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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헌화·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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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부디 좋은 곳에서 편히 쉬시길 빕니다.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랍니다.”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인 29일 오전 9시 무안공항.
1층에 마련된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희생자 합동분양소에는 침통한 분위기 속에서 희생자 179명을 추모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 12월29일 사고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의 위패 앞에는 국화꽃과 손편지가 가득 놓였고, 추모객들은 낮은 숨소리로 묵념하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검은색 계열의 추모 복장을 갖춰 입은 시민들은 제단에 국화를 올린 뒤 고개를 숙였고, 휠체어에 아들을 태운 채 분향소를 찾은 한 어머니는 헌화 후 끝내 눈시울을 붉혔다. 짧은 묵념이 끝난 뒤에도 일부 추모객들은 분향소 주변을 한동안 떠나지 못했다.
분향소 인근에서는 시민 5명이 ‘무안공항 참사 진상규명 특검하라’, ‘진심 없는 추모는 기만입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추모식에는 4·16 세월호 참사와 6·9 광주 학동 붕괴사고 유가족도 함께했다. 이들은 헌화 후 1층 만남의 장소에 모여 추모 행사를 지켜보며 연대의 뜻을 전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4반 고 임경빈 학생의 어머니 전인숙씨는 “같은 아픔을 겪은 유가족의 울음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며 “다시는 이런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 아닌 진실 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항 1층 대합실에는 주인을 잃은 신발과 탑처럼 쌓인 여행 가방이 설치 작품으로 전시됐다. ‘캐리어 179: 못다 한 여행의 기록’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여행 가방 더미 앞에 선 시민들은 발길을 떼지 못했고, 일부는 참사 당시 사진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오전 9시 3분, 사고 발생 시각에 맞춰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리며 공식 추모식이 시작됐다.
유가족과 추모객들은 모두 고개를 숙여 희생자들을 애도했다. 기독교·불교·천주교·원불교 등 종교계도 각자의 방식으로 추모 기도를 올렸다.
추모 주제 공연 ‘집으로 오는 길’에서는 유가족들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영상 속 ‘모든 사람은 집으로 돌아올 권리가 있습니다’, ‘이 티켓은 당연해야 할 것을 요구하는 우리의 목소리입니다’라는 문구가 나올 때마다 유가족들은 오열하며 눈물을 훔쳤다.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되고 탑승권이 무대 앞에 놓일 때마다 “돌려내라”는 울부짖음이 이어졌고, 공연자 역시 눈물을 참지 못했다.
‘당신이 돌아오지 못한 이유를 알 때까지 우리의 걸음은 멈추지 않겠습니다’라는 자막을 끝으로 추모 공연이 마무리됐고,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유가족들의 염원이 담긴 메시지 박스를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전달했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도 많은 시민들은 공항 곳곳을 천천히 걸으며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다.
한편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해 12월29일 오전 9시3분 무안국제공항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방위각제공시설(로컬라이저)을 충돌해 폭발했고, 탑승자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무안=이훈기 기자 leek2123@gwangnam.co.kr 송태영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5.12.29 (월) 18: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