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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립 중간보고전(5.7∼6.27)에 출품된 ‘하의도 3도 7.7항쟁도’ 앞에서 작품 설명을 하고 있는 홍성담 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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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립 중간보고전(5.7∼6.27)에서 설명 중인 홍성담 작가. |
더욱이 목포 문화예술공장에서 제작된 작품들이 압해도 소재 저녁노을미술관에서 ‘하의도에서 오월까지’라는 타이틀로 열리고 있는 건립 중간보고전(5.7∼6.27)에서 선보이고 있다.
이 전시에는 윤상원 열사와 박기순 열사의 영혼결혼식을 중심으로 항쟁 당시 사건과 실존 인물들이 상징적으로 그려져 있는 5·18광주민중항쟁 기록 걸개그림 ‘광주 오월의 문, 윤상원의 눈’이 출품돼 5·18 41주년을 맞아 의미를 더하고 있다. 이 작품은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에 초대돼 광주시각매체연구회에서 공동 작업으로 제작하고 선보인 뒤 21년만에 출품됐다. 이 작품은 홍성담 화가 외에 박광수 백은일 전상보 전정호 홍성민 화가 등이 참여해 완성했다. 지역의 현대 걸개그림 고전처럼 인식되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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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시 소재 옛 신안보건소 건물 내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를 위한 문화예술공장’에서 진행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홍성담 작가. |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걸개 그림이 간과한 측면에 대해 잊지 않았다. 영웅화시키는 접근 방식의 탈피를 이룰 때가 됐다는 전언이다. 무명의 사람들(전사)이 모두 사라지니까 걸개그림이 갖는 영웅적 형식을 없애고 산자든, 죽은자든 모든 5월 영령들을 아우러야 한다는 것이다.
“1980년대 걸개그림이 파탄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드러납니다. 한 개인을 영웅화하지 말자 했죠. 윤상원 열사를 한 가운데 두지 않은 이유죠. 그래서 눈동자를 한 가운데에 놓았고, 눈동자에는 얼마전 별세한 ‘민주화 춤꾼’ 이애주 서울대 명예교수의 춤사위를 넣게 된 거죠. 영웅주의적 시각이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봤습니다. 민중 문화판에서 공부하며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걸개그림은 역사적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전시장에는 ‘암태도 1923’(홍성담 전정호 박성우) 및 ‘하의3도 7.7 항쟁도’(홍성담 전정호 박성우 전혜옥 김준현), 그리고 이 두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이나 사건, 그 배경을 연구하고, 현장을 찾아 풍경을 거닐어보며 되살려낸 초상 등 작품 제작을 위한 드로잉이 걸려 있었다. 이들 작품은 매우 호기심을 자극했다. 암태도나 하의도의 지난 100여년 간의 굴곡진 역사가 사라져간 초상들에서 엿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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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개관할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조감도. |
‘하의3도 7.7 항쟁도’와 관련해서는 부녀자들로 이뤄진 내여회에서 일본 앞잡이 박공진의 집을 찾아가 불질러 버린 사건 등 알려지지 않은 섬의 역사를 모두 소환해 화폭에서 되살려냈다. 7.7 항쟁은 1946년의 사건을 형상화한 것으로 왼쪽에는 일본 제국을, 오른쪽에는 미제국을 배치해 균형을 맞추고 있다. ‘암태도 1923’과 관련해서는 드로잉 250여점이 이미 작업돼 있다고 한다. 작품들은 그야말로 대하 서사시처럼 다가왔다.
중간보고전 작품과 관련한 역사를 한참동안 설명하던 그는 자연스럽게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미술관 이야기로 넘어갔다. 한쪽 벽면에는 김대중·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이 등장하는 동시에 토지문제를 막스주의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민담으로 이야기하는 자신의 작품 ‘대동세상’이 설치되며 폐교된 초등학교를 레지던시 공간 등으로 활용하고, 주변을 공원화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거기다 자신의 집이 있는 곳은 별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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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중간 보고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미얀마 2021 광주1980’전 |
그는 하의도나 암태도의 역사와 관련해 자신만의 시각을 드러냈다.
“하의도나 암태도는 결을 달리하고 있어요. 생명권 보존을 위한 투쟁이었다고 할 수 있죠. 민주사적 관점보다는 경제사적 관점으로 먼저 봐야 합니다. 서구 경제 사관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경제사적 기본을 어디에서 가져올 것인가를 생각해야 해요. 박현채 등 경제학자들이 있었지만 서구의 것들을 비평해놓았죠. 저는 민담 ‘자린 고비’를 떠올려요. 여기에 중요한 경제학이 숨어 있어요. 미의식도 숨겨져 있구요.”
굴비를 사면 시장에 돈이 돌고, 가족 경제를 이루는 아름다운 마음이 투영돼 있기 때문에 미학적 부분까지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하의도는 선조와 인조, 영조 등 조선에서부터 구한말, 그리고 일제에 이르기까지 오랜 수탈의 역사를 안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섬 자체가 국내 최초 일본 소유가 되면서 일본이 침탈하고, 그것도 모자라 광복 후 미국까지 신안공사를 내세워 수탈하는 등 착취의 연속이었다는 것이다. 자그마치 350년 수탈의 역사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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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해도 저녁노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립 중간 보고전 전시 전경 |
20대 청년이 돼서야 하얀 호랑이가 미국이었다는 것을, 할아버지가 절룩거리는 이유를 알았다고 했고, ‘임을 위한 행진곡’ 복사본을 하나 떴는데 황석영 소설가가 가지고 있던 진본이 버려져 자신이 떴던 가본으로 되살린 후일담도 언급했다.
이어 그는 5·18민중항쟁 41주년을 맞아 오월에 관한 입장을 빠뜨리지 않았다.
“5·18항쟁의 진상 규명과 합법화라고 하는 투쟁이 지속되고 있죠. 광주 5·18이 살아야 광주가 살구요. 광주가 살아야 대한민국이 산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서울에 있는 다른 한 분과 함께 5·18 유공자 신청을 끝까지 하지 않았습니다. (제 개인적 신념이지만) 이런 것(신청), 하는 것부터가 썩는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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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립 중간 보고전이 열리고 있는 저녁노을미술관 전경 |
또 미술관은 미얀마와 캄보디아, 태국 등의 인권 그림 300점을 소장작으로 출발하지만 자신의 인권 그림 100점을 기증하기로 했으며, 추후 ‘동아시아 인권과 평화 재단’을 결성해 3억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재단이 미술관을 위탁 경영하도록 하며, 자신의 그림 또한 재단이 맡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재단은 내년 봄께 이사진 구성 등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마지막으로 미술관 개관 1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가들을 미술관에 투입해 주민들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할 복안을 내비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새로 문을 열 미술관은 홍성담 미술관이 아니죠. 5만여평에 달하는데 레지던시 4실이 설치되고, 1층 로비에는 ‘어린이 그림동화책 도서관’이 배치되며, 인생학교와 협업해 방학 때 캠프 등을 열까 합니다. 지역주민들의 미술관으로 작동될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주민들의 삶, 민담 모두 그림으로 채록할 예정이구요. 이런 것들이 평화로운 공동체의 상징 이미지가 될 겁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