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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하 작가 |
IMF 이후 어려워진 것이 이유가 돼 바로 입학하지 못하고 동료들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갔다. 조선대 미술대학을 졸업하고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것이 아니라 결혼과 육아, 가사 등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7∼8년 동안 창작을 떠나 있어야 했다. 창작적 나이를 더 뒤로 후퇴시킨 이유들로 보였다. 그에게 7∼8년의 휴지기는 오히려 창적적 자신감을 떨어뜨린 시간으로 작용했다. 그만큼 동료들보다 뒤쳐져 있다는 생각에 가장 친숙한 재료와 주제를 모색했다. 그런 덕분이었던지 분주한 활동이 이어졌고, 서서히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더욱이 잃었던 창작적 자신감까지 어느 정도 회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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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두려움’ |
그렇게 경력단절을 뚫고 나온 이후 2019년 갤러리 리채에서 늦깎이로 첫 개인전을 열면서 작가집단으로의 복귀 신호탄을 쐈다. 광주출생 서양화가 정정하(43)씨의 이야기다. 그를 만나기 위해 최근 광주 남구 대남대로에 있는 페인트가게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작업실이 아닌, 노루표 페인트가게로 오라 해서 의아했지만 그 궁금증이 풀린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의 직장이 그곳이었다. 규모가 상당한 매장에서 그가 맡고 있는 직책은 실장이었다. 그런데 본인 부친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의 주요 재료 중 하나는 페인트다. 그는 여기서 돈을 벌어 재료를 구입하는 셈이다. 부친 가게에서 필요한 작업 재료를 얻는 관계로 그에게는 아주 적합한 장소다. 그의 작업실은 여기서 멀지 않은 골목에 자리하고 있다. 페인트가게에서 일을 하며 연구하고, 재료를 쉽게 취할 수 있는 장점으로 인해 그에게 이곳만큼 좋은 입지는 없을 듯 싶다. 주재료가 페인트여서다. 그는 페인트로 기록이라고 하는 자신의 작품 주제를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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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두려움’ |
“부친이 10여년 전 개업한 페인트 가게에서 7∼8년 전부터 근무하며 작품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대학원에 진학한 뒤 동기들로부터 자극을 많이 받았죠. 그들과 벌어진 간격을 좁히기 위해, 따라 잡기 위해 제일 잘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를 고민했어요. 근데 제가 페인트 가게에서 일해 왔잖아요. 페인트가 눈에 들어왔는데 이것만큼 익숙한 것은 없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페인트를 재료로 선택해야겠다 결심이 섰죠. 그래서 페인트를 선택해 작업을 벌이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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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픽셀’(LightPixel) |
“컬러가 중요하지 않죠. 각자 컬러를 선택한 사람들의 기억이 중요해요. 유리 시험관에 색채로 표현된 에너지를 담아낸 것으로 접근하면 됩니다. 시험관은 한 줄이 50개인데 그게 옆으로, 위로 늘어날 수 있는 구조예요.”
실제 그는 15일까지 무안 오승우미술관에서 진행중인 초대전에 출품한 작품 ‘Light pixel’에는 1250개 정도를 활용했다. 1250명의 에너지를 표현한 것이다. 시험관 1개에 하나의 에너지가 담겨져 있는 구조다. 이것 전체가 하나의 세트라고 한다. 작업은 2년이 소요돼 결실을 맺게 됐다.
광주시립미술관 분관인 하정웅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빛’전(7.24∼11.28)에는 2000여개의 시험관을 활용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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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픽셀’(LightPix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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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에 대한 연구’ |
자신의 이런 변화에 대해 조선대 미술대학 은사들이 많이 도와주는 등 그들의 영향이 컸음을 인정했다. 현재 그는 대학원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대학원 과정에서 동료들은 모두 전문가였으나 자신만 아마추어에 머물고 있었다는 반성의 시간도 돼 줬기에 변화의 단초를 마련한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는 공백이 길어 스트레스를 받아왔는데 그냥 흘러보내지 않고 스트레스를 작품 영역 안으로 끌어들여 ‘아름다운 두려움’을 탄생시켰다. 이 작품 역시 에폭시 레진으로 구현된, 뾰족한 끝에서 독창적이면서도 그의 스트레스가 엄청 예리했음을 조망할 수 있다. 앞으로 그의 비상이 기대되는 이유들로 꼽힌다.
마지막으로 그는 어떤 작가로 평가됐으면 하는가에 대해 진정성의 작가라는 답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람들이 진지하게 주목하는 작가이자 진정성 있는 작가로 기억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이런 것들을 새기며 경건하게 작업을 해 나갈 겁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