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의 시간
검색 입력폼
본사칼럼

윤석열의 시간

최현수 지역사회부장

[데스크칼럼] 드디어 ‘링’에 올랐다. 결국 정치행보를 시작했다.

‘잠행정치’와 ‘전언정치’를 해오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달 29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검찰총장을 사퇴한 지 약 4개월 만에 ‘대선주자’로서 처음으로 국민 앞에 섰다.

‘정치인’ 윤석열의 대선출마 선언의 핵심 키워드는 ‘공정과 정의’, ‘자유와 법치’였다.

윤 전 총장은 ‘왜 당신이 대통령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의 집권 연장과 국민 약탈을 막아야 한다.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고 헌신할 준비가 되었다. 정권교체를 반드시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권도전 이유를 ‘정권교체를 향한 국민의 열망’으로 돌렸다.

공정과 상식도 강조했다.

“이 정권은 권력을 사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집권을 연장하여 계속 국민을 약탈하려 한다.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정부의 공정과 정의에 대해 비판할 수 있지만 모호하고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든다.

조국 전 장관 자녀의 입시비리 혐의와 나경원 전 의원 자녀 입시비리 혐의에 같은 잣대를 적용했다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고, 검찰총장 시절, 검사들의 술접대에 대해서도 사과 한마디 없었던 점도 그렇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도 좋지만 코로나 19로 장기화로 지친 국민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대한민국을 미래로 어떻게 끌고 나가겠다는 비전은 못내 아쉬웠다.

평가는 냉정했다. 여론조사 지지율도 큰 변화가 없어 출마 선언의 ‘컨벤션 효과’도 그리 크지 않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이제는 검증의 시간이다.

대권에 도전을 선언한 만큼 앞으로 혹독한 검증이 기다리고 있다.

국민 검증대에 올라선 만큼 본인과 가족이 받고 있는 수사와 재판과 관련한 사안은 물론 국민들의 감정을 건드릴 만한 예민한 문제까지 적극적으로 답해야 할 때다.

우려했던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

출마한 지 4일 만인 지난 2일 윤 전 총장의 장모가 불법 요양병원을 운영하며 요양급여 수십억원을 부정수급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윤 전 총장은 “법 적용에는 누구나 예외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정과 법치주의를 내세운 윤 전 총장으로선 이미지에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지율 하락 시 대권 출마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

여권의 공세는 거세지고 있고 국민의힘 등 야권 내에서도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장모와 부인의 주가조작 의혹을 비롯한 ‘처가 리스크’, ‘X파일’ 등 아직 검증되지 않은 여러 의혹이 남아 있는 만큼 검증이 대선가도에 최대 변수다.

최근 불거진 X파일이 고도의 ‘정치공작’일 수 있지만 쏟아지는 의혹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두루뭉술 넘어가기 보다는 적극적으로 국민 앞에 소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국민적인 관심과 검증 대상이다.

지금부터는 시련의 시간이다(?).

사실 윤 전 총장은 정부 출범 초만 해도 적폐청산을 주도했던 ‘칼잡이’였지만 ‘조국사태’와 ‘추-윤갈등’을 거치면서 여론 지지율이 급상승하며 보수 야권의 대권주자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윤 전 총장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차기 대권후보 지지율 1위다. 이는 어디까지나 현 시점에서 그렇다. 앞으로 언제 어떻게 여론의 추이가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수차례 경험에서 알 수 있듯 대선 지지율 1위에 올랐다가 신기루처럼 사라진 대선 후보들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실제로 2017년 대선에 뛰어들었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정치 행보 시작과 함께 구설과 실수를 거듭하면서 추락하는 지지율을 버티지 못하고 결국 20여 일 만에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고 했듯이 이번 대선도 끝까지 지켜봐야 한다.

대선 시계는 빨라지고 있다.

여든 야든 대선후보 확정을 위한 다양한 정치적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 여권에서는 유력한 대선후보 ‘9룡’이 좌웅을 겨루고 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대권주자들도 만만치 않다.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를 위해 국민의힘에 입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지만 조기 입당보다는 여전히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여야의 모든 대선후보들은 왜 자신이 대선후보여야만 하는지에 대한 국민적 설득과 국정 운영 능력, 국민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소통 능력, 도덕성 등을 보여줘야만 국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가도’를 바로 멈추게 된다.

국민들은 구태 정치와 결별하고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시대를 열어줄 후보가 누구인지 꼼꼼하게 판단할 시간이다. 유권자들의 선택의 시간도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최현수 기자 press2020@gwangnam.co.kr        최현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