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으로 기대감 줄 수 있는 배우 꿈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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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기대감 줄 수 있는 배우 꿈꾸죠"

[남도예술인]소리꾼 정승기 광주시립창극단 상임단원
2020년 입단 5년차 ‘망월…’·‘23 별주부전’ 주연 활약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21년 단역 맡은 ‘적벽대전’
"대중적인 작품·강렬한 악역 도전해보고 싶다" 밝혀

정승기 광주시립창극단 상임단원은 “이름만으로 관객에게 기대감을 줄 수 있는 창극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국악의 대중화와 함께 대중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자연스레 ‘창극’을 주목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한때는 고전적인 옛것으로만 여겨졌을지 모르나 최근에는 창극 스타가 탄생하는 등 나날이 대중성이 더해지는 추세다. 특히 웹툰을 원작으로 하거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재창조하는 등 작품성과 대중성을 골고루 갖춘 트렌디한 작품들이 선보이면서 창극의 범위는 끝없이 넓어지고 있다.

정승기 소리꾼은 이러한 창극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는 광주시립창극단의 상임단원이다. 2020년 입단해 햇수로 5년 차 창극단에 몸담고 있는 그는 크고 작은 배역을 맡으며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창악부에서 아직 막내지만 창극을 향한 열정과 프로의식은 남다르다.

그가 처음 주연급 역할을 맡은 작품은 2022년 5·18 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제57회 정기공연 ‘망월, 달빛의 노래’다. 전남도청 시위현장에 나섰다가 공수부대의 총격으로 목숨을 잃은 망월할매의 아들 정영일 역을 맡아 눈도장을 찍었다.

제58회 정기공연 ‘무등산 산군이’에서는 다섯 정령 중 수신으로 분해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또 지난해 동초 김연수작 ‘수궁가’를 원작으로 재창작한 제59회 정기공연 ‘23 별주부전-수궁 어벤저스’에서 충심 깊고 영민한 별주부 역할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박지윤 명창을 사사한 정 단원은 광주예고 국악과와 한양대 국악과를 졸업 후 동 대학원에 입학, ‘제22회 서편제 보성소리축제’에서 일반부 대상을 수상하는 등 무대 경험을 쌓아왔다. 창극 무대에 서는 것을 꿈꾸며 진로를 고민하던 중 우연히 광주시립창극단 비상임단원 티오(TO)가 뜬 것을 보고 지원해 입단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경험을 쌓아봐야겠다는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창극단에 들어와 활동하며 발전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곳이라고 느꼈습니다. 공연 퀄리티나 관객 동원력 등에서 힘이 있는 단체임을 알게 됐고, 더 많은 무대에 서면서 함께 성장하고 싶어졌죠.”

‘무등산 산군이’
23 별주부전-수궁 어벤저스’
그동안 창극단에서 선보인 무대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2021년 단역으로 출연한 ‘적벽대전’이다. 솔로파트가 5분도 채 되지 않는 군사 역할이었으나 최선을 다해 준비한 만큼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당시 비상임단원이었는데 처음으로 욕심을 내고 싶어졌죠. 저를 증명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몇 달을 공연장에 박혀 연습만 하며 살았습니다. 작은 역할이었지만 기억에 더 많이 남았죠.”

판소리는 한 명의 소리꾼이 고수(鼓手)의 장단에 맞춰 무대를 채운다면, 창극은 여러 소리꾼이 배역을 맡아 합심해 극을 이끌어야 한다. 소리와 연기, 안무를 모두 소화할 수 있어야 하기에 신경 써야 할 것도 많다. 정 단원은 연기에 흥미를 가지고 지내온 습관이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다. 평소 드라마나 영화를 자주 보면서 배우의 입모양 또는 대사를 어떻게 읽는지를 분석해보곤 한다.

매년 일주일간의 창극단 휴가가 주어지면 그는 곧바로 짐을 싸들고 서울 대학로로 향한다. 연극과 뮤지컬을 보기 위해서다. 무대 위 배우가 아닌 관객으로 객석에 앉아 무대를 관람하면서 관객들이 기다리고 직접 찾아보는 공연을 만들고 싶다고 느낀다.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어요. 지나가다 우연히 벽에 붙은 홍보물을 보고 ‘이 공연을 봐야겠다’ 하는 경우는 흔치 않죠. 이미 알고 있고, 보고 싶은 공연을 미리 예매하는 게 보편화됐으니까요. 같은 극 장르를 하고 있지만 창극은 그 정도로 관심을 받고 있지 않다는 게 안타까울 때도 있어요. 뿌리를 잃지 않되 좀 더 가볍고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인 작품이 많아지면 창극을 찾는 대중들이 더 많아질 거라고 확신합니다.”

23 별주부전-수궁 어벤저스’
‘망월, 달빛의 노래’
그가 추후 도전하고 싶은 역할은 등장만으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강렬한 악역이다. 악역은 대사 한 줄만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킬 수 있고, 때에 따라 분위기를 완전히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역할이기에 기회가 되면 꼭 도전해볼 의향을 내비쳤다.

오는 27일에는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열리는 창극단의 기획공연 ‘판소리 감상회’에서 ‘춘향가’ 중 ‘박석치’ 대목을 선보일 예정이다.

장원급제한 이몽룡이 박석치 고개에 올라 광한루를 바라보며 춘향과의 추억을 회상하는 대목이다. 완벽한 무대를 위해 매일 같이 연습을 반복하고 있다.

끝으로 그는 지금보다 더 큰 ‘창극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팸플릿에 적힌 이름만으로 그 공연에 대한 기대감을 줄 수 있는 배우. 그 꿈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그는 무대에 서는 매 순간을 진심을 다해 준비한다.

“그전까지는 그냥 음악하는 사람이었다면 창극단에 들어오고 나서는 ‘프로’라는 의식을 갖게 됐어요. 공연에 서면 설수록 완벽을 추구하게 되죠. 광주시립창극단을 많은 분들에게 사랑받고 박수받는 단체로 만들고 싶습니다. 다양한 무대에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김다경 기자 alsqlsdl94@gwangnam.co.kr        김다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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