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의사’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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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의료계는 ‘의사’만을 가리키는 단어가 아니다

임규훈 약샘한의원 원장

임규훈 약샘한의원 원장
[아침세평] 요즘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많이 보인다.

‘윤석열 정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의료계 반발’, ‘의료계,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윤석열 대통령, 의료계 이야기 더 들을 것’, ‘정부, 의료계 대안 기다린다’, ‘의료계, 내부 분열 조짐’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사들이 이런 식의 제목을 달고 쏟아지고 있다.

이런 기사들을 읽는 독자들은 의료계를 단순히 의사들을 가리키는 단어로 이해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서 필자는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를 하고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렇게 ‘의료계’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지금부터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다.

먼저 ‘의료계’라는 단어가 어떻게 정의돼 있는지 알아보자.

의료계의 국어사전의 정의는 ‘병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활동 분야’라고 돼 있다. 다시 국어사전을 보면 병을 치료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의료인’이라고 한다고 적혀 있다.

그렇다면 의료계라는 의미는 의료인이라는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분야를 가리키는 말이 된다.

의료인은 어떤 사람들을 말하는 지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의료인에 대한 정의는 의료법에 아주 구체적으로 적혀 있다.

의료법 2조 1항에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고 돼 있다. 의료인은 의사 뿐만 아니라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고 명시돼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각 의료인의 임무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1,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2, 치과의사는 치과 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3,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4, 조산사는 조산과 임산부 및 신생아에 대한 보건과 양호지도를 임무로 한다. 5, 간호사는 다음 각 목의 업무를 임무로 한다.(㉮ 환자의 간호요구에 대한 관찰, 자료수집, 간호판단 및 요양을 위한 간호, ㉯ 의사,치과의사,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 ㉰ 간호 요구자에 대한 교육, 상담 및 건강 증진을 위한 활동의 기획과 수행,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보건활동 ㉱ 간호조무사가 수행하는 업무보조에 대한 지도)

이와 같이 의료법에는 의료인의 정의와 각각의 의료인이 하는 역할을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정리를 한 번 해보면 다음과 같다.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들이 의료인이다. 그리고 의료계는 이 의료인들 전체의 활동 분야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의료인 전체를 말할 때만 의료계라는 단어를 써야 한다.

의료계에 속하는 한 집단이 어떤 주장을 했는데 의료계가 어떤 주장을 했다고 쓰면 의료계 전체가 그 주장을 한 것으로 여겨지게 된다. 이는 아주 부적절한 단어 사용이 된다.

요즘 많이 나오는 의사들의 주장이나 행동 등을 가리킬 때는 의료계라는 단어보다는 그냥 의사 혹은 의사들이라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 글의 시작으로 돌아가서 그 때 언급된 뉴스의 헤드라인을 다시 다 고쳐보자.

‘윤석열 정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의사들 반발’, ‘정부, 의사들 대안 기다린다’, ‘의사들,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방침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윤석열 대통령, 의사들 이야기 더 들을 것’, ‘의사들, 내부 분열 조짐’ 등으로 표현돼야 한다.

이렇게 써야 정확한 단어를 선택해서 정확한 의미, 정확한 사실, 정확한 상황, 정확한 주장을 전달한 것이 된다.

의료인 중에서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및 간호사들이 똘똘 뭉쳐서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에 대해서 반대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의료계 전체가 의대 증원을 반대한 적은 없다. 의료계 일부인 의사들이 반발하고 반대하고 있을 뿐이다.

잘못 정의된 단어 사용은 사람들에게 잘못된 사실, 잘못된 신뢰를 줄 수 있다. 잘못된 사실, 잘못된 신뢰를 통해서 누군가는 권력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올바르고 정확하게 단어를 사용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의 권리가 부딪치는 분야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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