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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북한 핵 위협까지 덮친 한국의 상황은 좀처럼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 전-현 정권, 여야 간의 치열한 권력투쟁 속에 경제는 실종됐고 시민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의 길로 들어선 지 오래다. ‘강해서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는 말을 금과옥조로 삼고 생존투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오늘 우리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정치권을 믿지 못하니 경제부처를 비롯한 정부조차도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추락하는 주가와 급등하는 환율, 심지어 가상화폐의 폭락에 대해 정부는 이렇다할 대책이나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년여 전, 한 자치단체장의 꼼수가 입살에 오른 적이 있다. 취임한 지 2년째 되는 연말, 1년 동안의 성과를 모아 송년 기자회견을 해야 하는데 회견에서 언급할만한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궁색하게도 지난 1년이 아닌 취임 후 2년 동안의 성과를 한데 모아 두루뭉수리로 얼버무려서 송년 기자회견을 했다. 물론 자화자찬으로 가득찼다. 하지만 시민들은 중심을 꿰뚫고 있었다. 결국 그 단체장은 보기좋게 다음 선거에서 낙선하고 말았다. 거짓으로 혹세무민하려다 신뢰를 잃은 위정자의 말로를 보여주는 전형이었다.
글로벌 경제위기에다 국가 차원의 각종 위기 상황이 지속 또는 심화하는 가운데 광주와 전남의 지역경제라고 안녕할 리 만무하다. 시민들이 각자도생하듯 자치단체도 홀로서기와 살아남기에 진력해야 할 상황임은 더이상 말이 필요 없다. 특히 광주시정을 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강기정 시장이 내걸었던 주요 공약의 성사와 성공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지산나들목 진출로 개통이나 백운광장 지하차도 설치 등은 중요하긴 하지만 지역경제 전반에 심각한 영향을 줄 정도의 사안은 아니다. 반면에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과 복합쇼핑몰 유치, 어등산관광단지 개발 등은 광주경제에 중요하고 큰 사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들 공약이 추진되는 가시적인 움직임을 시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수소 트램 설치의 경우 시민의 공감은 물론 광주시의회와도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일단 논의를 멈추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시장이 취임한 지 겨우 5개월 남짓이다. 이 시점에 성과를 내라고 하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성급하고 지혜롭지 못한 일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 것이 민심이고 보면 시민보다는 강 시장을 비롯한 광주시의 노력이 더 경주돼야 할 것이다. 노력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각 사업의 진척상황을 시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고, 시민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는 이른바 ‘소통’이 잘 되고 있는지부터 점검할 일이다.
경제를 둘러싼 모든 요인들이 실타래처럼 꼬여있다. 싸움이 우선인 정치도 불안한 국가 안보도 모두가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국가와 정부가 존재하는 이유를 절실하고 명확하게 체감하는 요즘이다. ‘상황이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어쩌면 요즘 같은 난세를 극복하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경제의 기본은 신뢰, 곧 믿음이다. 지방정부가 시민에게 믿음을 주고 든든함을 느끼게 하는 것으로 지역 현안과 경제를 보살피는 첫걸음을 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