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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엽 교수는 “살아있는 박물관과 인문학적인 내용을 베이스로 지역민의 예술적 감수성을 높이고 품격높은 서정성을 배가하는 박물관으로서 역할을 다할까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수석전시실에서 포즈를 취한 이 교수 |
이 교수가 문을 연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은 5363㎡(4647평) 부지에 건평 1029㎡(311평) 규모로 시문학과 그림, 수석 등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박물관은 현재 수장고와 시화전시실, 시조전시실, 교육 및 체험실, 게스트룸, 자료실 등이 구비됐다. 시화전시실에는 이 교수가 수집한 시화들을 위시로 유산 민경갑 선생 그림 및 김남조 시인 작품 등이, 시조전시실에는 작고 문인 및 현역 문인 자필 서화, 미당 서정주 시인의 그림, 문학평론가 팔봉 김기진의 돋보기 등이 출품돼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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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 전경 |
이처럼 ‘시에그린한국시화박물관’은 문화소외 지역인 진도에 복합문화시설을 표방한 박물관을 개관해 새로운 문화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개관식 당일 관장실에서 이지엽 교수를 만나 개관 전후의 이야기들을 들어봤다. 이 교수는 경기대 교수로 이직하기 전에 광주여대 문예창작과에 재직하며 후학들을 길러내 그 누구보다 이 지역을 잘 이해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지역에 애착이 있었기에 박물관에 대한 기대 또한 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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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화박물관’ 명패 |
“시는 문학, 그림은 미술관으로 획일화 돼 있는 게 한국의 현실입니다. 2007년 현대시 100년 기념으로 시인 1000명과 미술가 1000명이 참여하는 대형전시회를 세종문화회관에서 연 바 있어요. 그 당시 일주일 내내 축제 분위기였고, 엄청난 인파가 몰려들었던 기억이 새롭게 떠오르네요. 독자들은 시와 그림, 문학과 그림이 같이 있는 융합 버전을 원하는 것으로 이해했죠. 서울시 지원으로 2019년 ‘한국의 소설을 그림으로 그리다’라는 행사를 서울에서 진행했는데 그때 역시 반응이 좋았습니다. 이런 행사들의 결정체를 모아 이번에 시화박물관을 열게 된 겁니다.”
시나 미술이 이웃 장르지만 융합되지 못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피력하면서 이웃 장르들을 한 공간에서 선보일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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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폐교 복도를 활용한 전시공간 |
“해남에 적당한 부지가 적기에 확보되지 않았습니다. 진도군에서는 적극적으로 유치 의사를 보이고 군수께서 제가 재직하고 있는 경기대를 방문, 총장과도 면담하며 학교와의 연대까지 얘기를 나눴습니다. 경기대는 전국 유일의 한류대학원이 있고, 진도의 국립남도국악원과 연대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죠.”
개관이 됐으니 하는 말이지만 리모델링이 끝난 뒤 해남군 관계자들이 방문해 고향인 해남에 개관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이 교수는 박물관이 있는 진도를 고향처럼 생각하고 봉사할 생각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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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석 전시실 전경 |
“양두환은 33세에 요절한 인물로 수상작인 ‘상황 73’의 작품을 보면 남편과 아내, 아이의 한 가족을 담았는데 자유에 억압당하는 쇠사슬 등을 담고 있어 당대의 아픈 현실과 시대정신을 가진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옆에는 창현 박종회 선생의 관도 따로 만들었죠. 창현 선생은 문학을 그림으로 줄기차게 표현하고 있는 원로 화가로 매번 행사 때마다 표제작을 그려왔어요.”
이 교수는 양두환의 삶과 조각정신을 기리기 위해 상금 2000여만원의 ‘양두환 전국 조각공모전’ 실시 구상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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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재 수석 ‘외딴 섬’ |
시화박물관은 문학과 미술을 망라해 평면 작품에만 신경을 쓴 것이 아니라 볼만한 조각 작품들이 많이 설치돼 단조로운 전시 패턴을 탈피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이해됐다. 코로나19 시국에서 영혼 치유의 정신을 담고 있는 박주부의 조각전 역시 주목된다. 박주부의 조각은 영혼 치유의 정신을 담고 있는 만큼 나무의 형상과 의자를 형상화해 조각 작품에 앉아 힐링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 전시는 9월까지 이뤄진다. 박달목 박정흠 배현 선생의 작품이 정원 구석구석에 배치되고, 한쪽 편에는 야외무대도 만들어 야외 공연도 진행할 복안이다.
특히 이 교수는 박물관에 많은 콘텐츠들을 담고 있지만 미흡한 부분들 역시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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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월의 스승인 김억 시집 ‘해파리의 노래’ |
이와 함께 지속적으로 인문학 강좌를 열 예정이라는 이 교수는 ‘진도의 역사와 예술, 문학과 만나다’라는 주제로 한 특강을 지난 5월12일 개강, 오는 8월18일까지 총 15회에 걸쳐 박물관 2층 세미나실에서 열고 있다면서 매회 30~50명의 수강생이 참여하는 가운데 줌으로는 100~15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살아있는 박물관을 만드는 것이 계획이라는 점을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역사 속에 묻혀있는 전시관이 아니라 살아있는 박물관과 인문학적인 내용을 베이스로 지역민의 예술적 감수성을 높이고 품격높은 서정성을 배가하는 박물관으로서 역할을 다할까 해요. 아울러 문인들이 와서 글을 쓸 수 있는 레지던스 하우스를 생각하고 있죠. 동시에 문학인들과 미술인들이 폭넓게 교우할 수 있는 전시 등을 계획하고 활성화해 전국의 명소가 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