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여 대선주자 루비콘 강 건너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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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여 대선주자 루비콘 강 건너지 말기를...

김상훈 편집국장

[편집국에서] 여 대선주자 루비콘 강 건너지 말기를….

김상훈 편집국장



#1.

루비콘 강은 이탈리아 북동부를 끼고 아드리아 해로 흘러드는 길이 80㎞의 강이다.

이 강은 고대 로마 공화정시대, 이탈리아 본국과 강 건너 갈리아 키살피나(현재 이탈리아 북부의 에밀리아와 롬바르디아) 속주를 나눴던 경계였다.

당시 인근 주변 도시국가를 로마로 복속시키기 위해 해외원정을 나간 군인들에게는 지켜야 할 관습이 있었다.

군사 지휘권을 가지고 있던 집정관이 돌아올 때 자신이 이끌던 군대를 이곳에서 무장해제·해산시키고 단신으로 로마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로마에 충성한다’는 일종의 서약으로 만약 군대가 무장을 하고 이 강을 건넌다는 것은 곧 로마에 대한 반역을 의미했다.

이를 어긴 사람이 바로 율리우스 카이사르(BC 100~BC 44)다,

그 당시 로마의 원로원과 그의 정치적 라이벌 폼페이우스는 카이사르에게 관습대로 루비콘 강에서 군대를 해산하고 단신으로 올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그럴 경우 로마에 돌아가 원로원들에게 암살 당할 것임을 아는 그는 고민끝에 결국 ‘주사위는 던져졌다’는 명언을 남기며 자신의 군대를 이끌고 루비콘 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 권력을 장악했다.

이때부터 ‘루비콘 강을 건너다’라는 표현은 다시는 되돌아 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를 표현하는 말의 대명사가 됐다.



#2

내년 3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치러지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이재명 경기도지사 1강 구도였던 경선전이 ‘이 지사 대 이낙연 전 당대표’ 등 양강 구도로 흐르면서 정책은 없고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만 난무하는 판이 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삼국시대 백제 논란으로 불거진 지역주의 조장 공방 등 미래를 향해야 할 경선이 과거로 향하고 있다.

이 지사의 ‘백제‘발언을 두고 이 전 대표측이 ‘지역주의 조장’이라며 반발하며 불거진 공방에 다른 대선후보들까지 가세하면서 후보들간 갈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당 지지자들조차 고개를 돌릴 정도의 ‘볼썽 사나운’ 진흙탕 싸움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날마다 포털 메인 기사로 민주당 대선후보의 공방전이 전개되자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대선 후보들은 지난 28일 악의적 비방과 인신공격 등 네거티브 선거를 지양하고 대신 선의의 정책 경쟁을 벌이자는 취지의 ‘원팀 협약식’을 가졌다.

저마다 ‘원팀’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한 목소리로 “우리는 원팀”이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지만, 경선전이 다가올 수록 달아오른 공방전이 진화될지는 미지수다.



#3

1강 구도였던 경선전이 양강구도로 바뀌며 과열되고 있는 것에 대해 민주당으로서는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기도 하다. 2002년 새천년 민주당 경선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노무현 후보가 ‘광주경선’에서 이기면서 승기를 잡아 대통령이 된 것처럼 경선 결과의 불확실성은 전국민의 관심을 받을 수 있고 흥행 효과도 기대할 수 있어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경선전 또한 스웨덴 그룹 아바(ABBA)의 노래 ‘The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제목처럼,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의 정치 속상상 후보간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노선 투쟁과 비전 제시 등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승리해야지, 상대후보에 대한 흠집내기 등을 통해 반사이익을 얻는 것은 나중에 또 다른 불행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이전투구식 경선으로 승자나 패자나 만신창이가 되고 극심한 경선 후유증을 앓는다면 민심이반 등으로 그렇지 않아도 가뜩이나 힘든 내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이기리라는 장담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너지효과를 내며 플러스가 되야 될 경선이 가장 무서운 ‘내부의 적’을 양산하며 마이너스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오는 10월이면 내년 3월 대통령선거에 나갈 여당 후보가 선출된다. 그때까지 여 대선 주자들은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품격있는 경선을 펼쳐야 한다. 부디 루비콘 강을 건너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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