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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새벽, 24년만에 북한을 국빈 방문했다. 양국은 ‘포괄적 전략동반자관계’를 규정하는 협정 체결로 북·러관계를 법률적 기초에 세워 러시아가 북한을 견인하겠다는 의미가 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글로벌 안보지형에서 북한의 나름대로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응하기 위해 동북아에서 북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차원의 방문이다. 북·러의 선린우호관계는 일본이라는 공동의 적을 격멸하는 투쟁과정에서 전투적 우의로 맺어진 두나라의 단결과 협조에 그 역사적 뿌리를 두고 있다. 북한은 1948년 창건이래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에 걸쳐 러시아와 고위급 교류를 활발히 진행해왔다. 1980년대 후반부터 공산권 붕괴와 소련연방 해체, 한·러수교 등으로 한동안 거리를 뒀던 북·러는 한미일 공조강화와 신냉전 구도 고착화 속에 다시 양국의 관계를 공고히 다지고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최근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와 좋은관계를 맺어온 나라이므로 경제협력과 공동의 이익을 함께 추구해 나가는 관계로 관리하며 사안별로 협력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국제법상 불법이고 북·러간 무기거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결의 위반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원만히 관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열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섯 번째 취임식에 미국, 일본등 대부분의 서방국가는 불참했으나 한국의 이도훈 러시아 대사가 참석한 것을 보면 한·러관계를 원만하게 유지 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엿볼수 있다.
하지만, 이번 푸틴의 북한방문에서 북·러가 군사동맹에 준하는 조약을 체결한 것과 관련하여 한국과 러시아가 서로의 레드라인을 시험하는 초강수로 맞서면서 한·러관계가 격랑에 휩싸이는 분위기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히자 푸틴은 북한에 정밀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고 맞대응 했다.
역사적으로 러시아는 한반도에 큰 영향을 발휘했다. 1896년 조선 고종이 신변의 위협을 느껴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俄館播遷)이 있었다. 대한제국이 세계사의 흐름을 잘못읽은 이 사건으로 인해 영·일동맹(1902)과 카쓰라,태프트밀약(1905)으로 이어지며 한민족은 비극적인 을사조약(1905)으로 일제강점기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1950년 스탈린은 김일성의 6·25전쟁을 승인해 한반도를 잿더미로 만들었고, 1990년대 고르바쵸프는 탈 냉전기에 한·소수교로 화해 협력시대를 열었다, 최근 24년만에 평양을 방문한 푸틴이 과거 스탈린의 길이 아니라 고르바쵸프의 길을 걸어 세계평화에 기여하고 한·러관계에 밝은 미래를 창조해야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러시아는 자국의 재건과 이미지 쇄신을 위해 한국과의 교류가 필수적이고 특히 한국의 반도체와 배터리, 삼성중공업의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 할 것이다. 이 시점에서 한반도 통일을 준비하는 대한민국은 러시아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큰 틀의 포용적인 외교정책으로 러시아를 상대하는 노련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