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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진 광주 동구 학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장 |
이를 보완해주고 있는 게 전국 시·군·구 읍면동에 설치된 지역사회보장협의체(이하 지사협)다.
지사협은 동네 주민이 위원으로 참여해 보다 나은 동네를 만들고자 불편사항, 건의사항 등을 행정복지센터, 지자체에 건의하는 민·관기관이다.
특히 전체 65세 이상 노인 인구 중 30% 이상이 독거 어르신 가구인 광주 동구 학운동의 경우 지사협이 어르신들이 마을 공동체에서 자신감, 자존감을 얻을 수 있도록 특색있는 사업을 적극 추진해 호평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는 동구 학운동지사협 위원장을 2년째 맡고 있는 이종진씨(70)가 있다.
이 위원장은 학운동 토박이는 아니지만 동네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함평군 월야면에서 태어난 그는 1960년대 광주 동구 지원동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1981년 6월 한국전력공사 기술직으로 입사한 그는 북구 각화동으로 주거지를 옮겼고 14년간 광주지역의 송전반 업무를 맡아 1994년 3월 명예퇴직을 했다.
퇴직 후 바로 1994년 북구에서 부인이 운영하는 미용실 ‘이은헤어센스’ 경영을 도왔다. 당시 광주에서 남자 경영자 1호로 알려졌다. 이후 당시 보편화되지 않던 직원 관리 등 경영시스템을 도입해 북구, 서구, 남구, 광산구에 총 5곳 60여 명을 관리하면서 사람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그가 ‘제2의 고향’인 학운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2년.
당시 학운동 아파트 개발사업이 진행되면서 거주지를 이곳으로 옮긴 이 위원장은 ‘동네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함께 어울려 잘 살까’를 고민했다.
이때 지인의 권유로 학운동 방위협의회에 가입을 하게 됐다. 이 것이 계기가 돼 20여 년 간의 ‘동네 챙기기’에 들어가게 됐다.
40대 후반이었던 그는 대비정규전 수행을 위한 전투근무, 예비군 운용을 도우는 등 학운동 방위협 일이라면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그 성실함을 인정받아 2010~2011년 2년간 학운동 방위협의회 위원장을 맡게 됐다.
방위협 활동을 하면서 동네 구석구석을 챙겼던 그는 주민들에게 호평을 받았고 또 다른 단체에 가입에 달라는 권유를 받게 된다.
2009년 학운동 주민자치위원에 위촉된 그는 월 2~3회 모이는 자치위원회 회의에서 밝은 분위기를 주도하며 회원 간 친목, 유대 관계를 증진시켰다. 또 성실함을 무기로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면서 ‘분위기 메이커’, ‘소식통’이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자치위원회에 없어서는 안될 인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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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사진작가 ‘우리동네 이야기카페 사진전’을 살펴보는 임택 동구청장과 이종진 학운동 지사협 위원장. |
결국 그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여간 학운동 주민자치회장을 맡았고 행정복지센터와 주민간의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살기 좋은 동네 만들기’에 앞장선다.
그래서 그런지 학운동은 2017년 3대가 함께하는 건강마을 프로젝트를 비롯해 플리마켓, 건강체험, 체육대회 등을 진행해 ‘광주시 올해의 최고마을’에 선정됐다.
이는 주민들이 마을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를 만들었고 자치위원회 회의때 마을 표지석 설치 등 동네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사업들이 대표의제가 돼 추진됐다.
이 위원장은 학운동 자연마을 뿌리사업을 수행할 TF팀을 구성해 2020~2021년 2년간 구술·문헌자료를 한데 모아 학운동·미량·홍림 등 9개 마을에 표지석을 설치했다.
또 2019년 11월 동구에서 두 번째로 개소한 무꽃동 마을사랑채(의재로43번길 6) 설립에 주민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주민들의 의견대로 학운 구립 어린이집이 리모델링돼 공유부엌, 다목적실, 동구책정원을 갖춘 소통·나눔·문화의 복합공유공간으로 거듭났다. 현재 학운동 마을사랑채는 아이부터 부모 그리고 어르신까지 3대가 모여 소통하는 사랑방 장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그는 초대 학운동 마을사랑채 운영협의체 위원장을 맡으면서 주민의견을 한데 모아 ‘무등산 아래 꽃구름 동네’라는 의미의 마을브랜드 ‘무꽃동’도 만들었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는 상·하반기 주민자치회에서 주관한 ‘무꽃동 마을소식지’ 발행에도 참여해 이웃·청소년 이야기, 마을소식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데도 힘썼다.
이 위원장은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에 자긍심을 심어주기 위해 표지석을 설치하게 됐다. 또 ‘우리는 함께’라는 마음으로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나 주민자치회가 하는 일을 알릴 수 있는 마을 소식지도 발간하게 됐다”면서 “단체 활동을 하면서 지역 특수성을 잘 이해할 수 있었고 나아가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동네로 만들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2018년 8월 학운동 지사협 위원을 시작으로 2022년 9월 지사협 위원장을 맡게 된 그는 활동 범위를 넓혀 갔고 점차 동네 발전을 위해 헌신하게 됐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는 그는 지사협 회장으로 소외된 이웃들을 챙기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부터 행정복지센터와 함께 관내 독거 어르신 200명에게 매달 2번씩 찰밥 도시락을 지원해주는 ‘따뜻한 밥상 찰밥데이’를 추진하고 있다.
또 2022년부터는 이들이 혼자 외롭게 지내지 않도록 매주 목요일 휴대전화를 들고 동네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는 ‘황혼의 사진 작가’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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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곤 광주도시공사 사장과 김용임 광주시의원이 학운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사랑나눔 쌀’을 전달했다. |
이와 함께 명절에 사과, 배 등을 관내 취약계층에 전달하는 집배송 서비스 프로그램도 참여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2021년 선물 선호도 조사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신분 노출을 꺼린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 때부터 수혜자 집으로 과일 등을 직접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사람들이 지역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어디에 하소연을 해야 하는 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한명씩 사람을 알면서 그들의 민원을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고 행정에 반영시켜 나갔다. 그렇게 동네가 조금씩 발전되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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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에게 전달할 카네이션과 찰밥 등을 포장하고 있는 이종진 위원장과 지사협 위원들. |
이 위원장은 앞으로도 자율적 주민 참여 프로그램, 마을소모임 등 다양한 공동체 활동을 통해 이웃에 대한 배려가 가득한 학운동을 만들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를 위해 지사협 위원들과 함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소외계층을 발굴하고 마을발전을 위한 의제 발굴해 학운동을 광주 최고의 마을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을주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이들이 학운동이라는 공동체 공간에서 융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이러한 노력이 모여 배려와 존중이 스며있는 공간, 서로 함께했을 때 발휘되는 공감의 힘을 느낄 수 있는 마을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사진=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