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불안, 리더쉽의 관계
검색 입력폼
전문가칼럼

장마, 불안, 리더쉽의 관계

최총명 상담학 박사(허그맘허그인심리상담센터 광주무등점 원장)

[광남시론] 최근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경험했다. 끊임없이 쉬지않고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보며 인간은 자연 앞에서 자신이 한없이 초라한 존재임을, 또한 자신의 무능력함을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인간은 무기력함을 자각할 때 불안이 작동하기 시작한다. 불안은 본능이며, 이 본능은 ‘살아남아야 한다’라는 기제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자동으로 작동하게 되고, 외부 자극 요소가 있는 경우 점점 고조되며, ‘내가 살아남기 위한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찾기 시작한다.

첨단 기술이 발달한 현재도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면서 인간의 무능력함을 확인하게 되는데 조선시대에는 어땠을까. 조선시대까지도 비, 가뭄, 불과 같은 자연재해 앞에서 어떤 해결책을 강구하기보다는 리더들이 어떤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하늘의 돌봄과 긍휼히 여김을 기대하였다고 한다. 이한우님의 왕의 하루라는 책을 보면 “왕의 하루는 당연히 전국 8도에서 온 특산물로 진수성찬을 준비했다. 다만 가뭄이나 홍수 같은 천재지변이 있을 때는 음식의 가짓수를 줄이는 감선을 했고... 성종의 경우에는 가뭄이 계속될 때 반찬을 물리고 그냥 맨밥에 물을 말아서 먹기도 했다”라는 묘사는 최고의 리더가 집단적인 사회불안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자연재해로 인한 집단불안이 조성되었을 때 사회 구성원들은 공포와 불안을 공유하면서 점점 고조되어 가는 것을 느끼고 무언가 적극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다리게 되는데, 불안을 낮추는 방법으로써 옛 임금들은 솔선수범을 함으로써 불안을 공감하고 나누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불안은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본능이기 때문에 없앨 수는 없고 줄이거나 높이는 등의 조절의 방법을 선택하게 된다. 그래서 사회구성원들의 불안이 조성될 때 그것을 빠르게 낮추는 방법이 무엇인지 사회 리더들은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며, 불안을 감소시킬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불안을 느끼는 사회 구성원을 공감하는 것이 선행되어 한다.

심리학에서 ‘공감’(共感)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고 그 의미를 도출하기 위하여 수 세기 동안 다양한 실험을 하였으며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었다. 영어로는 Sympathy, 즉 너의 마음속에 들어가서 너와 같은 기분을 느껴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인지발달, 인간발달’의 중요한 지표(barometer)이기도 하다. 인간의 발달 단계에서 생후 18개월이 지나가면서 인간은 공감능력이 생기기 시작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나도 느낄 수 있는 상태가 되어 간다. 그리고 이 발달이 잘 되어야 사회 속의 인간 및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인간이 될 수 있다. 또한 더 나아가서 공감이 잘 되어야 통찰력(요즘 유행하는 메타 인지, 추상적 사고능력과 거의 비슷한 의미이다)이 높은 사람이 될 수 있다. 통찰력이야 말로 Sympathy와 Empathy가 동시에 되는 능력인데 사회 전체가 불안에 휩싸였을 때 리더들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능력이며, 사회 구성원이 리더에게 가장 보고 싶은 능력이지 않을까 한다.

그럼 이번 기록적인 폭우를 경험한 우리 사회 상황으로 다시 돌아와서 생각해보자. 우리 사회 집단에서 리더역할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번 사회적 불안을 맞이하며 사회 구성원들과 같이 느끼는 자세가 되었었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연일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고 내일 역시 비가 많이 오게 될 것이고, 유래 없던 ‘극한 호우’라는 정의를 사회 구성원들이 알아가고 걱정하고 있을 때, 우리는 사회 지도자들의 어떤 모습을 보았는지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분은 ‘나의 불안을 감소시켜주는 느낌을 받았던 지도자의 행위’가 기억나는가?

이번 장마기간 많은 사망자와 이재민이 발생하였고 채 집계를 할 수 없는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하였다. 저녁 내내 세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불안해 했고, 아침에 깨자마자 어제 저녁에 비가 얼마나 왔는지, 오늘은 얼마나 올 것인지를 검색하면서 불안에 떨었던, 인간의 무기력함을 경험한 사회구성원인 우리들에게 집권 여당과 야당의 리더들과 국회의원들, 고위 공무원들, 지방의 고위 공무원 및 선거 때 고개를 꾸벅 숙이고 웃는 낯으로 표를 바라던 우리 손으로 뽑은 지방 의원들과 단체장은 우리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불안을 잠재워 주기 위하여 어떤 것을 보여주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임금이 가뭄에 혹은 홍수에 진수 성찬을 물리고 물을 말아 단초롭게 진지를 드셨다는 것이 ‘재해 앞에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된다면 우리 손으로 뽑은 리더들은 그럼 어떤 더 나은 것을 하셨는지, 그것이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되묻고 싶다.

비가 그쳐가면서 자연 재해에 대한 직접적인 불안이 사그라 들겠지만,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국민으로써 ‘나를 지켜줄 수 없을 것 같은, 공감능력이 전혀 없는 것 같은 불안한 리더들’을 보면서 오히려 국민이 리더를 걱정해야 하는 것 같은 상황에 한숨이 쉬어진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인 나는 이번에 이런 사람을 리더로 뽑고 싶다. 총선을 준비하기 위하여 겉모습을 치장하고 웃는 낯을 연습하며 어떤 공약이 효과가 있을지 생각하기 전에 공감하는 훈련을 먼저 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하는 사람.
광남일보 gn@gwangnam.co.kr        광남일보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