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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구호개발 NGO단체인 월드비전 광주전남사업본부와 광남일보, 광주시교육청, 전남도교육청이 ‘2025 글로벌 희망 나눔 캠페인’ 기간에 지구촌 사랑 나눔에 직접 나섰다.
이번 케냐 이시올로 사업장 방문의 의미를 더하고자 1대 1 후원에 나설 현지 아이들과 직접 만난 것이다.
인연을 맺은 이들은 야스민 모하메드 아프닌(7), 아나브 소모·피시어스 아파야(7·여), 블레싱 에레가이(4·여), 모하메드 무티소(3) 등 8명이다. 방문단은 직접 준비한 책가방과 학용품에 꿈과 희망을 담아 선물했고, 아동들의 가족을 초청해 함께 식사하며 이들 가슴에 용기를 심어주었다.
이들에게 전달되는 후원금(매달 4만원)은 대상자들을 위한 식수·영양·보건·교육 등 현지에 필요한 맞춤형 지원사업에 사용된다. 특히 아동의 장기적 성장과 자립을 위한 다양한 지원은 물론 나아가 아동이 속한 지역사회 전체까지 변화하게 만드는 자양분 역할을 하게 된다.
끝으로 7박9일(4월 18~27일) 간 일정으로 진행된 사업장 방문을 통해 케냐 현지 삶을 보고, 느낀 참가자들의 수기를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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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행자 장성성산초등학교 교장이 후원할 아이, 아버지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
월드비전 덕분에 아프리카 오지에서 만난 한 아이와 귀한 연인을 맺었다. 아빠는 아이가 세상에 나오기 전에 세상을 떠났고, 엄마는 생계 때문에 멀리 도시로 갔다. 할머니가 외손주의 엄마 노릇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손주를 씻기고 제일 좋은 옷을 입혀 먼 길을 달려오셨다. 입에 붙지 않는 인사말까지 준비해서다.
낯선 만남에 긴장했던 아이는 이내 옅은 미소를 보이더니 이방인의 휴대폰 카메라를 향해 연신 환하게 웃는다. 역시 아이 웃음은 마음을 설레게 한다. 만국 공용어다. 천형(天刑)처럼 새겨진 가난을 잠시 잊게 한다.
케냐에서는 도시에서 먼 마을을 찾아 비포장도로를 달리다 보면 띄엄띄엄 양철 지붕에 흙담으로 지은 집들과 그 앞에 서서 손을 흔드는 아이들을 스치듯 만난다.
마치 귀한 손님을 환영하듯 환한 미소를 머금고 손을 흔든다. 가끔 ‘기브 미 초콜릿’을 외치기도 한다. 오지마을 학교를 찾아가면 아이들이 환한 미소로 다가온다.
그 모습은 마치 빛나는 보석 같다. 정성을 다해 맞이해 준다. 그러나 우리는 단지 스쳐 지나가는 먼 나라에서 온 이방인일 뿐이다.
눈앞에서 사라지면 금세 잊혀질 것이다. 살아내야 할 몫은 오로지 이 아이들의 것이다. 단지 드러나지 않게 우리 몫의 조금이라도 보탤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기도도 함께다.
아이는 군인이 되는 게 꿈이고,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단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오는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학교를 빠지기 일수다.
우리 부모들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들이 배움의 끈을 놓지 않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
지역 학교를 방문했을 때 서너 개의 아름드리 나무 밑에 놓여있던 칠판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학교는 흙벽에 지붕을 얹어 놓은 것이 전부였다. 오지마을 곳곳에 학교를 마련해 주는 것이 시급하다. 그래서 희망의 불씨가 꺼지지 않고 번져가길 소망한다.
행복의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지만, 최우선은 배고픔과 안전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같이 동행하던 케냐 교육부 지역 담당관이 학생과 주민들에게 했던 소갯말이 잊히지 않는다.
“과거 60년대에 우리(케냐)에게 도움을 받았던 이들이 이제는 우리를 도와주고 있습니다. 한국이 해낸 것처럼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반드시 잘사는 나라를 만들 것입니다. 희망을 잃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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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원 월드비전 광주전남사업본부 본부장과 후원 가족들과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
긴 시간 비행기를 갈아타야 갈 수 있는 사파리의 나라. 아프리카 케냐.
월드비전이 지원한 학교와 앞으로 지원할 학교에 일행과 같이 방문했다. 도시에서 아득히 멀고 찾아가는 길은 울퉁불퉁 꼬불꼬불했다. 때로는 길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험난한 구역도 있었다. 오랜 시간을 달려 이시올로 지역개발사업장 내에 있는 키완자(Kiwanja), 랍(Rapp)초등학교 등에 도착했다.
학생들은 긴 시간 준비했을 공연을 보여줬다. 공연할 때 학생들의 표정은 긴장 속에서도 미소를 보였다. 최선을 다하는 민속무용을 통해 마사이족의 용맹함을 느꼈다.
공연은 가까운 동네 어린아이들부터 어른들까지 참관했으며 학교에 다니지 않을 어린이들도 춤이나 노래에 맞춰 같이 부르거나 몸을 움직였다.
우리나라의 전통예술교육은 학교에서 대부분 이뤄지지만, 케냐는 마을축제에서 어른들이 보여주고 같이 하며 학교에서도 익히는 것으로 보였다.
케냐 교사들은 한국처럼 국가에서 발령한다고 한다.
방문했던 사업장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학교였다. 교육 과정과 수준 등은 알 수 없었지만 학생들에게 보여줄 수업내용을 전지에 그림과 글로 표현한 열정만큼은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다만 방문했던 학교들의 교육 여건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열악했다.
교실로 사용할 건물이 부족한 탓에 건물 귀퉁이 그늘진 곳에 칠판을 걸어 놓거나 큰 나무 아래 칠판을 놓고 교실이라고 소개했다.
교실의 바닥은 먼지가 날리는 시멘트였고, 책상과 의자는 낡거나 부족해 우리나라 1960년대를 떠올리게 했다. 화장실은 숨 막힐 정도로 악취가 심했고, 많은 학생 수에 비하면 시설은 극도로 부족했다.
물도 쉽게 마시거나 씻을 수 없었다. 급식 조리는 나무에 불을 피워서 하고, 숲 속에서 음식을 만드는 학교도 있었다.
새삼 한국의 갖춰진 교육환경과 국가 발전의 의미를 깨달았다.
학교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비포장길에서 노란 플라스틱 통에 물을 긷는 어린이를 봤다. 물은 사람이나 동물, 식물 모두에게 필요한 자원이지만 도심과 떨어진 오지에는 편하게 누릴 수 없어 보였다. 자원을 아껴 사용하고 보존해야 한다는 사고 흐름은 자연스러웠다.
천연자원이 풍부한 케냐의 끝없는 초원에서 목축업이 이뤄지고, 커피 산업의 발전까지 더해진다면 케냐는 충분히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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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광영 삼도초등학교 교장이 후원 아이, 어머니와 함께 소중한 추억을 쌓고 있다. |
‘월드비전 케냐 사업장 모니터닝’을 통해 방문하게 된 곳은 학교 3곳과 여성자립 프로젝트 사업장, 그리고 식수 지원 사업장이었다.
가장 관심이 많았던 식수 사업장을 방문했다. 15년 전 기부를 시작했을 때는 펌프식 우물이었으나 케냐의 식수 사업장은 인근 마을의 식수뿐만 아니라 기르는 가축들의 식수까지 체계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주민 스스로 관리 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 자체적인 관리가 이뤄지고 있었다.
또 여성 자립 프로젝트의 하나로 완전히 무너진 가정들을 여성들의 교육을 통해 자립할 수 있도록 세워 안정된 환경에서 자녀를 양육하고 경제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습에서는 우리의 새마을운동이 연상됐다.
키완자, 랍 학교 방문을 통해 스쿨업 사업 성과도 모니터닝했다. 교실, 행정동, 주방, 식수시설 등 인프라는 물론 교육 수준 향상과 아동 친화적인 문화 조성까지 월드비전은 교육 사업을 통해 마을과 인근 고장들까지 변화시키고 있었다.
‘롱고피토’ 학교는 한국의 지원을 간절히 바라는 학교였다.
교실이 없어 나무 아래, 처마 밑에 칠판을 세우고 비를 맞아가며 공부하는 학생들, 수십 명의 학생들이 화장실을 사용하느라 끝없이 기다려야 하며, 나무 아래서 급식 요리하는 모습, 이 순간에도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시울이 적셔 온다.
교육시설을 위해 1억원의 성금이 필요하다는 월드비전 관계자의 말이 떠오른다. 큰 돈 같지만, 키완자, 랍 학교도 광주·전남 학생들의 사랑의 빵 모금 운동으로 지원된 결과라고 하니 롱고피토 학교도 우리들의 관심과 노력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 모니터닝 과정에서 또 한 아이를 후원하게 됐다. 만 3.5세로, 손녀와 같은 또래다. 손녀의 성장을 바라보며 이 아이의 꿈을 응원하련다.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큰 일꾼으로 자라나기를 기도한다.
우리의 작은 나눔을 모아 커다란 물줄기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수혈하는 월드비전을 응원한다. ‘롱고피토’ 교장 선생님의 눈물 어린 호소가 키완자, 랍 학교처럼 감사의 눈물이 돼 다시 돌아오기를 바란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는 나라에서 지원하는 나라가 된 우리 대한민국 국민임을 감사하며, 우리 아이들 또한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아름다운 친구들로 자라나는데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 밑거름이 되고 싶다. 얘들아 사랑한다.
<>△박유미 관산남초등학교 교장
13시간의 비행으로 미지의 땅! 밀림, 초원, 사막의 땅! 아름다운 춤과 음악이 있는 곳! 케냐에 도착했다. 이시올로를 향한 길은 험난했지만 그래도 길이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월드비전이 식수 지원 사업을 하는 마을에서 물의 소중함을 느겼다.
전에는 3시간을 걸어가서 기른 흙탕물의 침전물을 가라앉힌 뒤 윗물을 먹었다고 했다. 월드비전 덕분에 지역민들의 삶과 생활이 달라지고 편리해졌다고 했다.
키완자 초등학교의 환영인사는 뜨거웠다. 700여명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방학임에도 밝은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2019년 월드비전 식빵 저금통에 모아 보낸 돈이 키완자 학교 전반을 변화시켰다. 건물에 광주·전남 교육청 명패를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다음에도 성금을 한다고 하면 더 많이 더 적극적으로 마음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지원을 받지 못하는 롱고피토 학교는 눈물 날 지경이었다. 달랑 교실 한 칸에 바닥은 거의 흙이었다. 이곳에서 낮에 수업하고 밤에는 잠을 잔다고 한다. 나무 밑에 칠판을 걸어놓고 수업을 한다고 했다. 2025년을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한 롱고피토 학교는 너무 피폐하고 가슴이 찢어지는 현실이었다.
또 다른 학교 라아프에서는 책을 모아 후배들에게 물려주는 전통을 봤다. 학생들은 한 자라도 더 배우고 싶은 욕망이 있는 것 같았다. 한국 학생들도 배움에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해야겠다는 다짐이 일어난다.
후원 아동과의 만남으로 나의 아이 피시어스 아파야를 만났다. 엄마와 함께 왔는데 신발은 작았고, 바지에는 구멍이 여러 곳 뚫려 있었다.
50달러를 월드비전 직원에게 줬다. 내가 도울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내가 한국에 태어난 것, 열심히 생활해 교장이 된 것, 케냐에 온 것.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다.
돕는 자는 도와서 즐겁고 수혜를 받는 자는 생활의 윤택함이 있어서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인해 기아와 난민 고아들을 돕자고 생겨난 월드비전 등이 없었다면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을 수 있었을까?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1991년부터 도움을 주는 나라로 성장한 대한민국 국민임이 자랑스러웠다.
후진 양성에 힘쓰고, 교육이 바르게 서 있는 나라는 영원히 선진국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 교육자로서 대한민국을 더욱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일에 힘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서로 사랑하고, 위해주고, 싸움이 없는 나라, 문화 수준이 높은 나라’를 만드는 교육을 해야겠다고 다짐하면서 얼마 남지 않은 교직 생활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교직원에게도 더 깊은 애정을 갖고 생활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 가족에게도 봉사와 희생, 사랑을 주는 아내, 엄마, 할머니가 되어야겠다.
아프리카 케냐는 참 좋은 곳이다. 우리 가족들과 함께 다시 가 보고 싶은 곳이다. 그 곳에 사는 분들의 친절함과 순수함에 감사드린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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