신분과 상관없이 세계 각국의 힌두교도들이 몰려들고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2019년에는 2억 4000만명이 축제에 참가했다고 한다.

가장 중요한 행사인 ‘상서로운 목욕의 날’에는 수백만 명이 넘는 힌두교도들이 갠지스강에 몸을 담그고 과거의 죄를 씻어 내는 의식을 치른다.

여자들은 사리를 입은 채 물 속에 들어가고, 남자들은 윗옷을 벗고 강물에 몸을 적시며 목욕 도중에 강물을 떠서 마신다. 이들은 이 행사에 한번이라도 참가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며, 죽어서도 어머니의 강인 갠지스강에 묻히기를 바란다고 한다.



#2

이 축제가 인도의 코로나 19 확진자 급증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인도는 최근 들어 하루 확진자가 연일 40만명을 넘어서며 이곳 저곳에서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사실 올 1~2월만 해도 인도의 일일 신규 확진자 수는 2만명을 밑돌았다. 2019년 현재 인구 수가 13억 6000만명으로 추산되는 점을 감안할 경우 확진자 수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었다.

또 인도는 전 세계 코로나 백신 수요량의 60% 이상을 생산하고 있고 주변 나라에 백신을 무료로 줄 정도로 명실상부한 제약강국이다.

특히 인도 정부는 지역 봉쇄 단행 등 행정적 조치로 지난해 9월 하루 평균 9만 명을 넘어서던 확진자를 꾸준히 줄여 왔던 경험까지 있어 코로나 19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있었다.

그래서 모디 인도 총리는 3월 중순부터 시작된 2차 코로나 대량 확산 때 손을 놓았다. 아니 ‘인도가 코로나19를 이겨냈다’고 선언하고 모든 공공장소를 개방한 것이다.

여기에는 3·4월 열리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것도 있지만 인구 80%이상이 믿고 자신도 몸담은 힌두교 최대 행사인 ‘푸르나 쿰브 멜라’ 축제가 4월에 열리는 것도 한 몫을 했다.

정부의 방심은 무서웠다. 사람들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정부의 수장인 총리도 공식석상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면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로 가득한 지방선거 유세 현장을 돌았다. 축제에 참가한 힌두교도들은 물론 전 국민이 방역수칙을 등한시 하게 됐다. 그 결과 인도는 하루에 40만명의 코로나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자도 급증하고 변종바이러스 감염자도 속출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은 것이다.



#3.

그동안 코로나 19 감소세를 보였던 광주·전남지역도 5월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학교를 비롯해 유흥주점, 콜센터, 사우나, 독서실, 음식점, 교회 등 일상생활 곳곳에서 산발적 감염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5월은 각종 기념일과 외출 수요가 많은 달이어서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광주시·전남도 방역당국이 확산 예방을 위해 거리두기 단계 조정, 시설 폐쇄, 행정 명령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확산세를 잡기에는 역부족인 모양새로 흘러가고 있다.

‘방심하면 걷잡을 수 없다’는 교훈을 준 인도의 코로나 확진을 타산지석 삼아 전 시·도민이 방역수칙 준수에 전념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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