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현대 문화 품은 ‘동리단길’…분위기에 매료되다
검색 입력폼
특집 일반

근현대 문화 품은 ‘동리단길’…분위기에 매료되다

[2024기획특집-도심을 깨우자] <2>광주 동구 동명동
일제강점기 일본인 마을 형성
1990년 도심공동화 현상 침체
ACC 건립·카페골목 등 ‘우뚝’
여행자의 ZIP 콘텐츠 무궁무진
근대가옥 인문학당 관광객 호평

문화가 빛이 되는 광주시 동구 동명마을 만들기 사업 조감도(도시재생뉴딜사업)
광주에서 가장 ‘핫’ 한 곳 중 하나는 동구 동명동이다.

과거 동명동은 광주의 부호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농장주와 관리자들이 농장 아래에 고급주택을 짓고 살면서 형성됐다. 그러나 아파트가 주거문화를 대체하고, 1990년대 이후 신도시 개발로 인한 도심공동화 현상, 2005년 전남도청 무안 이전으로 활기는 점차 잃어갔다.

그러던 중 개성 있는 카페들이 하나 둘 자리하면서 젊은층이 모여들고, 점차 그 규모가 커져 오늘날의 동명동 카페 골목이 만들어졌다.

오래된 한옥을 개조한 카페와 레스토랑, 책방 등 근현대사의 모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알려지면서 발길이 이어졌고, 음식점, 라운지바, 제빵집 등이 가세하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신바람을 불어넣었다.

동명동 카페골목은 서울 경리단길에 빗대어 ‘동리단길’이라는 별명도 붙었다.

이는 동명동 상권의 매출과 유동인구 증가로 이어졌다.

2019년 123개였던 ACC 협력가게는 약 3배에 달하는 327개(2023년 6월 기준)로 급증했다.

카페의 업소당 월평균 매출액과 유동인구도 2023년 3월 현재 1472만원, 1만4508명이다. 이는 전년(1038만원, 1만518명)보다 각각 41.8%, 37.9% 증가한 수치다.

각각의 카페는 개성 있는 인테리어로 손님을 유혹한다. 내부와 외부, 모두가 포토존이다.

보통의 프랜차이즈 커피숍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맛을 제공한다는 점도 인기 비결이다. 에스프레소보다 더 진하고 부드러운 핸드드립 커피, 수제케이크, 수제쿠키, 디저트 등 매장별로 다양한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인다.

요일별 문화 프로그램, 공연을 보면서 마시는 영국식 홍차, 프랑스산 고급 버터를 사용해 만든 다양한 종류의 과자, 비스킷을 커피·음료와 함께 맛볼 수 있는 것도 매력이다.

특색 있고 분위기 좋은 식당들도 동명동 인기의 한 축이다.

광주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 일원에서 열린 제2회 커피산책 모습.
한옥, 양옥의 조화로움 속에서 맛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들이 자리하고 있다.

동명동의 식당은 고급스럽고 정갈한 한식퓨전식당, 브런치카페, 레스토랑, 포르투갈 와인 등 40여종의 와인 전문점이 손님을 맞고 있다. 항정살, 비빔밥 등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판매하는 곳도 많다.

점심과 저녁, 각각 다른 메뉴를 제공하는 독특한 운영으로, 동명동을 찾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배가시키고 있다.

특히 무등산 수박, 화순 복숭아, 광양 매실, 고흥 유자, 나주 한우, 고흥 마늘, 완도 된장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메뉴와 함께 전통주, 칵테일, 스낵류 등을 제공해 관광객의 눈과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로컬다이닝바 아우르(OwlR)를 운영하는 부산 출신 김이린 대표는 “동명동에 식당을 창업한 이유는 광주의 역사를 도보로 살펴볼 수 있어서다. 마치 보물찾기를 하는 느낌이다”면서 “하루 평균 100여명이 꾸준히 방문하고 있다. 주로 젊은층이 찾지만 가족 단위 손님들도 꽤 많다”고 소개했다.

이어 “동명동의 가게들은 홀로 방문하는 이들이나 분위기 좋은 곳에서 부담 없이 음식, 커피 등을 먹고 싶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마련돼 있다”며 “단순히 음식을 먹는 곳이라기보다 음식과 함께 아기자기한 골목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점이 매력 포인트다”고 덧붙였다.

자치구가 다양한 콘텐츠 공간을 제공하는 ‘여행자의 집(ZIP)’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곳 중 하나다.

지난 2022년 8월 문을 연 여행자의 집은 광주를 소개하는 관광안내소이자 차별화된 복합문화공간으로, 주요 관광지와 연계한 인증샷 이벤트, 피크닉 세트 대여, 짐보관 서비스 등으로 내장객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감성, 인권, 생활 등 3가지 테마로 운영하는 이색 관광 프로그램 ‘여행자의 집(ZIP) ZPTI’는 만족도 높은 콘텐츠로 알려져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곳에서는 현재 광주만의 관광 브랜딩화를 추진, ‘관광·여행객들이 오고 싶은 광주’를 만들고자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 중이다. 지도, 책자 등 기초적인 관광정보만 제공하는 일반 관광안내소와 달리, 주요 관광지를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ZPTI는 동구 명소에 적용한 프로그램으로 ‘동구 8보(寶)’를 포함한 광주극장, 야간관광코스, 전일빌딩245 등과 관련된 56가지의 주요 관광지 미션을 선택하고 인증 사진촬영, 식사·음료 주문하기, 5·18시계탑에서 오후 5시 18분께 흘러나오는 ‘임을 위한 행진곡’ 듣기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민과 젊은층을 위한 공간도 눈에 띈다.

지난해 근대가옥을 리모델링해 마련한 ‘동구 인문학당’은 주민의 인문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원래의 근대가옥은 1954년에 건립됐으며 한식과 양식, 일식이 혼재해 있는 독특한 가옥 형태를 이루고 있다.

남병효 동명공동체상생협의회장은 “젊은 소상공인들이 모여 낡은 주택을 카페, 맛집, 공방 등으로 개조하면서 동명동은 젊음과 생기가 가득한 핫 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았다”며 “문화와 관광이 공존하는 명소로 명성이 자자하다”고 말했다.

임택 동구청장은 “광주 동명동은 고급주택과 오래된 한옥들이 혼재된 지역으로, 이색적인 식당과 카페, 복합문화공간을 보기 위해 많은 시민,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며 “주민이 거주하기 좋은 마을, 외지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 동명동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2022년 10월 29일 광주 동구 동명동 카페거리 일원에서 제2회 커피산책이 열렸다.
‘커피산책’ 행사에 참석한 임택 동구청장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