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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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칼럼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자세

김인수 교육체육부장

[데스크칼럼] 일상으로의 복귀는 언제쯤 가능할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가족과도 점심 식사 한번 같이 못한 지 1년 반이 지났다. 마스크 벗고 함께 노닥거릴 수 있는 너무도 평범했던 일상이 아쉽고도 그립다.

아직도 가족, 지인, 직장 등을 통한 소규모 접촉 감염이 50%를 넘고 있고, 3분기 백신 접종을 앞둔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늘고 있다. 전파력이 더 강한 변이 바이러스도 확산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상으로의 복귀가 한발 다가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있고, 그동안 축적된 방역 역량이 지속 된다면 그 시기는 가시권에 들어와 있다고 해도 무방할 터다.

광주지역 일선 학교도 지난 5일부터 전면등교에 들어갔다. 2학기부터 진행될 전 학교 등교수업에 대비하고 학사 일정의 안정성을 꾀하기 위함이다. 전남지역 학교들은 이보다 한 달 앞서 전면등교가 시작됐다. 전남이 전국에서 가장 빨리 전면등교에 들어간 것은 다른 시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백신 접종률과 낮은 학생·교직원 감염률 덕분이다.

고대하던 전면적인 대면수업이지만 우리의 교육 현장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난 1년여의 파행적 교과 운영에 따른 학생들의 학습 격차와 사회성 결여다.

이 중에서도 우선순위를 꼽자면 저소득층 자녀들의 학습격차 해소다. 어린 시절의 학습격차가 교육 불평등으로 이어지고, 이는 곧 심각한 사회 불평등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도입되면서 학습격차는 더 벌어졌다.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은 비싼 학원을 다니거나 소규모 과외수업 등 질 좋은 교육플랫폼을 이용하면서 비대면의 공백을 메웠지만, 저소득층 학생들에게 이와 같은 질 좋은 플랫폼은 언감생심이다.

비대면 수업에 따른 아이들의 사회성 결손도 심각한 수준이다. 그간 선생님·친구들과 대면하지 못하니 ‘관계의 배움’을 체득할 수 없었다. 특히 한국문화에 녹아들어야 할 다문화가정 학생들은 정체성 회복에 더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농산어촌으로 이뤄진 전남은 초·중·고 학생의 5.1%(지난해 기준)를 다문화가정 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그 비중은 2017년 3.8%에서 2018년 4.3%, 2019년 4.8%, 2020년 5.1%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어머니나 아버지의 모국을 보면 베트남이 43.1%로 가장 많고, 필리핀 18.1%, 중국 11.8%, 일본 7.9%, 캄보디아 6.5%, 중국(조선족) 4%, 태국 2.4%, 몽골 2.1%, 중앙아시아 1.1% 등이다. 이 수치를 보면 이젠 우리나라는 다민족국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성 교육이 절실해 보인다.

사람은 독립적인 개체로서 각자가 모두 다른 모습과 성향을 보인다. 그래서 사람은 특별한 존재다. 사람과 사람 사이, 즉, 인간(人間)이 특별한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 동등한 ‘인간’으로서 바라볼 수 있지만, 다름을 틀림으로 여긴다면 결국 서로가 함께할 수 없는 적으로 남게 된다.

우리는 주위에서 무심코 다름을 틀림으로 표현하는 모습을 자주 목도한다. 늘상 입에 붙은 ‘틀렸다’라는 말로 나와 다른 모두를 저주하듯 부정하는 것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릴 수 있듯이 유연한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

공자는 ‘군자는 화합하지만 부화뇌동하지 않고, 소인은 부화뇌동하지만 화합하지 않는다’(君子和而不同, 小人同而不和)고 말했다. 화이부동은 남과 사이좋게 지내기는 하나 자기의 중심과 원칙, 즉 대의명분을 잃지 않는다는 뜻이다. 반대로 동이불화는 부화뇌동하여 패거리를 짓고 자신의 이익에 매달려 화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어느 학자는 화(和)는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존의 철학이지만 동(同)은 모두가 똑같음을 요구하는 제국주의적 논리라고 했다.

이처럼 진정으로 ‘화이부동’ 하려면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틀림이 아니라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다 함께 동행이 가능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학교 구성원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고 화합하는 화이부동의 자세로 ‘다 함께 행복한 학습공동체’를 일궈보는 것은 어떨까.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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