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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휘 전남도사회서비스원 원장 |
작년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시작된 탄핵 촉구 집회에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계속 참석하고 있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2016년 박근혜 탄핵 집회에 비해 많이 바뀐 집회 문화를 실감하고 있다.
이번에 윤석열 탄핵 집회에서 가장 신선했던 점은 커피값 선결제였다. 선결제는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집회에 참여하지 못한 이들이 사전 온라인 결제를 통해 집회 참석자들이 집회 전후 음료를 마실 수 있도록 돕는 방법이다. 목포 평화광장 주변 카페에 선결제를 했다는 사회자의 안내를 처음으로 들으면서 아하! 하고 무릎을 쳤다.
또 개인과 단체들이 떡, 김밥, 음료수 등을 가져와 참가자들과 함께 나누는 점이 인상 깊었는데 특별했던 장면은 청각장애인 부부가 자신들의 생계 수단인 푸드트럭을 이용해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음료와 와플 등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1980년 5·18 민주화운동에서 시민들이 시민군들에게 주먹밥을 주던 장면과 오버랩되었다. 45년 전 주먹밥이 커피값 선결제로, 푸드트럭으로 재현된 셈이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촉구 집회에서는 집회 때마다 실제 촛불을 들거나 촛불 형태 LED등을 사용했다. 당시엔 촛불형 LED등도 신선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실제 촛불이나 촛불형 LED등은 거의 사용하지 않고 K팝 팬들이 주로 사용하는 다양한 응원봉을 사용하고 있다. 옆자리 청년들이 든 응원봉에 ‘윤석열 탄핵’이란 문구가 새겨져 있길래 “어떻게 가져왔느냐?” 물으니 인터넷에서 구입했다고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집회에서 응원봉을 본 후 자신의 SNS에 “아름답네요”라는 멘트를 남겼고, 응원봉 집회를 ‘빛의 혁명’이라 부르기도 했다.
매주 열리는 탄핵집회에서 필자가 따라 부른 민중가요는 ‘님을 위한 행진곡’, ‘광야에서’ 정도이고 ‘아파트’나 대중가요를 개사한 ‘탄핵송’ 같은 노래들을 훨씬 더 많이 부르고 있다. 집회는 40~50대뿐만 아니라 초·중·고생들과 젊은 세대도 많이 나오다 보니 중·장년층은 아이돌 노래를, 젊은 세대는 민중가요를 배우는 분위기다. 대중가요를 개사한 ‘탄핵송’과 최신 ‘아파트’ 등의 노래에 맞춰 함께 율동을 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세대 간 통합이 집회 현장에서 이뤄지는 느낌이다.
이번 윤석열 탄핵 집회는 이전 박근혜 퇴진 집회 때에 비해 인스타그램, 유튜브를 비롯한 SNS가 더욱 활성화되었다. 만일 SNS가 없었다면 12월 3일 심야 비상계엄 국면에서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빨리 국회로 달려갈 수 없었을 것이고, 시민들이 국회로 달려가 계엄군 차량의 국회 진입을 저지할 수도 없었을 것이다.
목포 평화광장에서도 참여자들 모두가 동시에 카메라를 꺼내 집회에 참석하는 모습을 찍은 후에 본인 SNS 계정에 올리거나, 카톡이나 메신저 등으로 SNS 친구들에게 퍼나르기를 진행한다. 참여자 대상 모금 안내도 모금함 순회와 함께 주최 측 계좌번호를 전광판에 띄우는 방식으로 인터넷 모금을 병행한다. 과거엔 상상도 못했던 장면이다.
작년 12월 3일 이후부터 올 1월 18일까지 목포 평화광장에서 15차례 열린 집회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자주 사회를 본다. 매 집회마다 남성보다 여성들의 자유발언 빈도가 높다. 참석자들도 여성이 더 많아 보인다.
여성의 집회 참여는 2016년 박근혜 탄핵 때는 20대 여성이 남성에 비해 1.5배 정도 많았었는데 이번엔 20대에선 5배 정도, 30대에선 2배 정도 많이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회에서 여성의 진출은 “여성, 청소년, 장애인,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등을 비하하는 말 하지 않기” 등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평등한 광장을 강조하는 시대적 흐름과 궤를 같이하면서 참여의 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세대, 계층, 집단의 시민들이 “윤석열 탄핵”을 외치며 계속 광장으로 모이고 있다. 각양각색 응원봉처럼 시민들의 개성과 가치관은 다를 수 있지만 헌법적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점에서 뚜렷한 공통분모가 있다. 또, 현재 진행형인 윤석열 탄핵 집회는 과거 박근혜 탄핵 집회 등에 비해 몇 가지 특징들이 바뀌었지만 민주적 가치를 지키고자 하는 점에서는 변함이 없다.
바뀐 집회 문화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실감한다. 동시에 민주적 가치, 헌법적 가치에 동의하는 많은 시민들이 폭넓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 문화로 집회 문화가 더욱 발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