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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휘 전남도사회서비스원 원장 |
알콜 의존증, SNS 과의존, 충동구매장애, 워크홀릭 등 흔히 말하는 중독은 다수가 심리적 중독이다. 중독은 의존증, 탐닉이라는 말로 점차 바뀌는 추세인데 문제는 내성이나 금단현상 같은 신경장애 및 정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까지 유발한다는 점이다.
최근 언론에 회자되는 숏폼 중독, 도파민 중독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데서 자기 조절 능력을 상실해 폰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인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영화관람률이 낮아지고 있는데 가장 큰 이유가 평균 두 시간이나 되는 영화상영 시간 동안 스마트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마트폰 숏폼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짧고, 쌈박하고, 계속 다른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알고리즘은 귀신같다. 검색했던 단어를 기억하고 끊임없이 관련 화면을 띄워준다. 우리나라 국민 중 스마트폰 사용자 24%가 SNS 중독인 이유다.
2023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율은 40.1%로 나타났고, 5년 전인 2019년 3월 알바콜과 두잇서베이의 SNS 사용실태 조사에서도 10대 청소년 10명 중 4명이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이용한다고 답변했다.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SNS 중독인 셈이다.
SNS 중독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닌 모양이다. 올 2월 16일자 한 신문에 의하면 에릭 애담스 뉴욕 시장이 틱톡, 유튜브, 인스타, 페이스북, 스냅챗 등 대표적인 5개 소셜미디어 플랫폼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소셜미디어 중독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예방교육과 정신건강치료 등을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금을 요구한 것이다. 뉴욕시는 ‘담배, 총기와 마찬가지로 소셜미디어는 공중보건 위험 요소’라고 규정했다.
왜 숏폼에 중독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까? 바로 도파민 때문이다. 사람에게 흥분이나 쾌감을 일으키는 호르몬이 도파민이다. 인간의 뇌는 음식을 먹거나 사랑을 나눌 때 도파민을 발산한다. 음식을 먹거나 사랑을 할 때 쾌감을 느껴야 이것을 반복할 수 있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고 종족도 보전할 수 있다. 쾌감이 없다면 그것을 반복할 동기가 없어져 굶어 죽을 수도, 멸종할 수도 있다.
도파민이 분비되면 쾌감을 느끼고 쾌감을 한번 느끼면 더 느끼고 싶다.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숏폼을 보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 마약이라 불리는 스마트폰 과의존, SNS 중독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스마트폰만 가지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24시간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SNS 알고리즘은 교묘하게 계속 검색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중독을 유독하고 있다. SNS 회사가 소송을 당하는 이유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모든 중독은 매개체나 수단이 다를 뿐 발생하는 방식은 같다고 한다. 뇌가 짧은 자극에 익숙해지면 인내하고 충동을 조절하는 부분이 약해진다. 매일 밤 잠들기 직전까지 누워서도 SNS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가족 간 대화도 어렵다. 숏폼이 아닌 다른 행동에서는 웬만한 자극이 아닌 이상 어떤 즐거움이나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몇 년간 이어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SNS 중독은 더 심해졌다. 외부 활동이 제한된 팬데믹 기간 친구와 술을 마시거나 같이 운동을 하는 등 도파민을 얻을 수 있는 사회적 경로가 줄었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나쁜 것이 아니다. 인류에게 없어서는 안 될 흥분과 쾌감을 주는 신경물질이다. 도파민이 없다면 세상은 따분하고 지겹기 짝이 없을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흥분과 쾌감이 있어야 살맛이 난다. 문제는 과몰입과 집착이다.
SNS 이용자의 55%가 SNS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경험이 있는데 타인의 행복한 모습들과 비교되는 스트레스가 가장 컸다고 한다. 이런 데서 착안해 매일 SNS를 30분 줄이면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직장인 대상으로 연구를 했는데 놀랍게도 업무 만족도가 올라가고, 스트레스 지수가 낮아졌다.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라는 신조어가 있다. 디지털(digital)과 해독(detox)의 결합어로 각종 전자기기와 인터넷, SNS 등에 대한 중독으로부터 벗어나 심신을 치유하는 것을 말한다.
디지털 단식이라고도 부른다.
가장 건강한 정신상태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잠시 디지털기기 사용을 멈추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는 디지털 디톡스를 실천해 본다면 훨씬 더 행복한 도파민이 분출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