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문화현장에서 만난 '광주와 미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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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 문화현장에서 만난 '광주와 미얀마'

고선주 문화특집부장

[데스크칼럼] 올해 오월 현장에서 만난 문화예술행사의 화두는 크게 ‘광주와 미얀마’로 귀결되는 듯하다.

오월미술제와 오월문학제 등 오월을 명칭으로 한 예술 행사들이 5·18 행사주간을 통해 줄줄이 진행되거나 진행중이다. 이들 행사에서 엿보이는 오월 광주는 광주 그 자체와 광주와 닮은 미얀마가 호출됐다. 또 어떤 이들은 슬픈 과거의 오월과 신명나는 오월, 그리고 코로나 19 이전과 이후의 오월로 해석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어찌됐건 지구촌 그 어디든 총칼로 민중을 압살하는 역사를 관망하는 광주의 시각은 학습효과 때문인지 다른 지역이나 동일 사건에 비해 더욱 민감한 반응이 일어난다는 믿음이다. 더욱이 그 주체들이 예술인들이라면 더 말할 나위 없을 터다. 올 2월 일어난 미얀마 군부의 민주정권 찬탈과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미얀마인들에 대한 학살을 자행한 미얀마 군부 탓이었는지는 모르나 41주년을 맞는 5·18항쟁에 대한 시계는 올해 조금 더 빨리 감긴 듯한 형국이다.

예술계 덕분이다. 예술계가 일찌기 미얀마 군부세력을 규탄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많은 예술인들이 이에 동참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필자는 지난 3월19일 메이홀에서 생명평화 미술행동의 미얀마 군부쿠데타 규탄 순회 전시를 접하는 것을 시작으로, 굵직한 문화현장에서 미얀마를 접속하는 중이다. 아마 군부의 학살이 멈추고 민주화의 시계가 되돌려지는 때까지 지속적이든, 간헐적이든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메이홀 전시장에서 본 문구는 ‘우리가 누군가에게 힘이 돼 주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 저항은 고립무원이 되기 십상이다. 광주도 고립무원이었다. 오히려 폭도로 낙인까지 찍혔지 않은가. 지금 미얀마 역시 고립돼 있다. 힘있는 지구촌 국가들은 모두 손을 내밀지 않았다. 하지만 광주는 기꺼이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줬다. 그 아픔이 어떤 것인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다.

26년 전 한국으로 입국해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미얀부 군부로부터 수배를 받고 있으며, 2005년 노래패 활동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미얀마어로 불러 현지에 알렸던 한국거주 미얀마 활동가 소무뚜는 전시장에 “미얀마의 민주화를 위해 미얀마 국민들의 자유와 평화, 생명보호를 위해 깊은 마음으로 함께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를 친필로 남겼다. 그러면서 그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총알이 무섭기보다는 깜깜한 미래가 더 무섭다”고 말해 마음을 더 무겁게 했다. 41년 전 광주가 그랬다. 광주가 갔던 길을 미얀마가 밟고 오는 듯하다. 부디 승리의 역사를 이루기를 바랄 뿐이다.

군부쿠데타 규탄 순회 전시는 광주전남에서 미얀마 군부의 만행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고, 여러 예술 행사들이 진행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해냈다.

오는 30일까지 진행되는 ‘오월미술제’ 역시 오월만 기린 것은 아니다. 여기서도 미얀마는 호출됐다. 미얀마 작가들의 작품과 전국작가들이 함께 꾸미는 연대 전시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어 22일과 23일 열린 ‘오월문학제’에서도 5·18광주민중항쟁 제41주년에 초첨이 맞춰졌지만 미얀마에 대한 언급을 빠뜨리지 않았다. 이지담 회장은 ‘미얀마와 연대하는 오월 민주주의’라는 축사를 통해 민주주의가 퇴행되지 않도록 80년 오월의 희생된 영령들을 기억해야 하는 동시에 추후 미얀마 민주시민들과 연대할 방법을 강구할 뜻을 표했다. 이에 앞서 광주전남작가회의는 5·18민중항쟁과 닮아있는 미얀마의 민주화 운동에 함께 한다는 취지로 ‘릴레이 연대시 운동’을 3월부터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33편을 40일 동안 선보였다. 이날 이지담 회장은 ‘릴레이 연대시 운동’을 더 연장해갈 뜻을 내비쳤다. 옆 동네인 전북작가회의에서도 ‘릴레이 연대시 운동’에 동참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5일 한국작가회의 국제위원회가 버마를 사랑하는 작가들의 모임, 버마민주민족동맹-협력위원회 등과 함께 미얀마 군부 쿠데타 사태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전남 신안 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는 생명평화 미술행동의 미얀마 군부쿠데타 규탄 순회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미얀마 관련 예술행사들은 미얀마를 끝까지 기억하게 하는 매개가 될 것이다.

올들어 국립5·18민주묘지를 지난 1월 흰 눈이 내리던 날, 다녀온 뒤 23일 오전 ‘2021 오월문학제’ 답사차 다시 찾았다. 코로나19라고 하는 엄중한 시국이어서인지 더더욱 그늘이 짙어 보였다. 햇볕은 쨍쨍해 무더웠지만 하늘은 더없이 맑았다. 한편으로는 오월 광주가 울울창창 푸르디 푸른 신록의 기운처럼 느껴졌다. 그런 것처럼 미얀마도 푸르디 푸른 신록의 기운을 끝끝내 맞아들이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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