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위기의 대한민국, 돌파구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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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시론]위기의 대한민국, 돌파구는 없는가?

박찬용 정치학박사

10월 13일 동남아시아 태국의 푸미폰 국왕이 세계 최장 70년 이라는 재위기간 끝에 서거 했다. ‘신이 내린 선물’로 불리우는 국왕이 서거하자 어린아이부터 어른까지 전체 태국 국민들은 울음바다가 됐다. 다민족 국가인 태국에서 푸미폰은 산간벽지의 가난한 농민과 소외된 소수민족들을 직접 찾아 다니며 국민들이 보다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한평생을 바친 결과 민족과 사회적 계층을 뛰어 넘는 대통합을 이룩했다.

푸미폰은 태국 개발계획인 ‘로열(royal) 프로젝트’를 도입해 농업, 자연환경, 국민건강, 직업교육, 수자원 등을 개선해 태국을 개도국에서 중진국으로 끌어 올렸다. 특히 토지가 없는 농민들에게는 국왕소유의 토지를 무상으로 대여해 영농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고, 가난한 고산족(高山族)들의 불법적인 아편 생산을 차와 커피를 재배하도록 유도해 왕실이 보증하는 브랜드를 만들어 성공시킨 일화는 유명하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건으로 온나라가 패닉(panic)에 빠져 있다. 어느 초등학교 6학년생의 시험지에 “국가 살림을 위한 돈을 어디에, 어떻게 나누어 쓸지 계획 하는 것은?” 이라는 문제에서 답은 ‘예산’인데 최순실로 답변 했다. 이것은 시대상을 반영한 것으로 국민들의 배신감과 분노가 어른은 물론 어린아이에 이르기까지 정권 퇴진을 외치는 지경이 되었다.

최순실 사건은 당연히 대통령의 잘못이지만 이미 상처난 대한민국의 이미지와 국격, 그리고 우리의 외교와 안보의 누수문제는 어떻게 치유를 받아야 할 것인가? 5000만 국민을 볼모로 거대 언론사와 민정수석 간의 사생결단의 파워게임에서 국가와 민족은 온데간데 없고 오직 기업의 체면과 개인의 사리사욕만 앞장 섰을 뿐이다. 초가삼간은 거의 타들어가고 있는데 빈대타령만 하는 형국이고, 국가이익을 우선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은 당리당략에만 몰두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방치하고 있다.

이런 위기의 원인은 첫째,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들의 부패 불감증과 역사의식의 결여에 있다. 최근 발효된 김영란법의 대상이 국회의원, 장차관, 검사, 법관 등의 고위공직자와 우리사회의 상위 1%가 그 대상이 되어야 하는데 엉뚱한 사립학교 교원들과 언론사가 포함되었다. 이것은 솔선수범해야 하는 고위공직자들은 법망에서 피해가고 일반 국민들이나 법을 지켜야 한다는 의미이다.

둘째, 국가 정체성의 부재이다. 다민족 국가 태국은 토착불교와 푸미폰 국왕의 현장 리더쉽이 국가정체성이 되어 국민을 통합하는 구심점으로 작용하는데, 한국은 대통령, 정당, 노동자, 각계각층의 의견만 난립할 뿐 중심적인 대안은 없다. 이것은 역사의식에 입각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 없고 푸미폰과 같은 큰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셋째, 부(副)의 불균형 문제이다. 최근 국감자료에 의하면 상위 1%가 전 소득의 25%를 차지하고 하위 50%가 전체 소득의 1.5%를 차지 한다고 한다. 우리사회의 중산층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먼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라는 말이 있듯이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위에서부터 지켜 나가야 한다. 국회에서는 이해충돌방지법을 다시 도입해야 하며, 고위 공직자수사처를 설립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정체성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 강대국들은 자기 고유의 역사를 바탕으로 국가적인 혼란을 지켜내는 중심 이념이 있다. 미국의 유대청교도 민주주의, 일본의 천황 민주주의, 중국의 중화사관, 러시아의 슬라브주의 등이 그것이다. 대한민국은 ‘홍익 민주주의’를 역사정신으로 제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중산층의 재건 및 부의 공정한 배분과 투명한 사회 풍토를 위해 중장기적인 경제정책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

우리의 대통령과 태국의 푸미폰은 극과극으로 대조된다. 우리 대통령은 푸미폰처럼 작업복을 입고 민생탐방을 의무적으로 해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을 고민하고, 차별 받는 서민들의 손을 어루만져야 할 것이다. 최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외로 아웃사이더 트럼프(Trump)가 당선 되면서 내우외환(內憂外患), 예측불허의 한반도가 되었다. 4강 외교와 통일정책의 전면적인 수정이 불가피 하다. 대통령과 정치인들, 또한 고위공직자들은 더욱 냉혹해진 국제관계를 인식하고 통일된 한반도, 부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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