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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
“우리지역 공연예술계 소식 우리가 전해야지요이.”
아이고 이런, 가뭄에 단비
“배우님, 담주부터 방송국 안 나오셔도 됩니다. 코너가 폐지되었어요.”
2020년 지역 M 방송에서 “연극 읽어주는 배우”라는 코너로 10개월째 인기 상승 중이었는데 코너가 없어진다고 뜬금없이?
“우리 프로그램이 통째로 폐지되는 거예요. 저희도 너무 속상해요.”
M 방송사의 ‘사람이 좋다 문화가 좋다’는 문화예술관련자들에게는 인기있는 장수 프로그램이었다. 공연전시정보는 물론이요 인물 초대석 등 다양한 코너를 통해 지역예술계의 현재를 담아주고 있었기에 프로그램의 인기는 늘 문전성시였었는데 청취율 등을 이유로 폐지되었다. 학교에서 예체능 수업은 이미 사라졌고 지역 방송이 청취율 블라블라 이런저런 이유로 문화예술관련 코너가 사라지는 지경에 이르러 이제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지경이고 지면의 문화면마저 축소되는 상황에 유튜브 등 공연예술 콘텐츠가 먹방, 연예, 가쉽 등의 콘텐츠에 비해 유달리 저조한 조회 수는 관심사가 없다는 시그널이니 공연예술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을 더 강구해야 할 지경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소멸되고 위축된 공연예술계가 2024년 문화예술 예산 대폭 감소로 다들 빈곤한 지경일 텐데 의지가지 할 데 없는 가운데 OTT 플랫폼에 밀리는 예술영화나 스펙터클한 콘텐츠로 인해 한산하기 그지없는 연극이라니! 세상이 힘들고 팍팍하니까 쉽고 예쁘고 편한 것만 보여주면서 자신의 민낯을 애써 외면하는 거겠지? 그렇다면 이 시대에 예술의 역할, 연극은 기능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잠시 멈추고, 잠시만 기다리자. 5G로 서두르지 말자. 인간에게 맞는 속도를 유지하고 삶을 돌보기 위해 규모를 줄이는 방법을 살펴보자 라고 말해야 해요. 사람들이 우리 시대를 잠식하는 성장 서사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오래된 미래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호지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을 질문에 대한 답으로 곰곰이 되짚어 본다.
수많은 이들이 창의하고 상상을 주도하며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생산하고자 쇼츠, 짤 등으로 몇 십 초안에 승부를 걸며 치열하다 하지만 살아남는 것은 손에 꼽힐 지경으로 그마저도 언제 순위 밖으로 밀릴지 모른다. ‘좋아요’를 얼마나 받을 것인가. 내가 얼마나 유명해질 것인가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겉보기만 화려하다. 무엇이 떴다 하면 그쪽으로 우르르, 저쪽으로 우르르 예쁘고 쉽고 편하지 않은 것은 점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외된다. 긴 호흡을 가진 친절하지 않은 연극이나 예술영화 등으로 ‘좋아요’를 받기에도, 우르르 몰리기에도 도무지 경쟁 상대가 아니다. 이 모든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예쁘지 않고 쉽지 않은 추한 것을 직면하는 일이 동시대의 모든 예술이라는 사명의식이지 않겠는가.
좋은 희곡을 선택하고 실력 있는 배우, 스텝까지 참여하여 제작한 연극 ‘더 파더’는 우리 지역 예술계의 자생력을 보여주자는 목표로 제작 유통하고 있으나 동장군의 위엄이 딱 가로막고 있는 모양새다.
‘연극이 어렵겠네’, ‘재미없어 보이네’, ‘커플 데이트하기에 내용이 너무 무겁겠네’, ‘인문철학적으로 생각하기 싫다’ 등이라니…. 보기도 전에 이러하다니 세상 탓을 해야 하는가? 연극 탓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내 탓을 해야 하는가? 광주시민 여러분, 일단 와 보시라!
우리 지역에서 10년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연극 소극장은 서울, 부산, 대구에 비하면 턱도 없을 만큼 양적으로 빈곤하다. 그마저도 1년을 버텨내는 일이 사뭇 독립운동이다.
씨어터연바람, 예술극장통, 공연일번지, 민들레소극장, 예린소극장, 문예정터, 지니아트홀, 기분좋은극장은 올 한해도 잘 살아냈으면 하는 바람으로 세상에서 외면한 사람 이야기를 하려고 오늘도 동분서주한다.
게다가 80년 이상을 건재하고 있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광주극장, 지역 사투리로 글을 써내는 전라도닷컴, 미술 전반 소식을 전하는 광주아트가이드, 더불어 유일하게 우리 지역 문화예술 현장이슈를 전해주는 광주가톨릭평화방송의 의지는 존재 자체로도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우리 지역 사람이 더 잘 알아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