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경전선 그리고 화순 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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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균수 칼럼/ 경전선 그리고 화순 주민

주필

복선 전철화가 추진되는 새 경전선 개량사업이 화순 노선을 제외시키면서 화순 지역민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경전선의 화순 노선 존치 여부가 지역 현안이 된 것이다.

경전선은 경남 밀양시 삼랑진역과 광주시 송정역을 연결하는 철도이다. 이름이 경전선이니 서울과 전라도를 잇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으나 경전선의 경은 서울 경(京)이 아니라 경상도의 경사 경(慶)이다.

도로나 철도 명명의 첫 번째 원칙은 서울을 우선으로 한다. 경인선이나 경부선이 그것이다. 서울을 경유하지 않을 경우의 두 번째 원칙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짓는 것이다. 과거 88고속도로로 불리던 광주-대구 간 확장 고속도로의 새 이름이 대구광주고속도로가 아닌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붙여진 이유이다.

따라서 경전선의 경우 전라도가 서쪽이니 전경선이라고 붙이는 게 옳지만 그렇게 지어지지 않았다. 이는 경전선의 역사와 관계가 있다.

원래 경전선은 처음부터 단일노선으로 건설된 것이 아니다. 마산선과 진주선, 광주선이 합해진 것으로 시작은 1905년 5월에 개통된 삼랑진-마산포 간의 마산선이었다.

이후 1922년 7월 송정리와 순천 간의 전남선이 개통됐고, 1923년 12월 마산-진주간 경남선이 부분적으로 개통되고 기존 노선에 이어졌다. 이후에도 1960년대 전라도 구간과 경상도 구간의 부분 개통과 통합이 이뤄지면서 비로소 지금의 전체 경전선 구간이 완성됐다. 원래 있었던 경상도의 구간에 나중에 생긴 전라도 구간을 연결하면서 이름이 경전선으로 지어진 것이다.

이로써 남해안을 동서 방향으로 횡단하는 철도망이 구축됐으나 단선인 데다가 곡선과 비탈이 심해 단조로운 운행시간과 더딘 속도 등 철도 운행에 어려움이 많았다.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90년대 후반부터 복선 전철화 및 개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삼랑진~마산, 2012년 마산~진주, 광양~순천, 2016년 진주~광양에 복선 구간이 개통됐다. 복선화 및 개량 사업을 통해 경전선의 거리는 기존 289.5㎞에서 277.7㎞로 단축됐다.

경전선 통과노선은 2016년 기준 경남의 밀양시·김해시·창원시·함안군·진주시·사천시·하동군과 전남의 광양시·순천시·보성군·화순군·나주시, 광주의 남구·동구·서구·광산구에 걸쳐 있다.

하지만 송정역에서 순천역까지 전라도 선로는 여전히 단선이다.

이 구간을 복선화하는 사업이 비로소 지난해 확정돼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 총 연장 122㎞ 구간을 복선 전철화하는 사업은 오는 2027년까지 8년간 총사업비 1조7569억 원이 투입된다.

이 사업에 최근 지역여론이 시끄러운 것은 정부가 전철화 과정에 선형을 개량하면서 화순 경유노선을 아예 뺐기 때문이다.

정부의 사업계획안은 광주송정~효천역~화순역~능주역~이양역~명봉역~보성 구간을 폐쇄하고 광주송정역에서 나주 혁신도시를 거쳐 곧장 보성, 순천으로 연결시키는 것이다.

난데없이 철도 노선을 잃을 위기에 처한 화순 주민들이 가만있을 리 없다.

경전선은 1922년 광주∼순천 간 철로가 개통된 뒤 화순역과 능주역, 이양역을 경유하며 광주와 순천, 혹은 멀리 경상도 지역을 오가는 화순 지역민들에게 소중한 길이었고, 애환을 함께 해온 오래된 친구 같은 존재였다.

국토부는 노선을 변경하지 않으면 전철화 사업의 타당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지만, 화순 지역민들은 동의할 수 없다. 전철화가 진정 사람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이라면 화순 사람을 일거에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국회의원인 신정훈 의원과 화순군은 새 경전선 열차의 능주역 또는 이양역 경유를 요구하고 있다.

화순이 광주에서 전남 중부를 잇는 교통의 요지임에도 불구하고 수년 내 고속도로는 물론 철도노선이 하나도 없게 되는 상황을 생각하면 암담하다. 경전선 화순경유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더 편하자고 추진되는 전철화 사업이 화순 주민들에겐 오히려 소중한 교통수단 하나를 잃게 만드는 불편한 사업으로 전락시켜서야 되겠는가. 경전선 전철화 사업이 화순 주민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경제적 타당성만 따지지 말고 어떻게 해야 현지 주민들의 편익 증진에 기여하는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이럴 때 문재인 대통령은 말한다. “사람이 먼저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여균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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