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술 흐름 ‘주도’…시스템 구축에 힘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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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예술인

현대미술 흐름 ‘주도’…시스템 구축에 힘 쏟겠다

아트 대담(이지호 전남도립미술관 관장)
연구소 전 단계 연구센터 우선 구축…아카이브 강화 노력
숨은 대가들 위상에 걸맞게 국제사회에 알려지도록 해야
자연현상·시대 문제 및 시대 정신 반영한 전시 지속 계획

전남도립미술관 로고
전남지역은 그동안 광역미술관이 부재했다. 그래서 지난 3월23일 관람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한 전남도립미술관에 향후 거는 기대가 크다. 그동안 남종화의 본산으로 예맥을 이어오며 국내 근현대 회화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남도예술의 전통과 화맥을 이을 센터가 부재했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전남 광양읍에 전남도립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지역 미술센터로서 회화사 조명과 정립, 소장품 문화 활성화 및 체계적 관리, 전시 및 아카이브 관련 시스템 구축, 지역미술문화 활성화 주도 등 다양한 역할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초기 전남도립미술관의 수장을 맡아 동분서주하고 있는 이지호 관장을 최근 만나 미술관 운영 방향과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를 정리, 소개한다.



-미술관 개관까지 분주했을텐데 소감은.

△관람객들이 들어와서 보고는 전남도립이 현대미술관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 같다. 실제 내부를 둘러보고 놀라는 관람객들도 만났다. 단지 모던한 것이 아니라 컨템포러리(동시대)한 미술관을 만들고 싶었고, 뉴욕이나 파리, 런던 등 세계적 도시에서 접할 수 있는 현대미술의 현장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방의 끝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한다.

이지호 관장은 “우선 전남미술사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불어로 ‘뮤제올로지’(미술관학)가 있는데 이에 기반해 미술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것”이라면서 “개관전이 끝난 이후 팬데믹과 관련해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것들과 자연현상, 시대 문제 및 시대 정신을 반영한 전시를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외관이 독특하다는 반응이다. 특별한 뜻이 담겨져 있는가.

△미술관을 보면 알겠지만 직선이 많다. 기하학적 선을 사용한 건데 이런 것이 현대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컨템포러리 미술을 담기 좋은 미술관으로 적합하다. 유리 자체가 주변과 조화를 이룬다. 주변을 비추고 포용하며 수용한다. 그리고 주변의 논밭과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썼다.



-미술관 내 연구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미술관 발전 속도는 물론이고 퀄리티를 따질 때마다 연구소가 있냐, 없냐가 큰 영향을 끼친다. 연구소를 위해 미술관 안에 연구센터를 우선 구축할까 한다. 그에 앞서 아카이브를 강화할 것이다. 그래서 전시와 아카이브, 각종 자료에 신경을 쓰고 있다. 나중에 별도로 연구소를 두도록 사전 정비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제 미술관 개관 두달여를 맞았다. 포부를 밝히신다면

△관장을 처음 경험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차례 경험했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시스템 구축에도 관여한 바 있다. 미술관 시스템이라는 것은 전시와 연구 기능, 교육 기능 등을 의미한다. 미술관이 발전하려면 이런 것들을 내용으로 한 시스템이 구축돼야 할 것이다. 전남은 한국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과 자료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일부는 연구를 통해 이미 알고 있지만 미발굴인 채로 소개되지 않은 아카이브 등이 있을 것이다. 이 모두 작가들의 흔적이다. 따라서 작가들의 먼지까지도 모을 각오다.

개관전 ‘로랑 그라소 : 미래가 된 역사’ 전시장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지호 관장(왼쪽 네번째)
-아카이브에 대한 언급이 많은 것 같다

△작가에 대해 새로운 조명은 늘 필요하다. 김환기 오지호 천경자 등 널리 알려진 대가들이 남도 화맥을 대표하고 있지만 그래도 숨은 대가들이 있을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 알려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미술의 위상에 걸맞게 된다. 지금 한국미술이 핫하다. 이는 중요한 기회라는 방증이다. 이 흐름에 전남도립미술관이 탔으면 하는 바람이다.



-광주시립미술관과의 차별화 방안은 있나

△어찌보면 광주와 전남은 하나다. 우리는 하나다. 중요한 작가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전시나 연구를 하기 위해 공유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광주시립미술관이 자산들을 더 많이 가지면 전남도립에도 좋지 않을까 싶다. 전남도립은 광주시립이 가지고 있지 않는 점들을 보완해 나가는데 노력을 펼쳐나가겠다. 소장품에 관해서는 같이 하고, 운영에 있어서는 목표가 달라 과정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국제 전시를 직접 진행한다고 밝혔는데 설명해 달라

△다른 여타의 미술관과는 다르게 전남도립의 국제 전시는 우리가 직접 진행할 것이다. 보통 기획사나 갤러리 대행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여기에 의존하지 않고 적접 풀어가겠다는 의미다. 이렇게만 된다면 해외미술계에서 전남도립의 위상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전시 능력과 아카이브 능력 등 다른 어느 미술관보다 더 나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

전남 광양에 둥지를 튼 전남도립미술관이 독특한 외관과 내실있는 개관 전시로 미술계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몇 가지 주안점을 둘만한 사안들도 들려줬다. 그 이유는.

△우선 전남미술사연구에 힘을 쏟으면서 전시와 출판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학예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미술관 운영과 관련한 전반의 모든 양식을 매뉴얼화할 필요가 있다고 느껴 실제 주력하기도 했다. 불어로 ‘뮤제올로지’(미술관학)가 있는데 이에 기반해 미술관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까 한다. 이 시스템이 잘 안돼 있다면 모든 게 소용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대전 이응노미술관 관장 시절에도 시스템 구축에 집중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부임해 내년 4월까지가 임기다.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주력하고 싶은 전시는 무엇인가.

△국제 전시를 지속적으로 열어가면서 ‘지역미술사’전을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먼저 밝힌다. 이 두가지를 연결해 추진해나갈 것이다. 독일 작가인 토마스 러프 사진전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 전시 역시 지역미술사 관련 전시와 연계 진행될 예정이다. 이는 관람객들이 컨템포러리와 함께 접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다음 전시는 팬데믹과 관련해 우리가 예상치 못한 것들과 자연현상, 시대 문제 및 시대 정신을 반영한 전시를 지속할까 계획하고 있다.

개관 전시에 출품된 재독작가 세오의 ‘나의 집에 낯선 나’ 연작 관람 모습
이지호 관장은-------------------------

△1959년 대전 출생 △이화여대 서양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 1대학 조형예술학(석·박사) △대전 이응노미술관 관장(2012.2~2019.1·대전고암미술문화재단 대표이사 겸직)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2009.10~2012.1) △대전시립미술관장(2004.5~2009.5) △전남도립미술관 개관준비단장 △현 전남도립미술관 관장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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