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 농촌 중심지가 살아야 농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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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시론] 농촌 중심지가 살아야 농촌이 산다

조용준 조선대 명예교수

2016년 인구주택 조사에 의하면, 전남은 65세 이상이 21.3%로써, 전국에서 유일하게 초 고령사회에 진입한 광역단체이다.

노인인구가 30%를 넘어선 시군도 8개(22개시군)나 되며, 노인만 거주하고 있는 가구도 23.1%나 되고, 독거노인 가구도 13.2%에 달한다.

고령화 지수(162.8)도 전국에서 가장 높은데, 젊은 도시인 세종시(47.8)와 비교하면, 엄청난 고령화이다.

이미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를 초과하는 데드 크로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 상황이 계속되면 전남은 30년 후에 16개 지자체가 소멸한다. 모든 지표가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의 상황이다.

더구나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은 일본의 2배이고, 공적연금을 받지 못한 비율을 환산한 상대 빈곤율은 OECD의 평균보다 4배 높다. 2020년 하류노인이 온다의 저자 후지타 다까 노리는 빈곤노인은 수입도 없고, 충분한 저축도 없고, 의지할 사람도 없는데, 이는 관계성 빈곤에 의한 것이 크다고 했다. 따라서 관계성 회복이 시급한데, 이의 1차적 역할이 요구되는 곳이 농촌 중심지이다.

농촌 중심지는 읍,면소재지의 통칭으로써, 농촌마을의 경제, 사회, 문화, 복지, 교육 등을 지원하는 거점이자, 대도시와 농촌마을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창조적 다리이다.

창조농촌의 저자인 사사끼 마사유끼는 창조농촌이란 주민들이 농촌의 고유자원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주민의 생활이나 생업과 결합하여 농촌특유의 문화와 경제적 가치를 만드는 농촌이라고 했다.

또 대도시와의 연대를 통하여 예술. 문화, 기술을 도입하고, 이로부터 경제적, 사회적 가치의 생산과 이득을 얻는 자연적 순환의 경제 체제라고 했다. 농촌중심지가 귀담아 들어야 할 주장이다.

다행히 최근 농촌을 둘러쌓고 있는 환경과 가치관이 변화되고 있다. 도시사람들의 농촌 관심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가능성도 열리고 있는데, 이의 실현을 위해서는 먼저 농촌중심지의 공동체 활동이 활발해야 한다. 그래야 내발적 발전을 할 수 있고, 농촌마을도 살 수 있다.

그러나 청년인구 감소와 함께 노인인구의 증가 등으로 전통적 공동체가 붕괴된 농촌중심지가 많은데, 공동체는 한번 붕괴되면, 회복이 어렵다. 또 주민의 다양한 견해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일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회복시키고, 조정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러한 사람이 없으면, 유치도 필요하다. 근래 일본에서 1개의 기업 유치보다는 창조성을 갖는 한사람의 유치가 더 중요하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래야만 지속적인 발전을 할 수 있다. 챨스 랜드리의 말을 인용하면, 농촌이 처한 문제들을 보다 상상력이 풍부하면서 혁신적이고 창의적 방식으로 처리를 주도할 사람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문화 예술가 등의 초빙도 필요하다.

이들은 스스로 주변 환경을 만들고,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 들어는 탁월한 능력이 있다. 사사끼 마사유끼의 말처럼 농촌위기에는 사람, 건물(토지), 마을의 공동화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건물(토지)에 지속하는 생활에 자긍심을 상실하고, 더욱 고령화 되는데, 이는 빈집을 양상 시키면서 마을 공동체를 붕괴시키고, 다시 토지이용을 약화 시킨다.

농촌중심지의 빈집이나 빈창고 등을 활용하여, 농촌마을이 단독으로는 누릴 수 없는 복지,예술, 문화, 체육, 교육, 정보안내 등의 활동을 담는 창조적 시설로 재생하여, 농촌마을의 부족한 기능을 보완해야 한다. 또 대도시와 연결성도 갖도록 해야 한다. 농촌 마을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날에는 초등학교와 5일시장이 마을 간의 교류를 만들었다. 그러나 초등학교가 폐교되고, 고령화로 인한 5일시장의 이용감소와 함께 대형 판매시설이 입지하면서 마을간 교류는 완전하게 단절되어 있는데, 이의 회복을 농촌 중심지가 해야 한다. 특히 이를 통하여 사람, 건물, 마을을 재생시켜야 한다. 그래야 소통과 공동체의 농촌이 될 수 있다.

다음으로 농촌마을과 농촌중심지 사이의 자동차만을 위한 도로를, 보행이나 자전거, 스쿠터 등이 공존할 수 있는 도로로 바꾸어야 해야 한다. 아울러 농촌 중심지도 고령사회에 적합한 사람중심의 공간구조로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농촌마을과 농촌중심지가 긴밀한 관계를 갖일 수 있고, 농촌중심지 와 농촌마을도 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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