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남 제조 경쟁력 기반 세우는 뿌리산업 혁신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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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남 제조 경쟁력 기반 세우는 뿌리산업 혁신의 길

오익현 전남테크노파크 원장

오익현 전남테크노파크 원장
전 세계 제조업은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제조기술의 고도화, 탄소중립 규제 강화라는 거대한 변화의 흐름 속에 놓여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제조업의 근간이자 첨단산업의 기반이 되는 뿌리산업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주조, 금형, 용접, 소성가공, 열처리, 표면처리 등으로 구성된 뿌리산업은 모든 제조의 출발점이며, 고신뢰·고정밀 부품을 필요로 하는 첨단·전략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소재 다변화와 공정 지능화를 목표로 기존 ‘6대 기반 공정기술’을 ‘14대 뿌리 공정기술’로 확대했다. 그 배경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반도체·이차전지·첨단기계 등 신산업 중심으로 제조 구조가 변화하면서 기존 6대 기술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워졌다는 점, 둘째, 인공지능·로봇·데이터 기반의 스마트제조 확산으로 공정 지능화가 필수화된 점, 셋째, 탄소중립과 친환경 생산 요구가 높아지며 소재·공정 혁신의 필요성이 증대된 점이다.

새롭게 포함된 8개 분야에는 3D 프린팅(적층제조), 복합소재 가공, 반도체 패키징, 로봇·AI 기반 자동화, 에너지 효율형 열처리, 친환경 표면처리, 분말야금, 레이저가공 등이 해당된다. 기존 6대 기술이 ‘제조의 기반’을 담당했다면, 14대 기술 체계는 이를 ‘첨단소재 + 지능형 공정’으로 확장해 산업 간 융합을 지원하는 구조로 진화했다. 6대 뿌리기술이 산업의 ‘근육’이었다면, 14대 기술 체계는 데이터와 AI가 결합된 ‘신경망’으로 고도화된 셈이다.

이러한 정부 정책의 변화는 전남의 주력산업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전남은 우주항공, 에너지, 전기차·이차전지, 석유화학, 조선·해양플랜트 등 다양한 산업 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뿌리기술의 경쟁력 확보는 전남 신산업 생태계 전반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고흥의 우주항공 실증 인프라, 여수·광양의 철강·석유화학 산업, 영암·목포의 조선 산업, 나주·화순의 에너지 산업 등은 모두 뿌리기술이 견고하게 뒷받침될 때 지속가능한 글로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동안 전남도는 지역의 뿌리산업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주력산업 기반을 첨단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기술개발, 공정혁신, 인력 양성 등 다양한 분야에서 타 지자체보다 더 적극적인 지원을 이어왔다.

그러나 현재 전남의 뿌리기업들은 기술 인력 부족, 노후화된 설비, 더딘 디지털 전환, 강화되는 친환경 규제 대응 부담 등 여러 구조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첨단산업과의 기술 격차 역시 여전히 존재해 산업 경쟁력의 한계를 초래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뿌리산업이 다시 도약해야 할 필요성을 더욱 뚜렷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전남의 뿌리산업에 대한 현황과 여건을 반영해 신산업·디지털전환 및 친환경 규제 대응, 글로벌 경쟁력 강화, 첨단전문인력양성, 벤처·스타트업 기업지원 및 화학·철강산업 위기대응을 통해 뿌리산업의 혁신을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남테크노파크는 이러한 혁신 방향에 따라 전남 뿌리산업의 신산업 전환과 디지털화를 중점 촉진하고 글로벌화를 적극 추진함으로서 뿌리산업이 미래 제조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지속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전남 제조업의 미래는 뿌리산업을 얼마나 첨단화하느냐에 달려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원과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뿌리산업은 나무의 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최종 제품에 내재돼 제조업 경쟁력의 기반을 형성하는 혁신의 원천이다. 이러한 뿌리산업의 지원 강화는 전남이 추진하는 우주항공, 로봇, 에너지, 전기차·이차전지, 해상풍력 등 전남 제조업 전체가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요소가 될 것이다.

전남 제조업의 미래는 뿌리산업을 얼마나 강하게 키워내느냐에 달려 있으며, 그 대전환의 서막은 바로 지금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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