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최대 국비 확보’ 이제는 성과로 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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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최대 국비 확보’ 이제는 성과로 답해야

이승홍 경제부 부장

광주시가 내년도 정부 예산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3조9497억원을 확보했다. 전년 대비 16.6% 증가로, 정부 전체 예산 증가율의 두 배를 넘는다. 지역의 미래 전략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분명하게 드러나는 수치다. 이번 예산은 광주시의 두 핵심 비전인 ‘빛의 혁명’과 ‘부강한 광주’에 본격적인 추진력을 실어주는 계기가 됐다.

우선 광주의 정체성인 민주주의 가치 분야가 눈에 띈다. 5·18 구묘역 민주공원 조성, 옛 적십자병원 보존사업 등은 5·18을 기념의 차원을 넘어 교육·연구·관광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다. 오랫동안 상징성에 비해 활용이 충분치 않았던 영역에 국가 예산이 본격 투입되는 셈이다.

미래 먹거리 분야에서는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예산이 대거 반영됐다. 국가 NPU 컴퓨팅센터 설립, AX 실증밸리, AI 실증도시 사업 등은 광주가 기술기반 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다. 여기에 AI데이터센터 고도화, GIST AI 영재학교 예산까지 포함되면서 생태계 전반을 구축하는 흐름이 완성되고 있다. 자율주행·미래차 분야에서도 시범도시 구축, 기능안전 시험 기반 등 산업전환의 실질적 기반이 마련됐다.

국립현대미술관·역사박물관·국회도서관 분관 등 3대 국가문화시설 사전타당성조사비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지역 문화 인프라 확충 경쟁 속에서 광주가 한발 앞서 치고 나가는 결과다. 돌봄 분야의 통합돌봄 지원사업은 광주가 선도해온 모델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기반이 된다.

SOC 분야 예산 확보도 탄탄하다. 고속도로 확장, 전철화, 광주-강진 고속도로 등이 반영됐고, 국회 심의 과정에서 도시철도 2호선 등 주요 사업 예산이 추가됐다. 지역권 통합 발전을 위한 필수 인프라가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모습이다.

이 같은 성과는 계획만으론 이룰 수 없다. 광주시는 연초부터 국비 보고회, 중앙부처 방문, 국회 협의를 반복하며 전방위적으로 움직였다. 지역 정치권도 예산정책협의회를 함께 구성하며 공동전선을 폈다. 예산을 둘러싼 정치력과 전략이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다.

국비 확대로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의 10년을 좌우할 구조적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광주시가 앞으로 이 예산을 실제 성과로 얼마나 전환하느냐, 그 능력이 도시의 다음 단계 도약을 결정짓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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