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해야 하는 일, Human 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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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인간이 해야 하는 일, Human Acts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문화산책] ‘스으윽 쓰으윽 쓱쓱쓱’

칼로 긋는 듯 불쑥불쑥 찾아오는 편두통은 감각을 무디게 또는 날카롭게 고조시킨다.

나도 모르게 긴장되는 일이 있거나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될 때면 짧은 전조 증상마저도 통제한다. ‘나는 대통령으로서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앞 뒤 잘린 문장만 듣고는 비상계엄? 비상계엄 선포? 왜? 왜? 왜? 훅, 전조 증상도 없는 비상계엄 선포 방송은 칼로 베는 듯 한 순간 모든 감각을 마비시켰다. 잠을 잃어버린 맥베스가 되려는가? 광주시민 모두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그 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45년 전 통증을 불러내어 불멸의 시간을 날카롭게 들이마시며 숨을 죽여야만 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의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

10월 10일 스웨덴 한림원 노벨상 위원회에서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발표했다.

편두통의 전조증상처럼 5·18민중항쟁을 다룬 ‘소년이 온다’를 전 세계인의 필독서가 되게 했고 세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젊은 층 독자들이 많이 읽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Human Acts ‘소년이 온다’라는 한강 작가의 작품 영어 제목은 중의적으로 ‘인간이 하는 일 또는 인간이 해야 하는 일’이라고도 번역 될 수 있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비상계엄 선포가 되자마자 그 밤중에 국회 앞으로 뛰쳐나간 국민들과 국회에 근무하는 젊은 보좌관들이 총과 탱크로 무장한 계엄군을 상대로 맨손으로 맨몸으로 저항했던 것은! 마침내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가 선포 되었지만 국회에 모인 사람들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계엄군을 토닥이면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을 보며 붉은 심장이 뛰었다. 27일 새벽 도청을 포위한 계엄군에 의해 시민군들은 살상을 당할 줄 뻔히 알면서 돌아가지 않은 수많은 동호처럼! 죽음의 공포는 두렵고 무서웠지만 해야 하는,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기에!

과거가 현재를 돕고 죽은 자가 산 자를 돕기 시작했다.

12월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광장으로 나왔다. 젊은이들 손에는 야광봉, 응원봉등의 시위 오브제와 시대를 반영하는 발랄하고 재치있는 팻말 문구가 대거 등장하면서 집회가 다양하고 유쾌해졌다. 제발 집에 누워있게 해줘 연대는 휴일에도 우리가 집에서 일어나 나와야겠냐, 덕후에게 덕질만 하는 자유를 응원봉 연대는 전국 뒤로 미루기 연합 그러나 더는 미룰 수 없다, 범야옹 연대, 전국 댕집사 연합, 돈 없고 병든 예술인 연대 등등은 정곡을 찌르면서도 어린 동호가 어머니의 손을 붙잡고 햇빛이 비치는 쪽으로 걸었던 것처럼 아름다운 희망이 되었다. ‘인간 세상은 어떻게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인간 세상은 어떻게 그토록 압도적인 폭력의 반대편에 서며 아름다울 수 있는가?’라는 Human Acts!

‘맥베스 만세! 장차 왕이 되실 분! 맥베스 만만세!

‘나 멕베스가 왕이 된다고? 좀 더 자세히 말하여라 명령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은 추한 것, 추한 것은 아름다운 것!’

‘내게 해괴한 말을 지껄이는 세 마녀들은 어디로 갔지? ’

권력의 욕망은 끝내 채워지지 않으며 그 끝은 아무것도 없다는 상반된 가치가 공존하는 것이 인간 세상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는 세익스피어 비극 맥베스 왕은 세마녀들의 속삭임에 결국 스스로 파멸된다.

‘공중으로 사라져 버렸소, 형체가 있는 것 같이 보였는데 마치 숨결이 바람이 녹듯이 사라져버렸소, 좀 더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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