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런데 이들은 당당했다. 당선소감 때문에 다시 무대로 호출된 이들을 통해 안도하는 점은 당당하고, 솔직하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러지 못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소설과 평론 부문의 20대 당선자들에게서는 패기가 느껴졌고, 시와 동화 두 당선자에게서는 왠지 모를 안정감이 느껴졌다.
그들의 당선소감을 되새겨 본다. 당선소감을 하러 여러 사람 앞에 서면 떨릴텐데 전혀 그런 내색도 없이 소감을 솔직하게 들려준다.
먼저 소설 부문 당선자인 임정인씨는 소설을 쓰는 것이야말로 다른 사람들을 내가 만든 세계로 초대하는 매력적인 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신춘문예 당선을 누군가 자신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계속 글을 써도 된다고 격려하는 의미로 받아들였다. 그는 앞으로 어떤 길을 가더라도 문학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 풍족하고 풍부한 삶을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이어 당선자들 중 최연소로 ‘비평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평과 함께 당선의 영예를 안은 평론 부문 당선자인 윤소예씨는 가진 것이 없고 목소리가 작은 사람들도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문학의 힘이라면서 오늘 이 자리를 축하하기 위해 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며, 자신을 믿어준 이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고 계속 글을 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이번 당선자들 중 최연장자로 당선된 시 부문 당선자인 노수옥씨는 올해로 신춘문예 사수생이라고 언급하면서 그는 자신을 지도해주신 교수님들이 ‘시인은 나이를 먹을수록 젊은 생각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 가르침을 따라 기존 생각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에서 새로운 소재를 찾기 위해 고민해왔다고 전했다. 특히 젊은 친구들의 자리를 뺏은 것 같아 조금 미안한 기분이 들지만 그만큼 더욱 열심히 노력하는 시인이 될 것을 약속했다.
동화 부문 당선자인 김성욱씨는 처음 동화를 쓰기 시작한 무렵 이 나이에 동화를 써도 되나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글을 쓰면서 세상으로부터 쌓인 때가 벗겨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동화를 쓰면서 어린 아이의 눈높이로 세상을 바라보려 했고 그럴수록 저 자신이 위로받는 기분이 들었다며 이제 첫발을 내딛었으니 앞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면서 보다 큰 발자국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할 뜻을 내비쳤다.
이들의 당선소감을 되새긴데는 필자 역시 초심을 잃지 않고 가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서 필자 자신이 가지고 있지 못한 삶의 여러 자세들을 충전받는 기분이 들었다. 신예이기 때문에 다소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문학의 울타리 안에서 살아 남아달라고 부탁했다. 동료문인으로 만나는 일 역시 그리 나쁘지는 않아서다. 그들의 건필(健筆)과 행운을 빈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