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균수 칼럼/ 세계자연유산 된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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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균수 칼럼/ 세계자연유산 된 갯벌

주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달 26일 21개 위원국 만장일치로 신안, 보성-순천, 서천, 고창 갯벌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친 4개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다. 갯벌의 유네스코 등재는 국내에서 세계유산으로 15번째이고 자연유산으로는 제주도 화산섬·용암동굴에 이어 두 번째이다.

세계유산위원회는 ‘한국의 갯벌’이 “지구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며, 특히 멸종위기 철새의 기착지로서 가치가 크므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갯벌은 육지와 바다 사이에서 하루에 두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바닷가의 땅이다. 주로 해안의 경사가 완만하고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큰 해안에 오랫동안 퇴적물이 쌓이면서 만들어진다.

갯벌은 바닥에 쌓인 퇴적물의 입자 크기에 따라 크게 펄 갯벌과 모래 갯벌, 혼합 갯벌로 나뉜다. 펄 갯벌은 물살이 느린 바닷가나 강 하구의 후미진 곳에 발달하며, 찰흙처럼 매우 고운 펄로 이루어져 발은 물론 허벅지까지 푹푹 빠지기도 한다.

서해와 남해는 갯벌이 만들어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평균 수심이 55m 정도로 얕고 조수간만의 차이가 3m~9m 정도로 크며, 여러 강의 하구가 있어 계속해서 흙과 모래가 흘러든다. 또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이 파도의 힘을 분산시키기 때문에 퇴적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 넓고 완만한 갯벌이 형성된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우리나라의 갯벌은 식물 플랑크톤을 포함한 식물 164종, 동물 687종이 살아가는 터전이며, 전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처한 물새 중 47%가 주요 서식지로 이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생태계의 다양성 때문에 우리나라의 갯벌은 미국 동부의 조지아 연안, 캐나다 동부 연안, 아마존 유역 연안, 북해 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동안 갯벌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다. 곡식을 생산하는 농토를 최고로 여기던 시절 갯벌은 방조제를 막아 흙으로 메워져 간척지로 변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고려 1235년 고종이 몽고군의 침입을 피해 강화도로 천도한 후 전략적으로 연안 방조제를 축조해 해상 방어는 물론 군량미를 조달하는 효과를 거두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간척의 기원이라고 한다.

이후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기,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 새만금까지 간척지는 줄기차게 만들어져왔다.

하지만 쌀보다 바다에서 나는 해산물의 부가가치가 월등히 높아진 현대에 와서는 갯벌의 위상은 크게 달라졌다. 환경 측면에서나 경제적 측면에서 갯벌이 간척지보다 가치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갯벌 관리 실태는 여전히 초보적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필자가 한창 현장 기자로 활동하던 지난 2006년 갯벌 관리의 선진국으로 통하는 독일의 갯벌 실태를 취재한 적이 있다.

독일은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격상시켜 관리하고 있었는데, 북해와 맞닿은 지역에 위치한 니더작센 갯벌국립공원과 바텐미어 갯벌국립공원이 그것이다.

이곳 갯벌의 환경생태는 국립공원 관리사무소 연구원 수십 명에 의해 철저히 관리된다. 국립공원의 존재는 갯벌 환경을 잘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갯벌국립공원의 관광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다. 당시 니더작센 국립공원만 해도 한해 1천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와 8천만유로(한화 1천100억원)가량을 쓰고 갔다.

관광객들이 갯벌에서 즐기는 것은 별다른 게 없다. 그저 뻘밭을 가족들과 걸어다니며 머드의 끈적함을 느끼거나 갯벌 속에 사는 생물을 살펴보는 것이 전부다. 이들은 생태 자체를 즐겼다.

사실 우리나라 갯벌과 비교할 때 독일의 갯벌은 특별할 게 없다. 우리나라 것보다 끈적거리지도 않을뿐더러 뻘 속에 사는 생물도 몇 가지 되지 않았다. 게다가 우리나라 서남해안은 리아스식에다 멀리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어 풍치가 아름답지만 독일의 해변은 직선으로 밋밋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은 철저한 환경보호로 갯벌을 주민 수입으로 연결 짓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했다.

우리 갯벌은 가히 세계적이다. 우리나라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만큼 지금부터 그에 걸맞는 생태환경 보존관리와 부가가치화를 시작해야 한다.
여균수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여균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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